“우크라, 영토 되찾고 그 이상도 가능” 한 달 새 딴사람 된 트럼프

파리/정철환 특파원 2025. 9. 25. 0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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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향한 예상 밖의 경고장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왼쪽)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3일 미국 뉴욕 유엔총회 회의장 주변에서 회담하고 있다. /UPI 연합뉴스

유엔 총회 참석차 23일 뉴욕을 찾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신의 소셜 미디어 트루스소셜에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와 유럽의 지원을 받으면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에 빼앗긴) 영토를 원래대로 되찾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그 이상도 가능할지 모른다”고 썼다. 러시아에 대해선 “이미 3년 반 동안 아무 목표 없이 싸워와 ‘종이호랑이’처럼 보이고 있다”고 했다.

2022년 2월 자국을 침공한 러시아에 대한 항전을 이끌고 있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정권에 전례 없이 긍정적인 메시지를 보낸 것이다. 젤렌스키는 트럼프의 글이 올라온 뒤 가진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큰 전환이다. 트럼프 대통령과 관계는 더없이 좋다”며 기쁨을 숨기지 않았다.

그래픽=이철원

이를 놓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전쟁에 대한 트럼프의 태도가 극적으로 달라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올해 1월 취임 당시 ‘24시간 내 종전’을 장담했던 그는 젤렌스키보다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담판을 우선시했고, 우크라이나의 영토 양보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었다. 그랬던 그가 우크라이나가 이번 전쟁으로 점령당한 돈바스 지역뿐 아니라 2014년에 러시아에 무력 병합당한 크림반도의 수복 가능성까지 시사하는 듯한 발언도 한 것이다.

트럼프는 이날 소셜미디어 글을 올리기 전 젤렌스키와 가진 기자회견부터 우크라이나에 덕담을 쏟아냈다. “우크라이나의 싸움에 큰 존경심을 갖고 있다”고 했고, 우크라이나군을 “용기와 배짱을 지닌 훌륭한 전사들”이라 부르며 “그들에게 경의를 표해야 한다”고 했다. 또 “나토 국가의 영공에 러시아 군용기가 들어오면 격추해야 한다고 생각하느냐”는 기자 질문엔 기다렸다는 듯 “그렇다”고 답했다. 트럼프의 잇단 찬사에 젤렌스키는 환한 표정으로 여러 차례 ‘감사하다’고 말했다.

지난 2월 28일 두 사람의 첫 만남 당시와는 180도 다른 풍경이었다. 당시 트럼프는 미국의 우크라이나 지원 문제를 두고 이견을 제기하는 젤렌스키를 향해 “당신에게는 지금 유리한 카드가 없다. 수백만 명의 생명을 도박하고 있다”며 윽박지른 뒤 회담을 결렬시켰다. 젤렌스키가 쫓겨나듯 퇴장할 때 소셜미디어에 “평화를 위해 준비가 되었을 때 다시 오라”며 불쾌감을 숨기지 않았다.

트럼프는 이후 약속대로 전쟁을 최대한 빨리 끝내겠다며 중재역을 자처했으나, 이는 푸틴을 상대적으로 편드는 듯한 모습으로도 비쳐지면서 논란을 불렀다. 종전을 위해서는 우크라이나의 희생과 양보 역시 불가피하다는 입장도 취해왔다.

하지만 전쟁을 빨리 끝내겠다는 자신의 의도가 차질을 빚으면서, 트럼프의 푸틴에 대한 감정이 실망을 넘어 분노로 변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지난 8월 15일 트럼프와 푸틴의 알래스카 대면 회담이 성과 없이 끝난 데다, 회담 후 트럼프가 유럽 정상들과 만나 “2주 내에 푸틴과 젤렌스키가 만날 것”이라고 했던 호언장담마저 흐지부지돼 트럼프의 인내심이 바닥났을 것이란 분석이다.

실제 2주가 지난 8월 말부터 트럼프의 입에서는 푸틴에게 실망을 표하는 발언이 잦아졌다. 트럼프 행정부는 또 러시아산 원유 구매 국가에 대한 세컨더리 보이콧(2차 제재) 방침을 정하고, 실제 인도에 대해 징벌적 관세 부과에 나서는 등 러시아에 대한 압박 수위도 높여왔다.

트럼프는 이날 트루스소셜에 “미국은 앞으로도 무기를 나토에 공급하고, 나토가 그 무기를 원하는 대로 쓸 것”이라며 미국산 무기의 우크라이나 계속 지원 방침도 확인했다. 패트리엇 등 방공 무기에 신속히 실행될 경우 러시아의 무차별 공습에 고전 중인 우크라이나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유럽 동맹들은 트럼프의 발언을 반겼다. 카야 칼라스 유럽연합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트럼프 대통령의 오늘 발언은 모두 옳다. 매우 긍정적이다”라고 했다. 러시아는 그 의미를 애써 격하했다. 크렘린궁(러시아 대통령실)은 “분석이 필요하다”며 신중한 반응을 냈고, 유엔 주재 러시아 대표부 차석대사는 “소셜미디어 글 하나하나에 흥분할 필요 없다”고 했다.

다만 트럼프의 발언은 푸틴을 휴전 협상에 끌어내기 위한 레토릭(수사)에 불과하다는 분석도 있다. 발언 곳곳에 발을 빼거나 입장을 바꿀 여지를 남겨뒀다는 것이다. 트럼프는 ‘나토 동맹국이 러시아 항공기를 격추하면 미국이 지원할 것이냐’는 질문에 “상황에 따라 다르다”고 했다. 또 우크라이나에 대한 미국의 안전 보장책을 묻는 질문에도 “오늘 이야기하기엔 너무 이르다”고 답했다. ‘푸틴을 여전히 신뢰하느냐’는 질문엔 “한 달쯤 뒤에 알려주겠다”고 했다. 푸틴에게 한 달의 시간을 주겠다는 의미다. 결국 푸틴의 대응에 따라 트럼프의 태도는 또 변화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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