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포커스] 지금 ‘주가 주도 성장’은 주객전도다

방현철 기자 2025. 9. 24. 2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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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 번 돈으로 경제 선순환
李 정부 ‘富의 효과’ 추구
그에 앞서 기업 경쟁력 살려야
주가 바탕은 ‘실적 주도 성장’
이재명 대통령이 6월11일 서울 영등포구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주식시장 불공정거래 근절을 위한 현장 간담회를 주재하고 있다./연합뉴스

최근 경제 전문가들 사이에서 “이재명 정부가 추구하는 건 ‘주가 주도 성장’”이라는 말이 돈다. 문재인 정부 시절 ‘소득 주도 성장’이란 유사 성장론으로 경제에 큰 주름살을 줬는데, 이번에는 주객이 전도된 성장을 추구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에서 나오는 말이다.

‘코스피 5000’을 공약한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 후 주가 부양 행보를 보였다. 정부·여당은 이사의 충실 의무를 주주로 넓히는 것을 골자로 하는 상법 개정 등으로 소액 주주 이익을 위하는 모습을 보였다. 주식 양도세 내는 대주주 기준을 강화하려다 주가가 하루 새 4% 가까이 떨어지는 역풍을 맞기도 했지만, 그 시도를 포기하면서 최근 주가는 고공 행진을 했다.

이 정부가 주가를 신경 쓰는 건 1400만 개미 투자자 표를 노리는 데 그치지 않는 것 같다. 이 대통령은 6월 첫 경제 행보로 주식시장을 찾았다. 그 자리에서 이렇게 말했다. “국민들이 주식 투자를 통해 중간 배당도 받고 생활비도 벌 수 있게, 부동산에 버금가는 대체 투자 수단으로 만들면 기업의 자본 조달도 쉬울 것이고 대한민국 경제 전체가 선순환할 것이다.”

이 말이 ‘주가 주도 성장’을 염두에 둔다는 근거 중 하나다. 대통령 말은 ‘부(富)의 효과(Wealth Effect)’를 가리킨다. 주가가 오르면 국민은 자산이 불었다는 생각에 소비를 늘리고 경제성장으로 선순환한다는 얘기다. 더 나아가 한국판 엔비디아를 만들거나 국민 성장 펀드로 혁신 기업을 키우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물론 우리나라 가계의 금융 자산 중 국내 주식 비율이 15%쯤이어서 가계 금융 자산 중 주식 비율이 45%가 넘는 미국과 비교하면 그 영향이 그다지 크지 않을 수 있다는 반론이 있다. 주가 상승이 소비 진작과 인과 관계가 옅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그렇지만 잘만 되면 ‘0%대 성장’ 늪에 빠진 한국 경제가 제 길을 찾는 데 도움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전제가 있다. 주가는 시장의 바람을 타고 오르락내리락하기는 하지만, 그 바탕은 상장 기업들의 실적이다. 돈을 버는 우량한 기업이 많아야 주가가 우상향한다. 그런데 정부·여당은 기업 경쟁력을 갉아먹는 입법과 정책에 몰두하고 있다. 노조 쟁의 대상이 늘어나 부담이 커지기 때문에 기업들이 반대한 ‘노란봉투법’을 통과시킨 게 대표적이다. 산업 재해를 막는 투자를 끌어내는 게 아니라 벌주기 일변도로 정책을 펴는 것도 마찬가지다. 게다가 주 4.5일제 등 기업 부담 늘리는 정책이 줄줄이 대기 중이다.

이 정부의 핵심 관계자가 된 이를 대선 전에 만난 적이 있다. 그는 문 정부 때 ‘소득 주도 성장’의 문제는 ‘무조건 임금은 높아야 하고, 무조건 금리는 낮아야 한다’는 정책을 편 것이라고 했다. 그 결과 자영업자는 최저임금 인상으로 고통을 겪었고, 서민은 집값 급등에 ‘내 집 마련’ 기회를 잃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경제정책은 ‘나만 옳다’는 고집을 버리고 상황에 맞춰 유연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주가 주도 성장’이 정부의 공식 구호가 될지는 미지수다. 그러나 적어도 이 대통령 말대로 ’국장(한국 주식시장) 복귀는 지능순’이 되려면 먼저 해결할 일이 있다. 우량 기업이 규제에 얽매이지 않고 돈을 벌 수 있게 해줘야 한다. 그래야 경제에 성장이 돌아오고, 성장이 ‘주(主)’가 돼서 ‘객(客)’인 주가 상승을 끌어낼 것이다. 미국 주가가 우상향하는 건 미국과 세계 경제를 이끄는 빅테크 기업들이 미국 주식시장에 있고, 이들이 성장도 뒷받침하기 때문이다. 이 정부는 ‘진짜’ 성장에 필요한 실용이 뭔지 되짚어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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