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유산 협의회 '시민 공론의 장' 만들다

장영환 기자 2025. 9. 24. 2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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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야와 신사 세계유산 도시를 만들다 ⑤

세계유산 보존활용협의회 창립
유산 관리 시민 참여 제도화
주민 의견→시정 계획 실행으로
자문 수준 넘은 유산 활용 단계
"시민 의견의 실질적 힘 발휘돼"
무나카타시 시민단체가 세계유산 관련 논의를 하고 있다.

세계유산은 흔히 국가나 행정이 지키는 거대한 문화재로 여겨진다. 그러나 무나카타시는 지난 2017년 유네스코 등재 이후, 유산 보존과 활용의 무게추는 행정에서 시민으로 옮겨가고 있다. 그 중심에는 무나카타 '세계유산 보존활용협의회(이하 협의회)'가 있다. 이 협의회는 보존과 정비, 교육과 관광을 아우르며 세계유산을 '살아 있는 공동체 자산'으로 만들고 있다.

'세계유산 보존활용협의회'란

협의회는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직후인 지난 2017년 7월 설립돼 행정기관, 종교기관, 학술기관, 시민단체가 함께 참여하는 거버넌스 체계를 구축한 단체다.

이 단체는 일본 문화재보호법에 근거해 설립된 공식 조직으로, 유산의 보존·정비·전승·활용·수용이라는 다섯 가지 원칙을 토대로 활동한다. 후쿠오카현, 무나카타시, 후쿠쓰시, 무나카타 타이샤가 공동으로 참여하며, 연구자와 시민 대표가 가세해 합의에 기반한 정책을 마련하고 있다. 이를 통해 협의회는 세계유산 보존 관리계획을 수립하고 실행한다.

협의회가 설립된 이후 무나카타 세계유산에 대한 중요한 변화는 유산 관리의 주체가 행정에서 시민으로 확대됐다는 점이다. 협의회는 주민과 자원봉사단체가 주도하는 정화 활동, 경관 모니터링, 제례·축제 참여를 제도화해 세계유산을 모두의 공유 자산으로 만들었다. 세계유산을 주민 생활과 공존하는 지속 가능한 모델로 정착시킨 것이다.

협의회 설립 과정과 시민 참여
무나카타시청 아카다 씨가 세계유산 관련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시민이 참여하는 협의회가 탄생하기까지는 20여 년간의 준비와 논의가 이어졌다. 특히이 단체가 제도권에 편입되기까지 치밀한 협의와 여러 과정이 있었다. 지난 2009년, 세계유산 등재 추진을 위한 전문가회의가 가장 먼저 마련됐다. 현지 시찰과 과제 정리를 통해 보존·활용 거버넌스의 뼈대를 세우는 자리였으며, 이때까지만 해도 시민 참여는 주요 안건이 아니었다. 그러나 2010년대에 지역 상공·어업·농업·청년단체 등 23개 단체가 모인 '무나카타·오키노시마 세계유산 시민의 모임'이 결성되며 상황이 달라졌다. 이 단체는 강좌와 답사, 공연, 전단 배포를 통해 지역 여론을 형성했고, 협의회 설립 논의에서 강력한 참여 기반을 마련했다.

무나카타의 세계유산이 2017년 등재된 후, 무나카타시는 '세계유산 보존활용 검토위원회' 같은 전문적인 논의의 장을 연이어 열었다. 여기서 '세계유산 조례', '보존관리계획·정비계획' 등 안건이 상정됐고, 시민단체와 시민들을 어떻게 '세계유산 제도권'에 위치시킬지에 대한 말이 오고갔다.

그 결과 다음해 무나카타시에서는 구체적인 쟁점이 떠올랐다. '그동안의 시민의 활동을 어떻게 보답할 것인가?'였다. 이에 대해 시는 '신성한 구역은 보존, 주변부는 활용'이라는 원칙을 설정하고, 세계유산의 기본적인 보존은 시가 맡되, 유산을 '활용'하는 것은 시민이 담당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예를 들어 축제나 각종 행사 시 세계유산 부속 공간 활용, 중요 시설을 제외한 기타 시설의 관리 같은 세부적 운영 규칙이 논의됐다. 무나카타시청에서 세계유산 관련 업무를 하는 아카다 아츠시 씨는 "이 해 협의회의 논의는 세계유산에 관한 시민 참여 매뉴얼을 만드는 계기가 됐으며, 이를 통해 시민 참여 활동의 범위와 절차가 점차 명확히 됐다"고 전한다.

세계유산 '공론구조'가 만들어지다

아카다 씨에 따르면 무나카타시는 지난 2018년 치열한 논의 이후 시민의 의견은 세계유산 시정 활동에 구체적으로 반영되기 시작했다. '세계유산 마을만들기', '신사 경내 정비계획' 같은 시정 사업에서 시민 워크숍·공개 설명회·시민 의견 경청회 등이 의무 절차로 자리잡았다. 세계유산에 관한 시정에 시민의 참여는 반드시 전제된 것이다. 이는 신바루·누야마 '고분군'의 일부가 있는 무나카타 이웃 도시 후쿠쓰시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주민 설명→의견 수렴→시정 계획 실행의 절차는 이웃도시까지 참고하게 됐다.

그 결과 지난 2021년 이후 협의회는 시민 참여를 상시 운영 체계로 전환했다. 세계유산 '보전 활동'에 인증제를 도입했다. 지역 기업, 학교, 시민단체, 개인 등이 신청서를 제출하면 협의회가 공식 파트너로 인증해 활동을 지원한다. 참여자는 해안 정화, 불법 투기 감시, 유산 홍보 등 다양한 현장 활동에 나선다. 이러한 활동은 신청·연락·실행·보고의 네 단계 절차를 거치며, 협의회는 이를 기록화해 관리한다. 자발적 봉사 활동을 개인적 실천에 머무르게 하지 않고, 협의회 사업의 일부로 만든 것이다.
무나카타시청 세계유산 및 국제교류 관계자들이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공론구조의 핵심 중 하나는 현재 약 90명의 '시민학예원'이다. 이들은 방문객에게 세계유산과 관련한 유물과 역사를 설명하고 어린이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지역의 전통과 문화를 전한다. 박물관 운영과 해설의 주체가 행정 담당자에서 지역 주민으로 확대된 구체적인 사례다. 시민학예원의 중요한 역할은 협의회의 '공론구조' 속에서 행정과 전문가, 시민을 연결하는 가교 역할을 담당하는 것이다. 이들은 시민학예원으로 활동하며 현장의 문제와 개선 의견을 협의회에 전한다. 이는 전시관 관리와 세계유산 활용에 대한 전반의 개선으로 이어지며 협의회 의제로 반영된다. 또한 협의회 산하 각종 전문 회의와 시민 워크숍에도 참여해 의견을 개진한다. 시민학예원은 세계유산 교육을 받은 주민으로서, 생활 현장의 요구와 문화재적 가치를 동시에 고려하는 발언을 제시하며 정책 논의 과정에 참여한다.

아카다 씨는 "협의회 '공개 의견 수렴' 절차에서도 시민학예원의 존재감은 크다"며 "일반 주민보다 전문적 이해를 갖춘 시민학예원은 행정과 그 실행 계획안에 대해 현실적 대안을 제시하며, 시민 의견이 실질적 힘을 발휘하도록 돕는다"고 전한다.

시민학예원 외 현재 '무나카타세계유산 시민회'는 세계유산 관련 기념행사 때마다 총회를 열고 무나카타 시와 협의회에 정책 의견을 개진한다. 세계유산 보전과 활용에 대한 협력 요청이나, 필요한 실행 사안을 논하면 행정과 협의회는 실행 단계에 이를 반영하거나 상위 기관과 협력해 정책을 펼친다. 이를 통해 행정·시민단체·협의회가 삼각축을 이루는 상설적 공론·실행 구조가 만들어졌다.

이처럼 무나카타 세계유산 협의회를 중심으로 한 세계유산에 대한 '시민 참여 제도화'는 유산 관리의 주체를 넓히고 유산의 지속 가능성을 강화하고 있다. 행정과 종교기관, 전문가 중심에서 출발한 협의회가 이제는 주민·기업·단체의 손길을 제도권 안으로 끌어들이면서, 세계유산은 모두가 함께 지키고 활용하는 살아 있는 자산이 되고 있다.

세계유산 기획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오카 타카시 씨는 "세계유산에 대한 각 단계적 논의를 거쳐 시민이 활동의 주체가 된 것은 세계유산 관리의 패러다임을 행정 독점에서 시민 협치로 확장한 대표적 사례"로 평가했다.

한국의 위원회가 행정기관의 자문 성격이 강하다면, 무나카타의 협의회는 지속적인 행정적 논의를 거쳐 만들어진 만큼 제도적인 성격을 띠고 있다. 오카 씨는 "여기서 심의된 보존관리계획이나 활용 기본구상은 행정적 구속력을 가진다"고 설명했다.

결국 무나카타 협의회는 전문가·행정 중심의 위원회 체계에서 한 단계 나아간 사례라고 풀이할 수 있다. 시민과 기관이 함께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구조를 제도화한 점은 세계유산 관리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는 모델로 한국에 시사점을 던진다.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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