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 경제학상 제임스 로빈슨 “계엄 선포, 한국 민주주의 후퇴…국민이 희망”

김대중평화회의에 영상 메시지
민주화, 물결과 반물결 반복 강조
“DJ, 국민 참여 보장 애쓴 지도자
중·러·북, 권력의 부패로 한계”
“많은 사람이 한국 민주주의에 대해 불안해하고 있습니다. 계엄 선포 시도는 ‘민주주의 후퇴’를 보여주는 한 사례로 꼽힙니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제임스 로빈슨 미국 시카고대 교수는 24일 전남 영암 현대호텔에서 열린 2025 김대중평화회의 기조연설 ‘평화경제: 세계와 한반도를 위한 전략’에서 한국의 민주주의 위기를 경고했다. 그는 시카고대 개강 일정으로 현장에는 참석하지 못하고 45분가량의 영상으로 메시지를 전했다.
로빈슨 교수는 “민주주의가 세계 곳곳에서 위기를 맞고 있고,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라면서 “한국은 중국과 북한, 러시아 같은 비민주주의 국가에 둘러싸여 있어 민주주의의 후퇴에 특히 취약하다”고 지적했다. 북한을 ‘착취적 경제제도의 전형’으로 지목한 그는 중국의 독재 체제와 러시아의 사례를 언급하며 권력의 부패와 한계를 짚었다. 소련의 경제성장 역시 일시적 착취적 성장에 불과했다고 평가했다.
세계적 석학인 로빈슨 교수는 정치·경제 제도의 차이가 국가의 흥망을 좌우한다는 연구로 주목받았다. 다론 아제모을루와 함께 쓴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로 널리 알려졌다. 2024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했다.
그는 민주주의의 발전과 후퇴를 “물결과 역물결”에 비유했다. 19세기 영국과 서유럽, 라틴아메리카에서 번진 첫 번째 민주화 물결은 1930년대 독재와 파시즘에 무너졌고, 2차 세계대전 뒤 라틴아메리카와 아프리카로 이어진 두 번째 물결도 쿠데타와 군사정권의 등장으로 역류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1990년대 민주주의의 세 번째 물결이 일었지만, 오늘날의 민주주의 후퇴 현상은 바로 그 역물결”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원인으로 “민주주의는 삶을 변화시키겠다고 약속하지만 기대가 지나치게 높아 실망이 뒤따르고, 결국 대안을 찾으려는 움직임으로 이어진다. 이 때문에 민주화의 물결과 역물결은 반복적으로 나타난다”고 분석했다.
특히 로빈슨 교수는 “민주주의는 경제성장과도 깊은 관련이 있으며, 위기를 극복할 힘은 국민에게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시민이 그런 모습이기 때문에 도시가 그런 모습인 것’이라는 플라톤의 말을 인용해 “한국에서 정치적 포용을 만들어낸 요인은 바로 국민”이라며 “개방적이고 포용적인 사회를 위해 싸운 국민의 결의가 한국의 정치적 포용을 끌어냈다”고 말했다.
이어 김대중 전 대통령의 삶을 언급하며 “민주주의를 위해 투쟁하고 독재를 무너뜨리며 국민의 참여와 대표성을 보장하려 애쓴 지도자였다”며 “민주주의가 도전받는 시대일수록 김대중평화센터 같은 기관의 역할이 더욱 중요하다”고 했다.
김대중평화회의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민주주의·인권·평화 정신을 기리기 위해 마련된 국제회의다. 2021년과 2023년에 이어 올해가 세 번째다. 이번 회의는 이날부터 26일까지 사흘간 전남 영암과 목포에서 개최된다.
고귀한 기자 g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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