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의 울림, 22년 만에 다시…성덕대왕신종 타음 공개

황기환 기자 2025. 9. 24.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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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전 신청 3800명 중 771명 추첨 참여…“771년 조성 의미 담아”
경주박물관, 고유 진동 주파수 등 종소리 복원·보존 연구 본격화
▲ 국립경주박무관이 24일 열린 성덕대왕신종 타음조사 공개회를 앞두고 지난 23일 작은 타봉을 이용해 종의 맥놀이 현상과 고유 진동 주파수를 측정하고 있다. 국립경주박물관

국립경주박물관(관장 윤상덕)이 24일 오후 7시 성덕대왕신종 종각에서 '성덕대왕신종 타음조사 공개회'를 열었다.

이번 공개회는 22년 만에 국민들에게 종의 실제 울림을 선보이는 자리로, 사전 신청자 3800여 명 가운데 추첨으로 선정된 771명의 시민이 참여했다. 숫자 771은 성덕대왕신종이 조성된 해를 상징한다.

공개회에 앞서 박물관은 지난 22일 고해상도 정밀 촬영, 23일 비공개 사전 타음조사를 진행했으며, 24일 본 행사에서 전용 당목을 사용해 종 전체의 고유 진동 주파수를 측정했다.

이날 현장에서는 주낙영 경주시장, 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장, 김용옥 철학자 등 주요 인사도 함께했다.

공연 프로그램으로는 이애주한국전통춤회가 '천년 울림: 종(鐘)의 기원(祈願)'을 선보였다. 이 단체는 1986년, 2001년, 2003년 타종행사에서도 고 이애주 무용가와 함께 무대를 꾸민 바 있다.

성덕대왕신종은 높이 3.66m, 무게 18.9t의 신라 청동 범종으로, 장엄한 규모와 맑은 음색으로 국민적 사랑을 받아왔다.

하지만 균열 우려로 1993년 이후 일상적인 타종이 중단됐으며, 현재는 종소리 기록이나 상태 점검을 위한 제한적 타종만 허용된다.

경주박물관은 이번 조사를 시작으로 2029년까지 △고유 진동 주파수 분석 △외형 변화 및 표면 부식도 점검 △공간 음향 분석 △온습도·해충 피해 조사 등 종합 연구를 이어갈 계획이다. 조사 결과는 학술 심포지엄을 통해 공개된다.

2018년 학술심포지엄과 2023년 발간된 연구자료집에 따르면, 성덕대왕신종은 걸쇠와 용뉴의 구조적 약점, 야외 전시로 인한 온습도·기상재해 노출 등이 취약점으로 지적돼 왔다.

실제로 경주는 2016년 지진, 태풍 차바, 2022년 태풍 힌남노 등 잦은 재해를 겪으며 우려가 커졌다.

윤상덕 관장은 "22년 만에 성덕대왕신종의 아름다운 종소리를 국민들과 나눌 수 있어 기쁘다"며 "노출 전시로 인한 위험 요소를 예방하고, 보존·관람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신종관 건립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신종관은 음향 분석 결과를 반영해 최적의 소리를 구현하고, 개폐형 공간으로 설계해 해마다 한 차례 종소리를 국민께 들려드릴 수 있도록 하겠다"며 "평상시에는 종을 바닥에 내려 용뉴의 부담을 줄이고 상부를 가까이서 관람할 수 있도록 전시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성덕대왕신종의 타음조사는 단순한 학술 연구를 넘어, 국민과 공유하는 보존 행위라는 점에서 특별한 의미가 있다.

천년의 소리가 다시 울려 퍼진 이번 행사는 보존과 활용의 균형을 어떻게 잡을 것인가라는 과제를 던진다.

전문가들은 "신종관 건립이 단순 시설 확충이 아니라, 세계적 문화유산을 지키는 지속 가능한 관리 모델이 돼야 한다"고 강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