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전문직 비자 추첨, 무작위서 ‘소득 높을수록 유리하게’
위법성 논란…법정 좌초 가능성
외국인 신규 취업은 더 위축될 듯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전문직 비자(H-1B)의 추첨 방식을 고소득, 고숙련 노동자를 우대하는 쪽으로 개편하기로 했다. 최근 비자 수수료를 1인당 10만달러(약 1억4000만원)로 대폭 인상하기로 한 데 이어 외국인의 미국 내 취업 문턱을 더욱 높이려는 조치로 풀이된다.
23일(현지시간) 미 연방 관보에 따르면 국토안보부는 H-1B 비자 발급 규정과 관련해 임금 수준별로 가중치를 두어 가장 임금이 높은 구간에 속한 근로자들에게 더 많은 추첨 기회를 부여하도록 하는 내용의 잠정 규정을 제안했다. 기존에는 모든 비자 신청자들을 대상으로 무작위 추첨하는 방식이었다.
잠정 규정에 따르면 비자 신청자는 임금(연봉) 수준에 따라 네 개 그룹으로 나뉘며 이 중 최고 구간인 16만2528달러(약 2억2700만원) 이상에 해당하는 신청자들은 네 번의 추첨 기회를 얻는다. 반면 가장 임금이 낮은 구간인 8만5006달러(약 1억2000만원) 이하의 경우 한 번만 추첨에 들어간다. 국토안보부는 비자 신청이 의회가 정한 발급 한도(연간 8만5000개)를 초과할 경우 이 제안을 적용하겠다면서 최근 10년 동안 매년 신청자가 더 많았다고 밝혔다.
이번 조치가 실행되면 대학 또는 대학원 졸업 후 신규로 일하려는 외국인들의 기회가 크게 위축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뉴욕타임스는 비자 수수료 인상으로 수수료를 감당할 수 있는 대기업과 스타트업 간 격차가 심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국토안보부는 30일 동안 잠정 규정에 대한 의견 수렴을 거쳐 확정할 예정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첫 집권기에도 임금 수준에 연동해 특정 직군에 한정적으로 H-1B 비자를 내주는 방식으로 제도를 개편하려 시도했으나 2020년 대선에서 패하고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실현되지 않았다.
비자 수수료 인상과 더불어 이번 조치 역시 법정에서 좌초될 가능성이 있다. 블룸버그는 신청 순서에 따라 비자를 발급하도록 한 이민국적법에 따라 해당 방안이 위법 소지가 있다고 전했다.
실제 실리콘밸리 등을 중심으로 미국에서 H-1B 인력이 가장 많은 캘리포니아주는 연방정부의 비자 정책 변경의 위법 여부를 검토해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롭 본타 캘리포니아 검찰총장은 블룸버그와 인터뷰하면서 “(비자 조치 관련) 법률 위반 여부에 대해 평가할 것이다. 우리가 정책에 동의하지 않더라도 법적으로 괜찮다면 이의를 제기하지 않겠지만 불법인 경우에는 제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 비자를 통해 캘리포니아로 온 인재 없이 우리는 여기에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유진 기자 yj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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