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서 비핵화 구상 ‘END’ 내놓은 이대통령…‘북핵 용인’ 딜레마는 숙제

오수현 기자(so2218@mk.co.kr), 김성훈 기자(kokkiri@mk.co.kr), 김덕식 기자(dskim2k@mk.co.kr) 2025. 9. 24. 2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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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대통령, END 지지 호소
불씨꺼진 대북대화 재개위한
대결종식·평화공존 3단계 구상
위성락 “선후없는 포괄적 접근
과거 남북미 합의와 일맥상통
李자주국방 전제는 美핵우산”
野 “실패한 대북정책 재탕”
이재명 대통령이 유엔총회에서 기조연설을 하는 모습. [UPI =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간) 유엔 총회 기조연설에서 ‘END’ 평화 구상을 밝힌 뒤 단계적 비핵화론에 대한 지지 확보에 나섰다. 국제사회의 지원을 기반으로 ‘교류(Exchange)·관계 정상화(Normalization)·비핵화(Denuclearization)’로 이뤄진 이른바 END 구상에 시동을 걸고 미·북과 남북 대화 재개를 끌어내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이 대통령은 23일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연설을 마친 후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과 만나 END 구상에 대한 지지와 협조를 당부했다.

이 대통령은 “한반도의 평화와 안보는 국제사회의 평화, 안보와도 연계돼 있다”면서 “(남북이) 갈등과 대립을 넘어 대화와 협력의 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유엔이 지원해달라”고 말했다. 이에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이 같은 이 대통령의 대북정책 구상을 “현명한 접근”이라고 평가하며 지지를 약속했다고 대통령실이 전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미국 내 외교안보 여론 주도층과 만찬을 하고 END 구상의 내용과 목표를 설명했다. 이어 24일에는 한국 정상 중 최초로 유엔안전보장이사회 의장 자격으로 공개 토의를 주재하며 END 구상을 소개할 전망이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이 2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한 호텔의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유엔 총회 기조연설, 정상회담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위성락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은 이날 뉴욕 현지 프레스센터에서 브리핑을 열어 한반도 대결시대 종식을 위한 이 대통령의 END 구상을 부연했다.

위 실장은 “END 구상의 교류, 관계 정상화, 비핵화 원칙은 과거 남북 합의와 2018년 북·미 싱가포르 공동성명 등에서도 강조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세 가지 요소는 각각 하나의 과정으로서 서로 간 우선순위와 선후관계가 있는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이 ‘END’라는 이름을 붙이기는 했지만 구체적인 방법론은 모두 앞서 남·북·미가 합의했던 것임을 강조한 셈이다.

위 실장은 END 구상의 각 요소에 순서를 두지 않고 긍정적인 상호작용을 일으킬 수 있도록 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또한 위 실장은 관계 정상화의 의미가 남북이라는 두 국가를 전제로 하느냐는 질문에 “우리는 두 국가를 지지하거나 인정하는 입장에 있지 않다”면서 “남북관계는 통일을 추진하는 과정에서의 특수관계라는 게 정부 입장”이라고 선을 그었다.

위 실장은 이 대통령의 ‘자주 국방론’이 한미 확장억제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반박했다.

그는 “북한이 핵과 미사일을 개발하고 있고, 우리는 핵을 갖고 있지 않다”면서 “우리가 비대칭적 분야 억제력을 위해 미국 확장억제력이 필요하다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했다. 또 “(앞으로 정부가) 자주국방을 더 많이 얘기하더라도 핵 억지력에선 동맹국의 핵우산을 기대하는 것”이라고 했다.

주요 7개국(G7) 외교장관들은 이날 뉴욕에서 회의를 한 뒤 공동성명에서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원칙을 분명히 했다. 장관들은 회의 이후 내놓은 공동성명에서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와 (북한의 일본인) 납치 문제의 즉각 해결을 위한 우리의 의지를 재확인한다”고 밝혔다.

이재명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유엔 총회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한반도 평화 정책으로 교류(Exchange)·관계 정상화(Normalization)·비핵화(Denuclearization)가 담긴 END 구상을 발표했다. [사진 = 연합뉴스]
국내에서는 이 대통령이 내놓은 END 구상에 대해 기대감과 회의론이 엇갈린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석좌교수는 “이 대통령이 현실적, 단계적 해법을 통해 한반도 평화의 페이스메이커 역할을 하겠다는 뜻을 재확인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그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이 대통령의 케미스트리는 북한이 대화의 장에 나와 합리적 협상을 벌일 수 있는 최적의 조합”이라며 북한이 이번 기회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야권에서는 END 구상이 ‘적대적 두 국가론’을 고착화하고 북한 핵보유만 용인하게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사진 = 연합뉴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END 구상은 실패한 좌파 대북정책의 재탕에 불과하다”면서 “결국 대북 퍼주기와 북핵 용인이라는 결말로 끝날 ‘가짜 평화’ 구상”이라고 깎아내렸다.

미국 주요 당국자 발언을 종합하면 미·북대화가 단기간에 재개되긴 어려운 상황인 것으로 파악된다. 위 실장은 브리핑에서 미·북대화 재개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 “제가 알고 있는 범위 안에서는 현재 북·미 간에 이렇다 할 논의가 있는 것 같지 않다”고 답변했다.

같은 날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국 국무부 고위 당국자는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가 여전히 미국의 정책이라면서 지금 당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지도자(김정은 국무위원장)를 만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한편 위 실장은 브리핑에서 한미 관세협상 교착 국면과 관련해 “가급적 빨리 타결되면 좋겠고,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에서 타결되면 좋겠다”는 희망을 밝혔다. 그는 “사실 정상회담 계기에 맞춰 타결하란 법은 없으며 (APEC 개막) 전에라도 접점을 찾으면 타결할 수 있다는 입장”이라고 했다.

[뉴욕 = 오수현 기자 / 서울 = 김성훈 기자 / 김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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