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세기 민둥산의 기적…한국형 산림 경영 집적체 변신
1947년 춘천농업대학 설립
1953년 연습림 대부 부지 확보
현재 3146㏊ 국립대 최대 규모
잣나무 인공림·천연활엽수림
자원식물 635종 등 식생 다양
돌담·아궁이·굴 등 화전민 터
과거 황폐했던 땅 흔적만 남아
보호·공학·임산가공 교육의 장
미래 임업 전문가 ‘꿈의 장소’
[산림녹화기록물 유네스코세계기록유산 등재] 15. 강원대학교 학술림

울창한 숲을 만드는 일은 시간과 인내가 필요하다. 묵묵히 이 일을 감당해 낼 인력을 배출하는 점도 중요하다. 미래 임업인들의 푸른 꿈을 키우는 ‘교육의 숲’이자 반세기에 걸친 한국형 산림녹화를 한눈에 볼 수 있는 곳이 있다. 산림의 수도 강원도를 대표하는 강원대학교 부속 학술림을 최정기 강원대 산림과학부 교수와 안중걸 한국산림녹화유네스코 추진위원과 함께 방문했다.

■ 국립대학교 최대 규모의 학술림
강원대학교에서 차로 30분을 이동하자 학술림 입구를 알리는 봉명관리소가 보였다. 춘천시 동산면과 홍천군 북방면 일대에 위치한 강원대 산림환경과학대학 부속 학술림은 총 면적 3146㏊로 국립대학교 중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한다.
1953년 7월 농림부에서 국유림 5261㏊를 대부받아 시험 연구, 교육 실습 등 임업학과 학생들에게 교육의 장을 제공할 목적으로 조성됐다. 이후 1961년 12월 대부 기간이 만료돼 홍천군 북방면 풍천리 일대 임야를 반환했고, 3164㏊가 교육부 소관으로 이관되면서 현재까지 학술림으로 활용되고 있다.

방대한 규모와 반세기가 넘는 역사에 걸맞게 숲에는 다양한 식생들이 분포돼 있다. 천연활엽수림, 잣나무 인공림을 포함한 침엽수림, 혼효림 등 다양한 임상을 보유하고 있고, 635종의 자원식물이 분포돼있다. 이 중 목본식물만 172종에 달한다.
특히 수령 90여년된 푸른 잣나무 숲은 하늘까지 쭉 뻗어 장관을 이룬다. 국내 잣나무 인공림 중에서도 최고령급이라 학계에서도 주목을 받고 있다. 강원대학교의 상징과 교목이 잣나무인 것도 학술림과 연관돼 있다. 백령(栢嶺)은 잣나무의 영지를 뜻하며, 굳은 절개와 강직한 심성을 상징한다.
학생들은 이곳에서 실습, 조사를 통해 산림경영·보호·공학, 측정, 생태, 임산가공 등 다양한 분야에서 학문을 탐구하고, 임업기술을 배우며 임업 전문가의 꿈을 키우고 있다.

■ 화전민터에서 숲이 되기까지
임도를 따라 숲 내부에 본격적으로 들어서자 잣나무와 낙엽송이 어우러진 아름다운 숲의 모습이 펼쳐졌다. 과거 화전민들이 자리하던 곳은 반세기에 걸친 산림녹화 사업으로 이제 푸른 기운만이 가득한 곳이 됐다. 군데군데 삶의 흔적만이 조금 남아있을 뿐이었다.
화전민터는 예로부터 ‘명당’으로 불렸다. 농작물을 잘 가꾸기 위해 양지 바르고 좋은 기운이 있는 곳에 터를 잡고 살았기 때문이다. 강원대학교는 이를 기념하기 위해 흔적이 남아있는 곳에 ‘연엽정’이라는 정자를 설치했다.
정자 뒤편에는 화전민들이 쌓았던 돌담, 아궁이 흔적, 음식물을 보관하기 위해 만든 굴 등 흔적이 아직까지 남아있다. 한때 이를 역사에 남기기 위해 화전민터 복원사업을 추진하기도 했지만 예산 문제에 부딪혀 진전되지는 못했다.
잘 닦인 임도를 따라 숲 내부로 좀 더 들어가자 곳곳에 조림지가 자리하고 있었다. A급 잣나무가 빽빽이 들어찬 ‘잣나무 인공림’이 특히 장관을 이루고 있었다. 강원대학교 77학번 학생들이 식재한 나무들도 보였는데, 수십 년의 세월이 흘러 어느새 하늘까지 뻗을 만큼 자라난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2012년 제16대 학장이었던 김남훈 교수 재임 시절 잎갈나무 하충에 수하 식재한 잣나무 조림지와 2017년 제19대 학장으로 재임한 최정기 교수가 산림과학대 신입생, 강원대 단과대학장들과 식재한 기념숲도 눈길을 끌었다.
강원대학교는 1980년대까지 전교생이 식목일이면 매년 나무를 심었다. 그 이후부터는 산림과학대 학생들만 심는 것으로 바뀌었지만 여전히 매년 많은 학생들이 이곳에 직접 나무를 심고 있다. 이들의 손길 덕분에 황폐했던 민둥산은 반세기를 지나 이제 ‘교육의 숲’이 됐다.
최정기 강원대학교 산림과학부 교수는 “강원대학교의 가장 큰 보물인 학술림은 산림녹화를 한눈에 보여줄 수 있는 훌륭한 선진 견학지이자 세계로 뻗어나가고 있는 한국형 산림 경영의 전진기지”라고 강조했다.
■ 고(故) 함인섭 박사

고(故) 함인섭 박사는 강원대학교와 이곳 학술림에서는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다. 두 곳 모두 그에 의해 탄생했다. 함 박사는 강원대학교의 전신인 춘천농업대학을 설립하고 학술림을 조성했다.
천안에서 태어난 함인섭 박사가 강원도와 인연을 맺게 된 것은 1946년이다. 당시 강원공립농업중학교 교장으로 발령받은 함 박사는 강원도에 대학이 없는 것을 안타까워했다. 이에 대학 설립에 몰두해 이듬해인 1947년 6월 14일 강원대학교의 전신인 춘천농업대학을 설립했다. 이후 개교 초기 대학의 기틀을 마련하긴 했지만 농업대학에 꼭 필요한 실습포지와 연습림(임학을 연구하는 학생들의 실지 연구에 쓰는 삼림)이 없어 고심했다.
그러던 중 제3대 농림부장관으로 발탁돼 농림부 소관의 국유림 5261㏊를 문교부로 이관, 춘천농업대학에 대부해 임업학과 학생들이 연습림으로 활용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당시 춘천농업대학 제1회 졸업생으로 모교에서 임학과 교수로 재임했던 고(故) 신재만 교수는 생전에 “농림부장관이었던 함인섭 박사께서 지역 실정을 잘 아는 저에게 연습림 부지를 물색하는 데 조언을 구했었다”고 언급했다고 한다.
이후 6개월 만에 장관직에서 물러난 함 박사는 퇴임 후인 1953년 7월 연습림을 정식으로 대부받으면서 오늘날 강원대학교 학술림의 기틀을 닦았다. 이후 1957년 제2대 춘천농과대학학장으로 취임한 함 박사는 1972년 정년퇴임까지 제4대~제6대 학장을 역임하며 강원대학교를 위해 봉직했다.
1972년 정년 퇴임식에서도 함 박사는 “나는 강원대학교를 영원히 떠날 수 없다”고 말해 교직원과 동문들에게 감동을 전했다. 이후 강원대학교 명예교수로 재직하며 학문연구에 매진하다 1986년 9월 13일 향년 79세로 별세했다. 강원대학교는 고(故) 함인섭 박사의 공적과 그의 학교 사랑을 기리기 위해 대학 종합운동장을 ‘함인섭 광장’으로 칭하고 함 박사의 동상을 건립했다.
안중걸 한국산림녹화 유네스코 추진 위원은 “학술림을 마련할 수 있었던 것은 춘천농업대학을 설립하고 초기부터 200여만 평의 부지를 확보한 함 박사의 선견지명 덕분”이라며 “일제강점기와 8·15 해방, 6·25 전쟁을 거쳐 황폐해진 민둥산이 울창한 숲을 이루게 된 것은 물론 임업인들의 꿈을 키우는 학술림으로 자리잡게 되었으니 큰 보람과 자부심이 됐다”고 말했다. 최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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