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수소’ 세계공장이 된 사막…나미비아 경제도약 이끌까

장예지 기자 2025. 9. 24. 1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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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기에 해운사인 시엠비테크와 나미비아 민간 그룹이 합작해 만든 ‘클리너지 나미비아’가 나미비아 에롱고 지역에 세운 그린 수소 및 암모니아 생산시설 모습. 장예지 기자 penj@hani.co.kr

아프리카 대륙 남서부에 있는 나미비아는 대서양을 따라 지구상에서 가장 오래된 나미브 사막을 품고 있다. 남한(10만188㎦)보다 8배가량 영토가 넓은 나미비아(82만4292㎦)는 수천만년 동안 사막을 빚은 태양과 바람을 이용해 국가적 도약을 꿈꾸고 있다. 사막의 모래언덕인 ‘듄’을 마주 보고 펼쳐진 에롱고 지역 황야에 세워진 약 17만8천㎡(5만4천평) 규모의 태양광 발전소 시설은 나미비아에서 진행 중인 ‘실험’의 단면을 보여줬다. 지난달 20일 한겨레가 찾은 이 발전소에선 5메가와트(㎿)급 양면형 태양광 패널 7천여개가 태양열을 받아내고 있었다. 연간 일조 시간이 3200시간에 이르는 환경에서 만들어진 전기는 재생에너지로 만든 수소인 ‘그린 수소’ 생산에 활용된다.

그린수소란? 태양광이나 풍력 등 재생에너지로 생산한 전기로 물을 분해(수전해)해 생산하는 수소. 액화천연가스(LNG) 화석 연료를 고온고압에서 수증기와 반응시키는 개질 과정을 통해 얻는 수소는 ‘그레이 수소’, 그레이 수소를 만들 때 부산물로 나오는 이산화탄소를 밖으로 배출하지 않고 포집, 저장하는 또 하나의 과정을 거치게 되면 ‘블루 수소’가 된다.

수소 경제 구축 위해 ‘그린 수소’ 글로벌 경쟁 가속화

탄소 배출량이 적고 대량 저장과 운송이 가능한 수소는 오염도가 심한 화석연료 및 수급과 저장이 불안정한 재생에너지가 갖는 한계를 모두 극복하는 미래 에너지로 꼽힌다. 다만 현재는 천연가스나 석탄 등을 태워 만드는 ‘그레이 수소’가 수소 생산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재생에너지에서 얻은 전기로 물을 분해해 생산과 활용 전 과정에서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 그린 수소는 현재 전체 수소 생산량 중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이런 흐름 속에서 나미비아는 국가적 전략과 유럽의 적극적인 투자 협력 등을 발판 삼아 글로벌 수소 생산의 거점으로 자리잡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인구수는 310만명에 불과하고, 국내총생산(GDP)은 약 130억달러 수준으로 세계 140위권 밖이지만 미래 에너지에 투자함으로써 국가 경제를 견인하겠다는 것이다. 2050년 넷제로(탄소중립)를 향해 세계가 움직이는 에너지 대전환 시대의 흐름을 읽은 결과기도 하다. 넷제로를 법적으로 명문화하는 등 기후 정책을 선도하는 유럽연합(EU) 국가들과 손잡고, 그린 수소 생산과 운송에 최적화된 조건을 최대치로 활용하는 데서 가능성을 본 것이다. 2022년 국가 수소 전략 발전 계획을 천명한 이래, 나미비아는 독일을 비롯한 유럽 각국 정부와 기업, 기후·환경 기금 등을 통해 그린 수소 관련 시범사업들로만 현재까지 약 20억800만 나미비아달러(약 1643억원) 규모의 투자를 받았다.

나미비아는 태양광과 풍력 등 재생에너지 자원이 풍부해, 이를 활용해 그린 수소를 생산하기 좋은 환경이다. 아프리카 국가 중 비교적 정치적 환경도 안정되어 있다. 나미비아 정부도 수소 생산 인프라 구축 및 해외 투자 유치 등에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2022년 11월 독일 정부 지원으로 나미비아 광산에너지부가 발간한 ‘나미비아 그린 수소 및 활용 전략’ 보고서를 보면, 나미비아의 풍력발전 용량계수(최대 발전 가능 전력량 대비 실제 생산 전력량)는 약 56~58%로, 오스트레일리아나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여타 주요 그린 수소 잠재 수출 국가의 용량계수 평균치(40% 미만)보다 높다. 또 2030년까지 그린 수소 생산 비용을 1㎏당 1.2∼1.3달러 수준으로 낮춰 같은 시점 모로코나 사우디아라비아의 생산 비용으로 예상되는 킬로그램당 1.7달러보다 경쟁력이 있다고 평가했다.

‘수소 외교’ 각축장 된 나미비아

벨기에 해운사인 시엠비테크와 나미비아 민간 그룹이 합작해 만든 클리너지 나미비아가 세운 약 5만4천평 규모의 태양광 발전 시설 모습. 발전 시설 뒤로 모래언덕인 ‘듄’이 펼쳐져 있다. 장예지 기자

유럽은 대규모 그린 수소 공급을 위해 이런 나미비아를 눈여겨보고 있다. 한겨레가 방문한 그린 수소 생산시설 또한 벨기에 해운사인 시엠비(CMB)테크와 나미비아 민간 그룹이 합작해 만든 ‘클리너지 나미비아’ 주도로 시범 운영되고 있었다. 시엠비테크는 그린 수소를 기반으로 만든 그린 암모니아를 선박 연료 등으로 활용하고자 나미비아에서 상용화 가능성을 탐색 중이었다. 이곳에서 트럭과 기관차, 광업 장비, 선박 등 중장비 운송 분야를 위한 그린 암모니아를 생산한다는 목표로, 시범사업에만 약 250억원이 투입된다. 시엠비테크는 생산한 그린 암모니아 운송을 위한 12.7㎞ 길이 파이프라인 건설(약 3700억원 예산)도 추진하고 있다. 2026~2028년 파이프라인이 완공되면 인근 항만까지 매일 800톤의 그린 암모니아를 운송·저장할 노선이 생긴다.

나미비아를 식민 통치 했던 독일은 그린 수소와 암모니아 생산·운송·저장 기술 협력 등에 가장 활발하게 관여하는 국가다. 식민지배기 독일 상인 아돌프 뤼데리츠 이름을 딴 항구 도시 뤼데리츠가 거점이다. 이곳에서 2021년부터 시작한 ‘하이픈’ 프로젝트는 나미비아를 그린 수소와 암모니아의 글로벌 공급 허브로 만든다는 구상으로 독일 재생에너지 기업과 영국 기업이 합작한 프로젝트다. 프로젝트 투자 규모만 100억달러(약 13조원) 수준이라 나미비아 한해 국내총생산과 맞먹는다.

나미비아와 독일 정부 등의 재정 지원으로 나미비아 기업이 설립한 다우러스 빌리지 전경. 태양열 및 풍력 발전 시설 등을 건립해 그린 수소를 생산하는 것이 목표이며, 현재 시범 운영을 위해 설치한 생산시설은 독일 정부의 지원을 받았다. 장예지 기자

유럽의 적극적인 투자는 수소 시장도 선점해가고 있는 중국을 의식한 것이기도 하다. 중국은 이미 그린 수소 생산 핵심 기술인 전해조(물을 수소와 산소로 분리하는 장치)의 전세계 제조 시장에서 40% 점유율을 차지한다. 유럽연합과 나미비아가 파트너십을 맺은 뒤 독일과 나미비아 기업이 합작해 만든 하이아이언은 지난 3월 처음으로 그린 수소를 생산해 2030년까지 200만톤 수소를 생산하기로 했는데, 여기에도 12메가와트급 중국산 전해조가 쓰일 정도다.

격화되는 경쟁, 한국-나미비아 ‘윈윈’ 파트너 될 수 있을까

그린 수소와 암모니아 수출 기지로 주목받는 나미비아 중부의 항구 월비스베이. 나미비아 정부는 이곳에 그린 수소 전용 항만 시설을 설치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나미비아 주변 6개국의 내륙항으로도 사용되는 월비스베이는 남부 아프리카 물류의 중심지기도 하다. 장예지 기자

자본과 기술이 부족한 나미비아 등 아프리카 국가들은 그린 수소 생산에서도 신식민주의적 상황에 놓일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그린 수소와 암모니아 수출 기지로 주목받는 나미비아 중부의 월비스베이 트레비노 포브스 시장은 지난달 19일 한겨레와 만나 “(그린 수소) 생산품이 오직 수출 시장용으로 이용된다면, 나미비아는 새로운 형태의 식민주의를 맞닥뜨릴 수 있다”며 “나미비아가 배제되지 않은 채 수소 생산의 이익을 얻고, 일자리 등 지역 경제도 활성화할 수 있는 방향의 발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나미비아 주변 6개국의 내륙항 역할도 도맡는 이 지역은 항구 확장 계획을 세워 그린 수소 전용 항만을 설치하겠다는 계획도 있다.

45만평 규모의 다우러스 빌리지 한편에 세워진 태양광 발전 시설. 나미비아 정부는 이 넓은 부지를 풍력과 태양열을 이용한 신재생에너지 발전 및 그린 수소 생산 기지로 활용하고자 한다. 장예지 기자

수소경제 활성화를 추진하는 한국과의 기술 협력에도 관심을 기울이는 목소리도 나온다. 지난달 19일 방문한 에롱고 지역의 그린 수소 농업 시범단지인 다우러스 빌리지는 에너지·농업 생산 기술을 보유한 국가와의 폭넓은 파트너십을 바라고 있다. 나미비아와 독일 정부 등의 재정 지원으로 나미비아 기업이 직접 설립한 이 마을은 148만㎡(45만평) 규모로, 태양광 및 풍력 발전 시설을 건립해 생산한 그린 수소만으로 지역 전기 발전과 농업이 가능한 자급자족 생활권을 꿈꾼다. 이 마을을 설립한 다우러스 빌리지 기업 최고경영자(CEO) 제롬 나마세브는 지난달 21일 한겨레와 만나 “우리에겐 충분한 공간이 있으며, 한국의 기술업체와 협력할 수 있다. 한국이 그린 수소 관련 기술을 실현할 장소를 제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나미비아 정보통신부 또한 서면 인터뷰에서 “나미비아와 한국은 상호 보완적인 강점이 있다. 한국의 첨단 수전해 기술과 플랜트 엔지니어링 역량, 수소 저장 혁신 기술을 나미비아의 자원과 결합할 수 있다”며 “한국이 보유한 액화수소 운반선 등 운송 기술은 장거리 수출망 구축의 길도 열어줄 수 있어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나미비아 명예영사로 지명된 한승관씨는 “나미비아에서 유럽과 중국 등이 경쟁적으로 투자하는 가운데, 한국도 에너지 주권을 위해 이곳 기술 시장을 선점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국과 나미비아는 1990년 수교했지만 대사관은 없고, 주앙골라대사관이 나미비아 업무를 같이 보고 있다.

빈트후크 월비스베이 에롱고/글·사진 장예지 기자 pen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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