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케 통해 日 지리·역사·풍습 이해하게 됐죠” [차 한잔 나누며]
일본 47개 광역단체 모두 주조
지역 고유 이야기 등 담겨 주목
칼럼 연재에 올 초엔 책도 펴내
수집하고 마시며 2400종 기록
“남 좇지 않고 유일한 영역 개척”
‘소주 한 잔 사케 일 잔’의 저자 이창현(51)씨는 원래 한국·일본 양국의 물류 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사람이다. 2018년 가을 10t 윙바디 트럭 23대를 한 달 안에 섭외하기 위해 일본 최대 물류회사 일본통운을 설득, 끝내 계약을 성사시켰던 일화를 풀어놓을 때면 지금도 눈빛이 반짝인다. 그 트럭들이 LED와 조명 등 각종 공연장비를 싣고 일본 열도를 누벼 BTS의 성공적인 일본 돔 투어에 일조했다.

지난 22일 도쿄 다이토구 사무실에서 만난 이씨는 “그간 일본 곳곳을 누비며 쌓은 각지의 지리·역사·풍습에 관한 지식의 조각들이 사케를 통해 하나로 맞춰지는 듯한 재미가 있었다”며 “전문가나 관련 서적이 많아 ‘남의 뒤를 따라가는’ 수준이었던 와인 공부와 달리, 알면 알수록 어지간한 현지인을 능가하게 되는 ‘나만의 유일 영역’을 개척한다는 확신이 들었다”고 돌아봤다.


이씨는 현재 재일 한국인이 운영하는 물류업체 코나폰에서 영업본부장으로 일하고 있다. 일본 정부의 정책 변화에 대응하고 정보를 공유하기 위해 한인물류협회를 만드는 일에도 힘을 쏟고 있다. 20대 때 1년간 도쿄 인근에서 워킹홀리데이를 하면서, 30대 초반엔 부인, 갓난아기와 함께 외지에 정착하느라 눈물 젖은 빵을 수없이 먹었던 그에게 일본 진학이나 취업을 고려하는 한국 청년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없느냐고 물었다.
“일본은 지원자가 부족해 채용을 하기 힘들 정도로 취업의 문이 활짝 열려 있어요. 제가 20대였을 때는 ‘한국인이라 곤란하다’며 패스트푸드점 아르바이트를 거절당하기도 했는데, 지금은 일본인이 먼저 다가와 한국말 대화를 시도하는 일이 종종 있을 정도로 우호적이죠. 일본이 정체돼 있다는 이유로 다들 영어나 중국어를 배울 때 오히려 일본어를 익히거나 일본에 진출하는 게 무궁무진한 기회를 열어줄 수 있어요. 남하고 다르게 움직여야죠.”
도쿄=글·사진 유태영 특파원 anarchy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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