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화, 국제교류로 지방소멸의 굴레를 깬다”…글로벌 이주·정착지 도전

황준오 2025. 9. 24.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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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K-베트남밸리’ 외국인 유입 확대·다문화 친화 환경 조성
지방소멸 위기 넘어 지속가능한 정주형 외교 실험
지난해 6월,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부호 주한베트남대사, 이철우 경북도지사, 박현국 봉화군수 등이 봉화군 봉성면 충효당에서 열린 K-베트남 밸리 조성사업 대상지 방문 행사에 참석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봉화군 제공>
경북 봉화군은 지난 3월 멕시코를 방문해 스마트 농업분야 협력을 위해 세이코(CEICKOR) 농업대학과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봉화군 제공>
지난 5월, 봉화군 국제학생우호교류단이 중국 섬서성 동천시 제1중학교를 방문해 현지 학생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봉화군 제공>

경북 봉화군이 국제 교류·협력을 통해 지방소멸 위기 대응에 나서고 있다.

단순한 자매결연이나 문화행사 교류를 넘어, 외국인 정주와 다문화 혁신지대 구축을 농촌 대응 전략으로 내세웠다. 베트남·중국·멕시코 등 다층적 글로벌 네트워크는 봉화가 내세우는 '미래 이주사회를 향한 로컬 프런티어' 비전의 핵심이다. 외국인 유입 확대, 다문화 친화 환경 조성, 농촌 정주 여건 개선은 인구감소 문제 대응 방안으로 제시된다.

◆ 'K-베트남밸리', 봉화군 전략의 상징

봉화군 국제 교류의 중심축은 베트남과의 역사적 인연이다. 국내 유일의 베트남 리왕조 후손 유적 '충효당'을 기반으로 봉화군은 역사·문화를 매개로 한 교류를 발전시켜왔다. 2023년 뜨선시와 자매결연 이후 문화캠프, 이주민 가정 초청행사, 덴도축제 참여 등 다층적 활동이 이어졌다.

이러한 노력은 2025년 문체부 '계획공모형 지역관광개발사업' 선정으로 결실을 맺었다. 확보된 120억원(국비 등 포함)으로 추진되는 'K-베트남밸리'는 봉화군의 지방소멸 대응 사업 중 핵심 프로젝트다.

군은 이 공간을 교육·창업·정착까지 아우르는 복합 플랫폼으로 발전시킬 계획이다. 베트남 출신 청년들이 봉화에서 창업하고 지역 청년과 협업하는 구조가 마련되면, 봉화는 단순 이주민 정착지를 넘어 다문화 혁신 거점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나아가 베트남 현지 대학과 공동연구, 리왕조 문화 국제 세미나 개최, 청소년 교환프로그램 확대 등을 통해 학문적 위상과 국제적 위상을 함께 높이려 한다. 관광 인프라는 베트남 전통가옥, 음식·의복 체험까지 가능한 살아 있는 역사문화공간으로 조성된다. 외국인 관광객에게는 고향의 향수를, 국내 관광객에게는 생생한 베트남 문화를 경험할 기회를 제공한다.

봉화군은 K-베트남밸리를 계절근로 정책과 연결시켜 '교육-고용-정주' 선순환을 만들려 한다. 계절근로자로 입국한 청년들이 봉화에서 기술을 익히고 정착·창업으로 이어지도록 지원하는 구조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2025년 기준 외국인 계절근로자는 879명으로, 3년 만에 6배 증가했다.

베트남·라오스·캄보디아·필리핀·스리랑카 등과의 협력이 주효했으며, 특히 베트남 화방현과의 협력은 K-베트남밸리와 맞물려 시너지를 냈다. 군은 확보한 56억원으로 옛 봉성중학교를 리모델링해 90명 규모 기숙사를 조성 중이다. 이는 단순 인력 수급을 넘어 이주민과 지역이 공존하는 모델로 발전할 전망이다.

◆ 멕시코와 중국 동천시 협력교류

농업 분야에서도 봉화군은 과감히 국제 협력에 나서고 있다. 대규모 실습시설을 보유한 멕시코 세이코 농업대학과 협약을 맺고 스마트농업 기반 구축에 착수했다. 인력 교류, 현지시험, 공동연구를 통해 봉화 농업의 첨단화와 세계화를 동시에 추진한다. AI 기반 스마트온실, 식물공장 등 첨단 기술 도입은 청년 농업인의 경쟁력을 높이고, 국제 네트워크 확장은 농산물 수출 가능성을 키운다.

봉화군 국제 외교의 출발점은 중국 동천시다. 1994년 첫 교류, 1997년 자매결연 이후 30년간 학생 홈스테이, 문화체험, 스포츠 교류 등 실질적 프로그램이 이어졌다.

코로나19로 중단됐던 교류도 재개돼, 앞으로는 스마트팜 조성과 연계한 농업기술 교류, 공동 프로젝트 등으로 확장된다. 청소년 국제감각 함양은 물론 봉화군 국제 전략의 안정성과 지속성을 뒷받침한다.

◆ 지방소멸 대응 외교, 한국 농촌 실험실

봉화군의 이같은 대외 전략은 지방소멸 대응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K-베트남밸리를 통한 다문화 정주형 모델, 멕시코와의 스마트농업 협력, 동천시와의 장기 교류, 계절근로자 확대는 각각 지역 발전의 축으로 작용한다.

하지만 이주민 정착 과정의 문화적 갈등, 교육·의료·복지 인프라 확충 등 해결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행정의 연속성과 주민 참여가 뒷받침될 때 전략은 실질적 성과로 이어질 수 있다.

봉화군은 국제교류를 통해 지속가능한 발전 가능성을 모색하고 있다. 박현국 군수가 강조하듯 '농업·자연·사람이 공존하는 글로벌 정주지'로 향하는 봉화의 선택이 한국 농촌의 미래 전략을 가늠할 새로운 길이 될지 주목된다.

박현국 봉화군수가 지방소멸을 막기 위해 다양한 국제 교류의 물꼬를 터야 한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봉화군 제공>

◆박현국 봉화군수 "지방소멸, 국제교류에서 길을 찾을 터"

"단순한 인구 회복만으로는 해답이 될 수 없습니다. 농업과 자연, 사람이 공존하는 글로벌 정주지로 봉화를 키워내겠습니다."

박현국 봉화군수의 비전은 분명했다. 봉화군이 추진하는 국제 전략은 단순한 외교적 이벤트가 아니라, 지방소멸을 넘어 농촌이 살아남기 위한 근본적 실험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박 군수는 베트남과의 연대를 언급했다. 그는 "봉화에 남아 있는 리왕조 후손의 유적 '충효당'을 역사적 자산으로 삼아 추진 중인 K-베트남 밸리 사업은 봉화군의 생존 전략이자 미래 비전"이라고 했다. 이어 "K-베트남 밸리는 관광, 경제, 이주민 정착을 결합한 다층적 프로젝트"라며, "베트남 출신 주민이 봉화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이미 120억원 규모의 사업비를 확보해 인프라 조성에 나섰다. 그는 "올해 봉화를 방문하는 베트남 정부 고위 인사에게 사업을 직접 소개하고 협력을 공식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멕시코와의 농업 협력에 대해 "세이코 농업대학과의 교류는 단순한 기술 이전을 넘어 청년농업인에게 세계 무대를 경험할 기회를 주는 것"이라며 "스마트팜 기술과 국제 네트워크를 결합해 봉화 농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청년들이 농촌에 정착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ICT 기반의 스마트팜 운영기술과 에너지 절감형 재배기법을 공유해 농산물 수출과 지역 브랜드 가치 상승이라는 실질적 성과로 연결시키겠다는 것이다.

중국 동천시와의 관계에 대해서도 그는 "30년 가까운 교류가 팬데믹으로 중단됐다가 지난해 재개됐다"며 "스마트팜 단지와 연계해 농업 기술 교류와 문화·교육 협력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교류가 봉화 청소년들의 국제교류 경험 확대와 장기적 네트워크 형성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농촌 인력난 해소를 위한 외국인 계절근로자 정책도 빠지지 않았다. 박 군수는 베트남 화방현과의 협력 사례를 언급하며 "계절근로자 정책을 K-베트남 밸리와 연계해 정주형 모델로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했다. 현재 56억원을 투입해 건립 중인 외국인 전용 기숙사에 대해서는 "단순 숙소가 아니라 외국인이 지역사회와 함께 살아가는 플랫폼"이라고 강조했다.

박 군수는 "외국인과 지역민이 갈등 없이 공존하려면 교육, 의료, 복지 인프라를 보완해야 한다"며 "무엇보다 주민의 공감과 참여가 성공의 열쇠"라고 했다. 그는 "문화 교류와 주민 참여형 프로그램을 확대해 지역 공동체의 이해와 수용성을 높이겠다"고 밝혔다.

황준오기자 joono@yeongna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