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인칼럼] 함부로 불행해지지 않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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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왜 그랬을까 하는 순간, 마음의 위안이 필요할 때마다 자꾸 단것을 찾는다.
달달한 초콜릿 비닐을 뜯고, 초코파이 껍질을 벗기고, 알록달록 젤리 봉지를 열다 보면 어느새 책상 위에는 빈 포장지들이 널브러져 흩어져 있다.
칼끝이 껍질을 따라 돌 때마다 얇은 붉은 띠가 길게 풀려나가고, 그 순간 마음의 무게도 조금은 벗겨지는 듯하다.
무심한 위안보다 세심한 정성을 택하는 작은 습관이 불행을 조금 멀리 밀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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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왜 그랬을까 하는 순간, 마음의 위안이 필요할 때마다 자꾸 단것을 찾는다. 달달한 초콜릿 비닐을 뜯고, 초코파이 껍질을 벗기고, 알록달록 젤리 봉지를 열다 보면 어느새 책상 위에는 빈 포장지들이 널브러져 흩어져 있다. 그 모습은 마치 나 자신이 아무렇게나 버려진 듯한 기분을 남긴다. 그때 밀려드는 건 달콤함이 아니라 묘한 씁쓸함이고, 작은 우울이 빈자리처럼 스며든다.
요즘 길을 걷다 보면 사람들의 시선은 대부분 손바닥 위 작은 화면에 붙들려 있다. 학생들은 길거리에서도 휴대폰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어른들도 예외가 아니다. 그 화면은 세상과 연결되는 창이지만 동시에 비교의 무대이기도 하다. 누군가의 화려한 일상, 앞선 성공, 남부럽지 않은 소비가 줄줄이 흘러들어올 때 우리는 자신이 가진 것을 잊고 불행에 빠져든다. 현재 상황이 무엇이든, 비교가 행복을 좌우한다는 사실을 스마트폰 속 세상은 더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실제로 우리 사회의 우울증은 빠르게 늘고 있다. 최근 5년 사이 청소년 우울증 환자가 급증했고, 청년층도 전체의 3분의 1 이상을 차지한다. 가장 많은 가능성을 가진 세대가, 가장 깊은 불안을 안고 있는 셈이다. 특히 날씨가 가장 좋은 가을에 우울증이 늘어난다는 연구도 있다. 풍요와 청명함 속에서 마음은 허기질 수 있다. 추석을 앞두고 가족과 음식을 나누는 자리에서 조차 알 수 없는 공허감에 휩싸이는 사람도 있다. 풍성함 속의 빈자리, 그것이 계절이 주는 아이러니일지 모른다.
과일도 우리의 마음과 닮았다. 복숭아는 유통 과정에서 살짝 만지거나 돌려놓으면 처음에는 표가 안 나지만 며칠이 지나면 멍이 든다. 그런 것처럼, 시간이 지나야 드러나는 마음의 상처가 있다. 반면 추석 사과인 홍로처럼 작은 흠집도 금세 번져 큰 상처가 되듯, 마음도 작은 충격에 쉽게 드러나는 상처도 있다. 겉은 온전해 보여도 속은 여리고 연약한 과일처럼 인간의 마음도 작은 말 한마디나 사소한 비교에도 쉽게 흔들리고 깊은 멍이 들기도 한다.
나는 요즘 스스로 우울해질 때면 과자나 초콜릿 대신 사과 하나를 깎는다. 칼끝이 껍질을 따라 돌 때마다 얇은 붉은 띠가 길게 풀려나가고, 그 순간 마음의 무게도 조금은 벗겨지는 듯하다. 조심스레 껍질을 돌려 깎아 접시에 가지런히 담으면 하얗게 드러난 단면이 겹겹이 놓인 사과 조각이 정갈하게 빛난다. 그 한 조각을 천천히 입에 넣을 때 나는 나 자신을 다시 소중히 대하는 기분이 든다. 무심한 위안보다 세심한 정성을 택하는 작은 습관이 불행을 조금 멀리 밀어낸다. 창문을 열어 바람을 들이거나 짧게라도 가을의 청명한 푸른 하늘을 바라보는 일도 마찬가지다. 작은 실천이 쌓일수록 불행은 자리를 잃는다.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삶이 아니라 나 자신을 위해 기울이는 정성. 그것이 곧 '함부로 불행해지지 않기' 위한 나의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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