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로봇 손잡고 몇 년 실험 며칠에 끝…속도·비용 모두 줄였다
로봇이 하루 1000번 실험, AI가 동시 분석


인공지능(AI)과 로봇이 결합해 새로운 화학 물질을 빠르고 정밀하게 찾아낼 수 있는 길을 열었다. 예전에는 몇년씩 걸리던 연구 과정을 이제는 며칠 만에 끝낼 수 있으며, 수천 건의 실험 분석 비용도 크게 줄일 수 있게 됐다.
기초과학연구원(IBS) AI·로봇 기반 합성 연구단은 “하루에 약 1000회의 화학 실험을 자동으로 수행하고 결과를 정밀하게 분석하는 플랫폼을 개발했다”고 25일 국제 학술지 ‘네이처(Nature)’에 발표했다. 연구를 이끈 바르토슈 그쥐보브스키(Bartosz A. Grzybowski) 단장은 2014년부터 울산과학기술원(UNIST) 자연과학부 특훈교수와 IBS 연구단장으로 활동 중이다.
교과서 속 화학 반응은 ‘A와 B가 만나면 C가 된다’처럼 단순하다. 그러나 실제 실험에서는 온도나 농도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오기도 한다. 연구진은 이처럼 복잡한 과정을 지도처럼 한눈에 볼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 이번 연구를 시작했다.
연구진은 로봇이 하루 수천 번의 반응을 자동으로 진행하고, 그 결과를 AI가 분석하는 방식을 도입했다. 덕분에 복잡한 조건을 일일이 따져보지 않아도 전체 반응 과정을 한눈에 볼 수 있게 됐다. 기존 실험으로는 찾기 어려웠던 숨은 반응 경로나 새로운 물질도 함께 발견됐다.

항생제와 항암제 원료 합성에 널리 쓰이는 ‘한츠슈 피리딘 반응’을 다시 살펴본 결과, 기존에 알려지지 않았던 새로운 물질 9종도 찾아냈다. 한츠슈 피리딘 반응은 여러 성분이 동시에 반응해 의약품의 기본 골격이 되는 ‘피리딘’을 합성하는 대표적인 유기 반응이다.
또 2차전지 소재인 ‘프러시안 블루 유사체’의 금속 조합 756가지를 시험해 더 효율적인 조합을 확인했고, 이 과정에서 새 물질 4종도 추가로 얻었다.
AI·로봇 플랫폼의 가장 큰 장점은 속도와 비용 절감이다. 기존 방식이라면 수천 건의 실험을 각각 고가 장비로 분석해야 하지만, 이번에 새롭게 개발된 방식은 단일 분석으로도 결과를 정리할 수 있어 비용을 수십 배 줄였다. 연구진은 앞으로 조건만 바꿔 원하는 물질을 선택적으로 만들어낼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렸다고 전망했다.
그쥐보브스키 연구단장은 “화학 반응을 직선이 아닌 네트워크 형태로 바라보는 것은 앞으로 화학 연구에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며 “AI와 로봇 활용을 통해 화학 합성의 효율성과 다양성을 크게 높이고 미래 신약 개발과 소재 혁신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참고 자료
Nature(2025), DOI: https://doi.org/10.1038/s41586-025-094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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