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원녹지법 vs 주차장법···전기차 충전소 지상 이설 '난관'

윤병집 기자 2025. 9. 24. 1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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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시, 화봉공원 충전소 이전 추진
시설비율 법적 최대치 근접 '걸림돌'
기존 시설물 철거 복지 훼손 등 우려
충전소도 의무조항이라 철거 못해
시 "전국 사례 없어"···대책 마련 고심
울산 화봉공원 지하주차장에 설치돼 있는 전기차 충전소.

인천 청라 전기차 화재 이후 울산시가 공공시설물 지하에 설치된 전기차 충전소를 지상으로 이설하는 사업을 추진하는 가운데, 일부 근린공원이 지상 시설물을 추가할 경우 '공원녹지법' 위반 소지가 있어 행정당국이 고심에 빠졌다. 관련법에 예외조항이 없는 데다, 또 다른 현행법인 '주차장법'에서는 전기차 충전소를 의무적으로 설치하도록 하고 있어 자칫 '법의 사각지대'가 '안전 사각지대'를 만들 수 있단 우려가 나온다.

24일 울산시에 따르면 북구의 근린공원인 화봉공원·강동중앙공원 두 곳의 지하주차장 내 전기차 충전소를 지상으로 이설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시는 지난해 8월 인천 청라의 공동주택 지하주차장에서 발생한 대규모 전기차 화재를 계기로 시민 안전과 화재 확산을 예방하기 위해 공공시설물 지하주차장 내 전기차 충전소를 지상으로 옮기는 작업을 하고 있다.

이에 최근 울산시는 시설물관리를 이관했던 북구와 관련 협의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 화봉공원의 시설비율이 이미 한도치에 다달아 현 상태로는 이설이 불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도시공원 및 녹지 등에 관한 법률(이하 공원녹지법)에 따르면 도로, 화장실, 놀이터 등 시설물은 근린공원 전체 면적의 최대 40%까지만 설치가 허용된다. 나머지 60% 이상은 녹지비율로 유지를 해야 한다. 관련해 별도의 예외조항은 없다.

지하주차장을 제외한 화봉공원의 면적은 1만1,422.7㎡로, 녹지가 6,872㎡, 시설이 4,550㎡를 차지하고 있다. 시설비율은 39.8%로 최대한계치인 40%의 턱밑까지 다달아 있다.

결국 공원을 확장해 녹지비율을 높여 시설물을 설치할 공간을 마련하거나, 기존 시설물 중 일부를 철거해 시설비율을 낮춰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어려운 부분이 많다.

공원을 확장할 경우 막대한 예산과 각종 행정절차를 수반하게 되는데, 화봉공원의 경우 4면이 도로와 주거단지로 둘러싸여 있고 확장이 크게 제한되는 형세다. 기존 시설물을 철거한다면 이용자의 휴식과 운동 등 주민들의 복지가 훼손될 우려가 크다.

그렇다고 전기차 충전소를 철거할 수도 없는 노릇인 게, 일정 크기의 주차장은 일정 비율의 전기차 주차구역과 설비를 갖추도록 현행법 상 의무조항이 있기 때문이다.

주차장법상 전기차 충전기 의무 설치는 100세대 이상 아파트, 50면 이상 공중이용시설 등에서 주차면 수의 2~5% 이상을 충전시설로 확보해야 한다. 화봉공원 지하주차장은 130면 규모를 갖췄기 때문에 전기차 전용주차면이 최소 2~3개 이상 갖춰져야 한다. 실제로 이 주차장에는 전기차 충전기 3개와 전용주차 4면이 설치돼 있다.

뿐만 아니라 지하주차장 내 전기차 충전소를 지상으로 이전하는 것은 법으로 강제하는 바도 아니다. 관련해선 국토교통부가 가급적 개방된 지상에 전기차 충전구역을 설치하고, 지하에 설치할 경우 옥외에서 주차장으로 진입하는 경사로(램프)와 인접한 지하 1·2층에 설치하도록 권장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이 같은 '법의 사각지대'로 인해 전기차 충전소 지상 이설을 추진하고 있는 울산시도 고심이 깊다.

시 관계자는 "시민 안전을 위해서라도 지상 이설은 필요하지만, 그렇다고 법을 어길 수도 없는 노릇"이라며 "전국적으로도 비슷한 사례를 아직 찾지 못해 난감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한편, 올해 9월 기준 전국의 전기차 등록대수는 82만2,081대이며, 울산은 1만1,852대로 집계됐다. 울산의 자동차 등록대수는 61만0,416대로 전기차 비율은 약 2%다.

윤병집 기자 sini20000kr@ius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