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어난 곳이 죄인가"···광주·전남 균형발전 구호 '공허'

이삼섭 2025. 9. 24. 1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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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전남 ‘지리적 차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KTX 배차·무안공항 재개항 지연 등 교통 취약지 전락
섬 다리 연결돼도 비싼 요금 여전…전남 피해 고스란히
이대론 '기울어진 운동장' 가속…판 갈아 엎을 동력 필요
9월 23일 광주송정역 앞에서 광주시를 비롯한 지역 정치권이 호남선 증편 촉구 결의대회를 진행 중이다. 광주시

"지역을 골라서 태어날 수도 없는데…. 특정 도시와 시·군에서 살아간다는 이유 만으로 차별을 받는다 건 견딜 수 없어요. 국가 재정이 투입되는 사회간접자본(SOC)은 특히 더 그렇죠.."

24일 광주송정역에서 만난 김모(40대)씨의 말이다. 최근 광주·전남 지역민들은 교통에 더해 생활에서까지 불이익을 감수해야 하는 현실에 분개하고 있다. KTX 호남선 차별이 대표적이다. 무안국제공항은 1년 가까이 '재개항' 시점조차 잡지 못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전남지역 연륙 섬의 택배 요금 차별 문제까지 불거졌다. 산업화 시대 '경부축'을 중심으로 발전하면서 상대적으로 소외받던, 호남의 역사가 현재 진행형이라는 평가다. '지정학적 차별'이 단순한 불편함을 넘어, 사회구조적 문제로 더욱 공고해 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 KTX 주말 증편서 드러난 차별

최근 지역사회 공분이 일고 있는 KTX 호남선 문제는 광주·전남지역을 향한 뿌리 깊은 차별을 상징한다. 호남선은 주중 대비 주말 1회 증편할 동안 경부선은 21회 증편한 것이다. 피크시간대(7~9시, 17~19시) 증편은 호남이 0대인 데 반해 경부선은 5회 늘렸다. 강기정 광주시장은 "차곡차곡 쌓여온 불균형과 매일매일 느껴지는 시민들의 불편함이 평택~오송 2복선화 작업(2028년 완공) 이전에도 하나씩 바로잡혀야 한다"고 지적했다.

KTX 개통 때부터 문제였다. 경부선은 2005년, 호남선은 2015년으로, 무려 11년 차이가 났다. 광주송정역은 당초 설계할 때부터 수요량(일 8천785명)을 턱없이 낮게 잡는 바람에 고속철도 역 가운데 최소 수준으로 지어졌다. 그 결과 광주송정역 이용객들은 좁은 역사로 인한 불편을 십수년째 겪고 있다.

무안국제공항 재개항 문제도 지역 차별로 번지는 모양새다. 무안공항은 지난해 12월 말, 항공기 활주로 이탈사고로 인해 현재까지 폐쇄 중이다. 당초 10월에서 내년 1월로 연장된 것이다. 이 마저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 재개항에 필수적인 로컬라이저 철거도 이뤄지지 않은 탓이다. 광주·전남민들의 해외 하늘길이 막히면서 지역 여행업계는 고사 직전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방관만 하는 모습이다. 재개항 로드맵도 제시하지 않고 있다.

광주·전남 여행업계는 무안공항 폐쇄로 올해 2천억원이 훨씬 뛰어 넘는 매출 손실이 발생할 것이라고 추정했다. 그런데도 관광업계에 대한 지원은 손 놓은 상태다. 광주공항에 국제선을 임시로라도 해달라고 해도 묵묵부답이다. 지역 여행업계는 광주·전남지역에 대한 명백한 차별이라고 주장한다. 광주지역 'T 여행사' 대표는 "무안공항이 아니라 인천공항, 김해공항이었으면 이러진 않았을 것"이라며 "우리 지역에 대해 손을 놓고 있다. 너무 힘든 상황이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생활 영역에서의 차별도 명백하다. 그동안 쿠팡을 비롯한 온라인 쇼핑몰 사업자들이 다리가 놓인 '연륙 섬'에 대해서도 추가적으로 배송비를 부과한 것이 24일 드러났다. 택배사들은 도서산간지역의 경우 추가 배송비를 책정한다. '전자상거래 등 소비자보호지침'에 따라 원칙적으로 다리가 놓이면 추가 배송비를 부과하면 안 됨에도 차별적 요금을 청구한 셈이다. 그 피해 대부분은 전남지역에 쏠린 것으로 추정된다. 전남은 전국 섬 3천390개 중 2천18개(59.5%)를 차지한다. 특히 전남의 한 섬은 다리가 생긴 지 5년이 지났음에도 섬 주민들은 비싼 요금을 지불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착화된 악순환…"판을 뒤엎어야"

전문가들은 '지정학적 차별'이라고 지적한다. 단순히 지리적 위치에 따른 차별을 넘어 정치와 밀접하게 결부해 교통·물류·공공서비스 등에서 불이익을 받는 구조적 불평등이 여전히 작동하고 있다는 의미다. 전문가들은 이재명 정부의 '5극 3특' 정책 또한 호남권역에 대한 '기울어진 운동장'을 더욱 심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한다.

그 간 수도권·충청권·대경권·동남권을 중심으로 투자가 집중됐다. 인구 증가는 정치력까지 끌어올렸다. 반면 광주·전남은 투자가 더딘 상태에서 취약한 산업구조 등으로 인해 인구 소멸과 정치력 약화라는 악순환 만 되풀이 됐다. 산업은 물론 교통·문화 인프라 등 생활 영역 전반에서 차별을 겪는 이유다.

문제는 현재 같은 관성이 지속되면 호남권에 대한 차별적 구조가 나아지긴커녕 타 권역과의 격차가 더욱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김대성 한국거버넌스학회장(전남연구원 사회정책연구실장)은 "소외된 호남축의 정치력 부재가 현재의 KTX 차별과 같은 현상을 발생시키고 있다"면서 "광주·전남지역에서 관성으로 지나칠 게 아닌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판을 뒤엎어야 하고, 중앙에서도 새로운 도약을 위한 도움을 확실하게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삼섭기자 seobi@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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