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전기료 급등, 물값 쇼크, 제조업 받쳐온 두 기둥의 균열

조선일보 2025. 9. 25. 0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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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기업경쟁력 붕괴시키는 산업용 전기요금, 대안은 무엇인가에 관한 전력산업연구회 정책세미나가 열렸다. /장경식 기자

에너지 전문가와 기업 관계자들이 모여 24일 열린 전력산업연구회 세미나에서는 “산업용 전기 요금이 주택용의 115% 수준까지 올라 산업 경쟁력은 붕괴 수준” “기후 환경 정책이 에너지 정책을 삼키면 제조업과 미래의 AI는 포기해야”라는 목소리가 쏟아졌다. 우리 제조업 성공의 배경인 ‘값싸고 품질 좋은 전기와 물’이란 기본 인프라가 무너지고 있음을 경고하는 자리이기도 했다.

그동안 우리는 저렴하고 안정적인 전기와 물이란 세계 최고 수준의 ‘유틸리티(필수 재료)’ 공급을 자랑했다. 덕분에 철강·반도체·석유화학 등 ‘전기 먹는 하마’들이 세계 시장을 제패하고, 기업들이 수십조 원을 투자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제 과거의 일이 되고 있다.

정부는 우리 산업용 전기 요금이 여전히 OECD 평균보다 10% 정도 낮다고 한다. 하지만 기업 숨통을 조이는 것은 요금의 절대 수준이 아니라, 폭등에 가까운 인상 속도다. 2022년 이후 4년도 안 돼 70% 가까이 올랐다. 이런 상황에서 미래를 계획할 수 있는 기업은 많지 않다.

전기뿐 아니라 물까지 난리다. 지금 울산, 부산 등 주요 공업 도시를 포함한 전국의 공업용 수도 요금이 도미노처럼 인상되고 있다. 인상 폭은 심각하다. 울산은 2023년부터 3년간 매년 12%씩, 광주광역시는 2024년부터 4년간 매년 11.5%씩 상수도 요금을 올리는 식이다. 산업계는 ‘전기료 급등’에 이어 ‘물값 급등’이라는 이중고에 내몰린 것이다.

가격 구조의 왜곡도 심각하다. 산업용 전기는 대량 구매인 데다 집집마다 송배전선을 깔 필요가 없어 가정용보다 저렴한 것이 일반적이다. 우리는 거꾸로다. 정치권이 표를 얻으려 가정용 요금 인상을 억제하면서, 그 부담을 산업계에 떠넘겼다. 정치가 국가 먹거리를 만드는 산업 기반을 약화시켜온 것이다.

두 요금의 급등은 모두 이전 정부의 ‘탈원전’과 포퓰리즘적 가격 통제라는 정책 실패에 기인한다. 경제성이 확실한 원전을 포기하고 석유·가스 등 값비싼 에너지원으로 대체한 정책 실패의 대가로 전기료가 오르고 있다. 광역 상수도 요금도 12년간 동결하다 공기업 부채가 눈덩이처럼 불어나자 2024년부터 인상을 본격화했다. 결국 정책 실패의 청구서는 기업에 전가되고 있고, 최종적으로 국민에게 부담으로 갈 것이다.

에너지와 수자원 정책을 정상화해야 한다. 신규 원전을 건설하고, 왜곡된 요금 체계를 바로잡고, 시장 원리에 기반한 장기적인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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