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는 종이호랑이…우크라, 영토 수복 가능” 트럼프의 변심

정유진 기자 2025. 9. 24. 20:43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젤렌스키와 회담 후 SNS에 글…알래스카 회담 실패 후 급선회
“러 군용기 나토 영공 침범 땐 격추” 발언까지…“신중해야” 비판
나토에 계속 무기 공급 의사…유럽 “환영” 외신 “진의 불분명”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에 뺏긴 영토를 모두 되찾을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 러시아 군용기가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영공을 침범하면 격추해야 한다고 말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알래스카 회담이 실패로 끝난 데 좌절한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에 대한 태도를 급선회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23일(현지시간) 미 뉴욕 유엔총회를 계기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회담한 후 소셜미디어에 글을 올려 “전쟁이 러시아에 초래한 경제적 어려움을 볼 때 시간과 인내, 유럽연합(EU)과 나토의 지원이 있다면 우크라이나가 전쟁이 시작됐을 당시의 원래 국경을 회복하는 것은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는 실질적인 군사 강국이라면 이기는 데 일주일도 걸리지 않았을 전쟁을 3년 반 동안 목적 없이 싸우고 있다”면서 “이는 그들을 ‘종이호랑이’처럼 보이게 만든다”고 비판했다. 그는 “러시아 국가 재정 대부분이 전쟁에 사용되고 있다는 것을 러시아 국민이 알게 된다면, 왜 안 되겠나. 어쩌면 우크라이나는 (원래 영토 회복) 그 이상도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나토가 무기를 가지고 자신들이 원하는 것을 할 수 있도록 나토에 계속 무기를 공급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유럽이 러시아산 석유 구매를 끊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등 조만간 대러 제재에 나설 의향도 내비쳤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불과 한 달여 전 푸틴 대통령과 알래스카 회담을 한 후 우크라이나에 영토 양보를 압박하던 것에서 180도 달라진 태도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영토를 양보해) 거래를 성사시키라고 조언하고 싶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이날 취재진과의 질의응답에서 ‘나토 국가들이 러시아 군용기가 영공을 침범하면 격추해야 한다고 생각하느냐’고 묻자 “그렇다”고 답했다. 최근 폴란드와 에스토니아 등 나토 회원국 영공을 러시아 무인기·전투기가 침범하는 사례가 있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러시아 군용기를 격추하는 나토 회원국을 지원할 의향이 있냐는 질문에는 “상황에 따라 다르다”고 답했다. 푸틴 대통령을 아직도 믿느냐는 질문에는 “한 달쯤 지난 뒤 알려주겠다”고 했다.

유럽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환영의 뜻을 내비쳤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이 푸틴 대통령의 정보를 오랫동안 신뢰해 왔지만 “그것이 진실과는 거리가 멀다는 것을 서서히 깨닫고 있다”고 말했다. 라도스와프 시코르스키 폴란드 외교장관은 영공을 침범한 러시아 전투기를 격추하라고 촉구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소셜미디어에 공유하면서 “그렇게 할 것”이라고 썼다.

워싱턴포스트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발언은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위한 그의 노력이 얼마나 변덕스러운지를 여실히 보여준다”면서 “우크라이나 정부 인사들조차 사석에서는 조만간 영토를 완전히 되찾기 어려울 것이라 인정하는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그보다 더 나아간 것”이라고 지적했다. 뉴욕타임스는 트럼프 대통령 발언의 진의는 알 수 없다면서 “트럼프의 (영토 수복) 선언이 이 잔혹한 분쟁의 판도를 바꿀 게임 체인저가 될지, 또 어느 쪽에 유리하게 작용할지는 몇달은 지나야 명확해질 것”이라고 보도했다.

러시아 군용기를 격추하라는 발언에 대해서는 확전을 부추길 수 있다는 점에서 신중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은 이날 CBS 인터뷰에서 “러시아 항공기가 (나토 영공을 침범한다 해도) 선제공격하지 않는 한 즉시 격추해야 한다고 말한 사람은 아무도 없다”며 트럼프 대통령과 상반된 발언을 했다.

워싱턴 | 정유진 특파원 sogun77@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