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셧다운 임박에… 민주당, “트럼프 행정부 연방 지출 통제권 확대 우려”
예산 연장안 두고 합의점 찾기 난항
권한 충돌 우려 속 셧다운 가능성 커져
미국의 내년도 임시 예산안이 상원 통과에 난항을 겪으면서 연방정부가 다음 달 1일(현지 시각) 자정부터 셧다운에 돌입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예산안 합의를 위한 민주당 지도부와의 회동 일정을 일방적으로 취소한 가운데 민주당은 셧다운 현실화 여부에 관계 없이 트럼프 행정부가 의회의 통제를 받지 않고 예산을 좌지우지할 수 있게 됐다며 경계심을 드러내고 있다.

23일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미 의회는 현재 단기 예산안 통과 문제로 인해 진통을 겪고 있다. 예산안을 둘러싼 대립은 내년 회계연도(2025년 10월~2026년 9월) 연방 정부 예산안을 놓고 공화당과 민주당 사이 이견을 좁히지 못하는 상황 때문에 발생했다. 민주당은 예산안에 올해 말 만료되는 오바마케어 보조금을 연장하고 메디케이드(저소득층 의료보험) 삭감을 철회하는 내용이 포함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공화당은 이에 대해 “불법 체류자에게 무상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막대한 세금을 쓸 수 없다”며 강경하게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는 30일까지 여야가 예산안에 합의하지 못하면 다음달 1일부터 미국 연방 정부는 필수 업무를 제외하고 사실상 행정 기능을 멈추는 ‘셧다운(shutdown)’ 사태에 돌입한다.
일반적으로 예산에 합의할 시간이 부족하면 의회는 일단 현 수준으로 예산을 동결하는 ‘임시 예산안(Continuing Resolution·CR)’을 통과시켜 협상 시간을 번다. 공화당은 아무 조건 없이 11월 21일까지 일단 정부를 지금처럼 운영하는 7주짜리 ‘깨끗한(clean)’ 임시 예산안을 제안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건강보험 정책 복원 등 여러 요구사항을 덧붙인 4주짜리 임시 예산안을 역으로 제안하면서 맞섰다. 공화당 주도로 하원을 통과한 CR은 19일 상원에서 공화당 일부 의원들의 이탈표가 나오면서 부결돼 셧다운은 사실상 초읽기 상황에 들어갔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민주당이 셧다운도 불사하겠다며 강경책을 쓰는 이유는 트럼프 대통령이 의회의 헌법적 특권을 무시하고 독단적으로 국정을 운영하고 있다는 인식이 당내에 팽배하기 때문이다. 매들린 딘 민주당 하원의원은 “다수당인 공화당의 묵인으로 대통령이 헌법상 의회의 권한을 이미 장악했다”며 “트럼프 행정부는 불법적으로 지출권을 행사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실제로 3월에 의회가 6개월치 단기 예산 연장을 통과시킨 이후 행정부는 자금을 의회의 기존 지침과 달리 배분해 왔다. 이 과정에서 LGBTQ 청소년 자살예방 프로그램 예산이 삭감됐고, 교육부 지원금 일부가 공화당 주의 헌장학교와 특정 대학으로 옮겨갔다.
예산 전문가들은 과거 대통령들은 예산안 통과 여부에 대해 의회의 권한을 존중해왔으나 트럼프 행정부는 다른 접근 방식을 취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찰스 슈머 상원 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3월 이후 상황은 과거와는 완전히 달라졌다”며 “트럼프 행정부가 불법적으로 지출을 취소·압류한 사례가 드러났다”고 강조했다. 전직 예산관리국(OMB) 간부인 찰스 키퍼는 “관행을 무시하고 자금을 선별적으로 사용하는 것은 (의회의) 협상 구조를 흔드는 일”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에 따르면, 예산안이 연장되건 셧다운이 되건 간에 모두 트럼프 행정부의 권한을 강화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민주당 의원들은 예산안을 연장하려는 다수 공화당 의원들의 움직임이 사실상 올해 세출 절차를 건너뛰려는 의도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예산안이 상원을 통과하지 못하고 셧다운에 이르게 되더라도 민주당으로서는 이기는 게임이라고 보기 어렵다. 연방 정부가 기능을 멈출 때 어떤 부처가 ‘필수 기능’을 유지하도록 할지 결정하는 것은 백악관 관리예산국(OMB)이기 때문이다.
또한 법학자들은 셧다운 기간 동안 행정부의 재량이 광범위하다고 지적한다. 데이비드 슈퍼 조지타운대 교수는 “행정부가 압박 수단으로 가능한 한 많은 부처를 폐쇄할 수도 있고, 반대로 정치적 선호에 따라 특정 프로그램에는 관대하게 자금을 유지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민주당 내에서 셧다운이 오히려 트럼프 행정부의 권한을 강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대목이다.
셧다운에 대한 책임 공방도 피해가기 어렵다. 과거의 경우를 보면 셧다운을 주도한 쪽이 주로 여론의 비판을 받았다. 민주당은 예산안 합의 실패를 ‘트럼프 셧다운’이라 부르며 행정부의 책임을 묻고 있는 반면, 공화당은 민주당이 무리한 요구를 하고 있다며 ‘민주당 책임론’으로 맞서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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