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구리 한강변, 미래를 설계할 중요한 기회

구리시 토평동 한강변은 서울과 인접한 수도권 동북부의 핵심 입지로, 시민 모두가 주목하는 미래 자원이다. 지난 20여 년 동안 여러 시장이 각기 다른 개발 비전을 내세웠지만, 추진 과정은 번번이 좌절을 거듭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곳은 여전히 구리시가 자족 도시로 도약할 수 있는 중요한 기반임이 분명하다.
2007년부터 추진된 구리월드디자인시티(GWDC)는 호텔·리조트·고급 주거시설 등 맞춤형 건축 인테리어 산업을 중심으로, 아시아 디자인 허브 도시를 목표로 했다. 핵심 시설인 구리월드디자인센터는 고급 건축 내장재 전시·유통에 특화된 상설 전시장이었으며, 52만 평 부지에 특급호텔 3개, 외국인 주거시설, 국제학교 등이 들어설 계획이었다.
외자 유치와 일자리 창출을 통해 지역 경제와 MICE 산업을 활성화하고, '제2의 한강의 기적'을 일으키려 했던 야심찬 프로젝트였다. 그러나 외국인 투자 유치에 실패했고, 글로벌 금융위기와 경기 침체가 겹치면서 사업은 좌초했다. 회계법인의 경제성 분석에서도 낮은 사업성이 지적되었고, 각종 논란이 이어지며 결국 무산됐다.
민선 7기 구리시는 DNA(데이터·네트워크·AI)를 기반으로 한 스마트시티 프로젝트를 제안했다. 구리도시공사가 주도하고, 삼성전자·KT·카카오·산업은행·대우건설 등이 참여하는 민관 협력형 모델로 추진되었다. 약 3조 원 규모의 이 사업은 산업 클러스터 조성, 청년 일자리 창출, 친환경 에너지 시스템 도입을 목표로 했다.
이는 구리를 4차 산업혁명 거점 도시로 도약시키려는 비전이었지만, 대장동 사태 이후 정부의 민간개발 규제가 강화되고 정권 교체와 정치적 갈등 속에서 충분한 검토조차 받지 못한 채 좌초했다. 시민들이 기대했던 '구리형 스마트시티'는 끝내 실현되지 못했다.
이후 추진된 LH 중심 개발은 구리시의 주도권 상실을 불러왔다. 구리도시공사가 중심이었던 이전 모델과 달리, 국토부·LH가 주도하면서 구리시는 협상력을 잃게 된 것이다. 특히 그린벨트 1·2등급지까지 포함하는 전면적 개발은 이미 도시계획이 완료되어 주민과 소상공인이 정착한 지역까지 다시 수용하려는 시도로 이어져 시민 부담을 가중시켰다. 구리시가 잃은 가장 큰 자산은 단순한 사업권이 아니라, 자율성과 미래 먹거리의 주도권이었다.
이제 이재명 정부 출범과 함께 구리시는 또 한 번의 기회를 맞고 있다. 대통령 공약으로 제시된 토평벌 340만㎡ 메타디지털허브도시는 단순한 주택 단지가 아니라, 일자리와 신산업이 어우러진 자족 도시로 조성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반드시 지켜야 할 원칙이 있다.
먼저 이미 도시계획이 완료된 지역은 개발 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 정착한 주민과 소상공인을 내쫓는 방식은 바람직하지 않다.
둘째, 토지 수용 과정에서는 법이 보장하는 최대한의 보상이 이뤄져야 한다. 개발의 가장 큰 수혜자는 구리시민이어야 한다.
셋째, 아파트 분양은 '로또식' 불공정 구조를 반복해서는 안 된다. 청년 기본주택과 공공임대주택을 적극 도입해 공공성과 공익성을 강화해야 한다.
또한 디지털 통합관제센터, 수소연료전지 발전소, 교통 빅데이터 플랫폼, AI 산업클러스터 등 미래 전략 산업을 반드시 포함시켜야 한다. 그래야만 단순한 부동산 개발을 넘어, 구리시의 지속 가능한 성장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
구리 한강변 개발은 향후 50년 동안 구리시의 운명을 좌우할 중대한 선택이다. GWDC와 스마트시티 좌절의 교훈은 분명하다. 개발의 명분은 언제나 시민의 이익이어야 하며, 주인은 중앙정부가 아닌 구리시민이어야 한다.
따라서 LH 단독 개발이 아니라, 구리도시공사가 참여하는 공공·민간 협력형 모델로 재설계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청년과 서민을 위한 주거, 미래 세대를 위한 일자리,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친환경 에너지 시스템이 반드시 포함되어야 한다. 그래야 구리 한강변은 진정한 메타디지털허브도시, 나아가 세계적 스마트시티 모델로 성장할 수 있다.
이제 구리시민은 더 이상 정치적 소모전에 휘둘려서는 안 된다. 실질적인 이익을 확보하기 위해, 구리시가 중심이 되어 정부와 함께 미래 50년을 설계해야 할 때다.
안승남 전 구리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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