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 말 졸업여행? 반복되는 지방의회 국외연수 비난
도내 12개 지방의회 올해 하반기 국외연수
연수 내용 대부분이 관광지 방문인 곳도
세부 일정 미공개로 외유성 숨기는 꼼수 가능

지방의회 외유성 공무국외연수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시민 혈세로 공무국외출장을 준비하면서 관광지 일정을 채워 넣는 식이다. 행정안전부에서 외유성 공무국외출장을 막기 위해 표준안을 제시했지만 이를 제대로 반영하지 않는 지방의회도 남아있다. 지방의회가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임기 말 '졸업여행'을 떠난다는 비판까지 나온다.
<경남도민일보>는 올해 하반기 도내 지방의회 국외연수 계획을 살펴봤다. 12개 지방의회(경남도의회·진주시의회·통영시의회·사천시의회·김해시의회·밀양시의회·거제시의회·함안군의회·창녕군의회·고성군의회·남해군의회·함양군의회)가 떠난다. 졸업여행은 아닌지 감시가 필요한 곳이기도 하다. 합천군의회·거창군의회·산청군의회·하동군의회·의령군의회는 확정된 국외연수 계획이 없다.
다른 목적, 같은 방문지
고성군의회의 국외연수 일정이 나오자 비판이 쏟아졌다. 고성희망연대는 20일 김해공항 국제선을 찾아가 고성군의원을 향해 "세금으로 가는 호화 졸업여행을 중단하라"고 일갈했다.
고성군의회는 9월 20~25일 대만과 홍콩, 마카오 일정을 진행한다. 군의원 10명에 직원 6명이 붙었다. 여행 경비만 4518만 9440원이 들었다. 선진 의회운영 체계를 배우고 국제 스포츠마케팅 교류 협약을 위한 목적으로 연수를 준비했다.
출장 목적에 부합하는 방문지는 홍콩 농아인 축구선수단과 타이베이시의회 두 곳 정도다. 나머지는 대부분 관광지다. 대만의 랜드마크 중정 기념관과 대만 8경으로 꼽히는 단수이, 마카오 중심지 세나두 광장 등이 일정에 포함돼 있다. 국립고궁박물관·주택박물관·소방 박물관 등 박물관만 3곳을 방문했다.
연수 목적과 내용이 구체적이지 않아 외유성으로 의심받는 사례도 있다. 창녕군의회는 8월 25~28일 중국 청도를 다녀왔다. 군의원 11명과 직원 5명이 동행한 연수에 1818만 6000원이 쓰였다. 사회복지와 도시개발, 온천 개발, 문화관광 분야에 대한 다양한 자료 수집을 하고 오겠다는 연수 목적을 밝혔다.
이들은 8월 25일 산둥성에 있는 대규모 온천 리조트를 방문하고 청도 문화 탐방을 하면서 야경쇼를 관람했다. 다음날 양로원에 방문하고 나서 노산 풍경구를 탐방했으며 마지막 날에는 청도 도시계획관과 청도맥주발물관을 다녀왔다.

거제시의회 행정복지위는 7월 20~27일 호주를 다녀왔다. 공원·도서관 선진 사례를 배우겠다고 국외연수를 진행했다. 행정복지위 소속 시의원 5명(박명옥·안석봉·정명희·이태열·김선민)이 떠났다. 공원·도서관 분야가 행정복지위 소관 업무지만 그동안 두드러진 의정 활동은 없었다. 9대 거제시의회에서 행정복지위가 발의한 공원·도서관 분야 조례도 없다.
거제시의회 경제관광위원회도 9월 20~27일 호주 일정을 떠났다. 관광 분야를 다루다 보니 관광지 일정이 많을 수밖에 없다. 이들이 계획한 일정 가운데 오페라 하우스, 달링하버, 블루마운틴 국립공원은 행정복지위도 다녀왔던 곳이며 호주의 대표적인 관광지이기도 하다. 호주로 국외연수를 떠난 창원시의회 건설해양농림위와 경남도의회 기획행정위도 겹치는 방문지가 있다.
행정안전부는 직원 동행 최소화를 권고했다. 과도한 의전으로 세금 낭비와 함께 의회 행정 공백이 우려돼서다. 밀양시의회는 8월 31일부터 9월 7일까지 우즈베키스탄을 방문했다. 시의원 13명, 직원 9명이 떠났다. 밀양시의회 직원 수는 25명으로 이 가운데 3분의 1 넘게 자리를 비웠다.
남해군의회도 마찬가지다. 이들은 8월 25~29일 일본 훗카이도 지역을 다녀오면서 군의원 10명에 직원 6명을 데려갔다. 유황지옥계곡, 사이로 전망대, 오르골당, 오오도리 공원 등을 들렀다. 출장 계획안에 명시한 방문지 10곳 가운데 4곳을 제외한 절반 이상이 관광자원 활성화가 목표였다.

공식 방문지만 내세우는 관행
행정안전부는 외유성 국외연수를 막고자 '1일 1기관 방문'을 표준안에 명시했다. 해외 일정을 잡기 어려운 사정을 감안한 조치이지만 외유성 비판을 피하기 위한 꼼수로 쓰인 사례들이 나오고 있다. 시간대별로 방문 일정을 제시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외유성 여부를 공개된 출장 계획안만 봐서는 알 수 없다.
경남도의회 상임위 4곳(기획행정·경제환경·건설소방·농해양수산위)이 공개한 올해 하반기 국외연수 계획을 보면 비공식 일정에 관광지를 끼운 사례가 보인다. 기획행정위는 타롱가 동물원과 오페라 하우스, 시드니 천문대 공원을 간다. 농해양수산위와 건설소방위는 와이탄 유람선을 타고 야경을 보는 일정이 들어가 있다.
창원시의회 상임위 4곳(기획행정·산업경제복지·문화환경도시·건설해양농림위)도 이달 안에 국외연수를 다녀온다. 창원시의회도 상세 일정은 공개하지 않았다. 관련 조례와 행정안전부 표준안에 어긋나지 않기 때문이다.
통영시의회는 11월 3~7일 일본 북해도를 간다. 삿포로 시의회·에니와시의회·훗카이도수산회·삿포로 시민방재센터까지 행정안전부 표준안에 맞춰 일정을 공개했다. 나머지 일정은 구체적으로 공개하지 않고 '기타 시설 시찰'이라는 표기로 대신했다.
통영시의회에 문의한 결과 오타루관광자원시설과 수산시장 등을 방문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파크 골프장 방문도 고려하고 있다. 방문지가 파크골프장 시초인 만큼 골프장 조성과 운영 현황을 알아보기 위해서다. 통영시가 105억 원을 투입해 파크 골프장 건립을 추진하는 점도 고려한 일정이다.
함안군의회는 이달 3~7일 몽골 울란바토르를 다녀왔다. 이태준 기념관 개소식에 참여하기 위해서다. 이들은 항올구청과 항올구 수박재배시설, 현지 시찰로 승마 트레킹을 다녀왔다. 함안군 승마산업 활성화와 수익 증대 방안을 위한 우수사례를 보기 위해서다.
함양군의회는 7월 21~24일 몽골 울란바토르로 국외연수를 다녀왔다. 울란바토르 바양걸 구의회, 몽골 국가정원, 이태준 열사 기념관, 코트라 울란바토르 무역관 방문을 하고 돌아왔다.
김해시의회에도 세부 일정을 문의했지만, 공무국외출장 담당자가 병가라는 이유로 답을 들을 수 없었다. 김해시의회는 3개 상임위(사회산업·도시건설·행정자치위)가 공무국외출장을 준비하고 있다. 사회산업위는 11월 5~12일 베트남과 싱가포르를 가게 되며, 도시건설위는 10월 26일부터 11월 4일까지 미국을 찾는다. 행정자치위는 10월 27일부터 11월 5일까지 캐나다와 미국을 계획하고 있다.
/자치행정1·2부 종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