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의 향기] 네고 불가
홍숙영 2025. 9. 24. 18:50
당신의 이름은 네고불가
39.9℃의 체온을 가졌습니다
화려한 여러 개의 배지를 단 우리는
2020 홀리데이 미러볼 디스코 텀블러를 사이에 두고
품질 좋은 과거를 거래합니다
이별의 값은 반액으로 계산되지만
그가 선물한 로에베 핑크 & 옐로우 반지갑은
흠집이 없어
꽤 괜찮은 값으로 넘길 수 있었죠
지금 생각해보니, 포장도 뜯지 말 걸 그랬어요
브랜드도 색깔도 내 취향은 아니었거든요
그런데,
그 사람도 내가 사준 샤넬 블루 드 맨 오드 뚜왈렛을 좋아했을까요?
쓰다 남은 시간도 팔 수 있나요?
서로의 마지막 예의는 건드리지 않기로 해요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당신의 이름을 봉인해 두는 것
마치 처음인 듯, 다시 시작할 수 있도록
현명한 소비의 파열음을 내며
기억의 틈에 압력을 가합니다
매너의 온도에 집착하는 우리의 직거래는
조만간 성사될 예정입니다
기억의 틈에 압력을 가합니다
매너의 온도에 집착하는 우리의 직거래는
조만간 성사될 예정입니다

홍숙영 시인
2002년 '현대시문학' 신인상
저서 '반짝이는 것들만 남은 11층', '아일랜드 쌍둥이' 외
한세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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