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재휘의 시네필] 괴물이 된 인간과 인간이 된 괴물, 근대성에 대한 우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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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 셸리의 '프랑켄슈타인, 또는 현대의 프로메테우스'를 영화화하는 작업은 러브크래프트의 '광기의 산맥'과 더불어 기예르모 델 토로가 필생의 숙원으로 손꼽아온 것이었다.
그런 만큼 이 프로젝트가 '프랑켄슈타인'(2025)으로 결실을 보기까지의 과정은 실로 파란만장했다.
그러한 진통을 겪고 나서야 선보인 델 토로의 '프랑켄슈타인'은 단연 돋보이는 걸작이자 경력의 한 집대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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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 셸리의 ‘프랑켄슈타인, 또는 현대의 프로메테우스’를 영화화하는 작업은 러브크래프트의 ‘광기의 산맥’과 더불어 기예르모 델 토로가 필생의 숙원으로 손꼽아온 것이었다. 그런 만큼 이 프로젝트가 ‘프랑켄슈타인’(2025)으로 결실을 보기까지의 과정은 실로 파란만장했다. ‘판의 미로’(2006)를 마친 직후 ‘쇼생크 탈출’(1994)의 명장 프랭크 다라본트가 집필한 각본을 쥐고 시도했으나 작가 조합 파업으로 인해 들어갈 시기를 놓쳤고, 그 후 ‘프랑켄슈타인’(1931)과 ‘프랑켄슈타인의 신부’(1935)의 이야기를 합친 영화의 구상을 밝혔으나 연출의 통제권을 보장받지 못해 이 또한 무산되고 말았다.

넷플릭스와의 협업으로 재가동하게 되었지만 촬영에 들어갈 시점에 주연으로 내정된 앤드류 가필드의 일정이 충돌하면서 제이콥 엘로디로 교체하는 소동까지 겪어야 했다. 그러한 진통을 겪고 나서야 선보인 델 토로의 ‘프랑켄슈타인’은 단연 돋보이는 걸작이자 경력의 한 집대성이다. ‘크림슨 피크’(2015)의 고딕 미장센, ‘나이트메어 앨리’(2021)의 치밀한 시대 고증, ‘셰이프 오브 워터’(2017)에서 두드러진 소수자에 대한 휴머니즘적 감수성이 조화롭게 어우러진 이 영화에서 델 토로는 자신이 탐미주의에 대한 스타일리스트의 집착과 장르에 대한 마니아적 열정을 넘어선 진중한 사색가로 거듭났음을 증명해 보인다.
2막의 구성을 취하면서 영화는 전반부는 빅터 프랑켄슈타인 박사, 후반부는 몬스터의 몫으로 나누어 각자의 관점에서 이야기를 서술한다. 빅터는 근대적 정신의 속성을 함축한 인물이다. 의사인 아버지의 훈육을 받은 그는 인체를 여러 부품으로 구성된 기계장치처럼 인식하며, 파편화된 부위를 재조립하면 생명을 창조할 수 있다고 믿는다. 그러나 자연의 이치를 거스르고 정복하려는 그의 광기 어린 열망의 이면에는 근본적으로 죽음에 대한 공포, 어머니를 잃은 데서 나타나듯 전통적인 관계, 유기적 총체성이 해체된 것에 대한 불안과 위기감이 깔려있다. 조각난 신체를 얼기설기 엮은 외형의 몬스터는 전쟁터의 시신을 접합해 만들어진 것이다. 기존 질서를 붕괴시키며 합리적 이성과 진보를 과시하던 근대 사회는, 역설적이게도 잘려 나가 잃어버린 유기체적 합일성의 회복을 도착적으로 추구하며 ‘괴물’의 형태로 귀환시키는 것이다.
거울을 미장센으로 자주 활용하는 데서 암시되듯 ‘프랑켄슈타인’ 바탕에 깔린 모티브는 ‘투사’(projection)이다. 의도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잇달아 주변인들을 희생시키고 몬스터의 탓으로 돌리는 빅터는 자신의 창조물에게서 원망의 정신으로 모든 것들을 파괴하는 ‘괴물’로 전락해 버린 일그러진 자화상을 본다.

반면 이형(異形)의 존재에 거리낌 없이 폭력을 행사하는 인간의 현실을 경험했음에도 몬스터는 선에 대한 믿음을 잃지 않고, 타자와 관계 맺기를 희망하며 인간성을 키워나감으로써, 빅터와는 대척점을 이루며 근대 인간이 상실한 어떤 유토피아적 이상을 드러낸다. 인간이 괴물이 되고, 괴물이 인간이 되는 대비(對比)와 역전(逆轉)의 드라마. ‘프랑켄슈타인’을 통해 델 토로는 근대성에 대한 한 편의 철학적 우화를 조형해 내는 데 성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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