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이 기업 손발 묶을 때냐”...노동편향 정책 경고한 경제부총리 4인방

류영욱 기자(ryu.youngwook@mk.co.kr) 2025. 9. 24. 1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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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강도 친노동 정책에 경고
장시간 근로해소·정년연장…
취지 공감하나 속도 조절 필요
노란봉투법도 숙의 않고 통과
매뉴얼 한장 없어 현장 대혼란
주 4.5일, 생산성 저하 불보듯
잠재성장률 더 내려앉을 수도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9일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제41회 국무회의 도중 생각에 잠겨 있다. [김호영 기자]
한국 경제를 이끌었던 경제수장들의 가장 큰 우려는 새 정부 들어 ‘친노동 정책’이 잇따르고 있는 현상으로 귀결된다. 근로자의 권익 신장을 위한 제도 변화의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정책의 추진 속도와 강도가 자칫 기업 활동 위축으로 나타날 수 있다는 경계심이 컸다.

진념 전 부총리는 “노란봉투법과 같은 법안은 도입 시 어떤 부작용이 예상되는지 총체적인 검토를 해야 하는데 정밀한 분석 없이 통과됐다”고 지적했다.

진념 전 경제부총리 [한주형 기자]
지난달 국회는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노란봉투법)을 통과시켰다. 내년 3월 10일 시행을 앞둔 이 법은 원청 기업에 하도급 노조와의 단체교섭 의무를 지웠다.

또 노동쟁의 범위 확대, 쟁의행위에 대한 과도한 손해배상 금지 등을 골자로 한다. 헌법상 노동권 보장을 위한 목적이지만 국내 산업 구조상 노조의 과도한 경영 개입 등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크다.

진 전 부총리는 “하도급 기업과 원청 기업 간 관계와 각종 노동 분쟁·파업은 어떻게 대응할지 시나리오를 가지고 토론하는 등 정부가 해야 할 일이 많았다”며 “결국 책임은 국회가 아닌 정부가 지기 때문에 눈치를 보지 말고 (정부가) 할 일을 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유일호 전 부총리 [이충우 기자]
유일호 전 부총리는 “노란봉투법은 과한 법이라고 생각한다. 기업들이 성장의 주체가 될 텐데 거기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은 법”이라고 했다. 이어 “정부의 성격상 친노동적인 입장을 취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지금의 법은 기업 활동에 문제가 많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대한상공회의소도 최근 고용노동부에 제출한 의견서에서 “노란봉투법 개정 후 기업들은 누구와 어떤 사안을, 어떤 방식으로 교섭해야 할지 몰라 우려가 큰 상황”이라며 “정부가 준비 중인 매뉴얼에는 발생 가능한 모든 경우의 수를 파악해 세밀하게 담고 이 과정에서 경제계 의견을 충분히 반영해야 한다”고 요청했다.

주 4.5일제와 상법 개정 등 이재명 정부 들어 추진되는 정책에 대해서도 부총리들은 경계의 목소리를 냈다.

고용노동부가 국정기획위원회에 보고한 로드맵에 따르면 정부는 올해 안에 주 4.5일제 지원 사업과 실노동시간 단축 법안을 설계하고, 내년에는 포괄임금제 금지 입법을 추진한다. 2027년 이후 주 4.5일제 본격 확산을 위한 논의에 들어간다는 계획이다.

전윤철 전 부총리 [이승환 기자]
또 정부는 지난해 폐지됐던 노조 지원 예산을 복원하기로 하고 내년도 예산안에 56억원을 배정했다. 2027년에는 직무·직위·근속연수별 임금 분포 정보를 공개해 동일노동·동일임금 법제화를 추진한다는 방침도 세우는 등 선명한 친노동 정책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이에 대해 전윤철 전 부총리는 “성장 잠재력은 노동과 자본의 생산성에서 나온다”며 “노동의 질과 노동시간이 짧아지면 당연히 생산성에 문제가 생긴다”고 했다.

그는 “부존자원이 없는 한국에서 인적자본의 중요성은 절대적”이라며 “선진국 수준의 (근로자) 대우를 받으면 성장 잠재력을 어떻게 키울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현오석 전 경제부총리 [사진 = 연합뉴스]
산업계 역시 우려를 내놨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장시간 근로를 해소해야 한다는 점에는 공감하지만 줄어드는 근로시간을 시장 상황에 맞게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유연성이 필요하다”며 “연장근로 관리 단위를 확대하고, 화이트칼라 이그젬션 등 제도 개선을 함께 검토해 달라”고 했다.

현오석 전 부총리는 “노란봉투법이나 상법 개정 등이 중장기적으로는 방향이 맞을 수 있다”면서도 “지금 시점은 누구나 느끼듯 위기이기 때문에 어떤 시기에 그걸 추진할지, 우선순위를 어디에 둘 것인지를 정부가 잘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제 반등과 장기 침체의 기로에서 과도한 기업 활동 위축 법안이 경제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뜻이다.

실제로 한국의 성장 잠재력은 이미 빠르게 낮아지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지난 6월 발표한 보고서에서 한국의 올해 잠재성장률을 1.9%로 추정했다. 지난해(2.2%)보다 0.3%포인트 떨어진 것이다.

2000년대 초반 5%대에서 2010년대 3% 안팎으로 하락한 뒤 급기야 1%대로 추락한 것이다. 문제는 저출생·고령화에 따른 인구구조 악화 등으로 인해 추가 하락이 불가피하다는 점이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말 보고서를 통해 한국의 잠재성장률이 0%대로 내려앉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 전 부총리는 “우리 경제가 엄혹한 위기라고 하는 것은 실상은 기업 위기를 뜻한다”며 “외부적으로는 국제 불확실성과 정치적 혼란, 내부적으로는 기업가정신 약화와 노동생산성 둔화가 동시에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노동자들에게 과도하게 힘이 실리면 결국 경영 개입과 간섭으로 이어져 더 큰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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