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평선] ‘초코파이 절도 유죄’의  협업자들

이영태 2025. 9. 24.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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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18개월 송사 끝에 정식재판까지 간 사건에서 1심은 A씨에게 벌금 5만 원 유죄를 선고했다.

지난 18일 항소심 첫 재판에서 재판장은 "각박한데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라고 했다는데, 단지 초코파이 하나 때문은 아니었을 걸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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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서울 한 대형마트에 진열된 초코파이. 연합뉴스

2025년판 장발장이라 할 만한 ‘초코파이 절도’ 사건이 화제다. 작년 1월 전북 완주 한 물류회사에서 하청 보안업체 직원 A(41)씨가 새벽 근무 중 사무실 냉장고에서 초코파이와 커스터드 딱 1개씩을 꺼내 먹었다. 폐쇄회로TV로 이를 확인한 회사 측은 112에 신고했다. 18개월 송사 끝에 정식재판까지 간 사건에서 1심은 A씨에게 벌금 5만 원 유죄를 선고했다. 절도액은 초코파이 400원, 커스터드 650원 등 총 1,050원.

□ 회사가 왜 A씨를 형사처벌까지 하려 했는지 정확히 알려진 건 없다. 지난 18일 항소심 첫 재판에서 재판장은 "각박한데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라고 했다는데, 단지 초코파이 하나 때문은 아니었을 걸로 보인다. 동료들은 “우리도 꺼내 먹었다”고 한다. 상습범도 아니다. 회사 눈 밖에 난 A씨가 괘씸죄에 걸렸을 공산이 크다. 변호인은 “노조 활동으로 인한 회사와의 마찰이 영향을 미쳤다”고 주장한다. 사실이라면 각박한 게 아니라 악의적이다.

□ 경찰이 화해 노력도 없이 검찰에 송치한 것까진 넘어가자. 검찰은 기소유예로 종결했으면 될 사안을 약식기소했다. 논란이 되자 신대경 전주지검장은 “피해자가 강력하게 처벌을 원해서”라고 했지만 군색하다. 그는 “항소심에서 할 수 있는 일이 뭔지 상식 선에서 검토 중”이라 했는데, 기소가 비상식적이었음을 자인하는 셈이다. 한 네티즌의 일갈이 매섭다. “그 검사는 새우깡 한 알을 먹었어도 처벌을 원하면 기소할 텐가.”

□ A씨가 무죄를 다투며 청구한 정식재판 1심을 맡은 판사도 매한가지다. 채다은 변호사는 "차라리 허락되지 않은 공간에 들어간 주거침입죄라면 모를까 절도죄로 유죄 선고한 건 납득이 어렵다"고 했다. 최소한 선고유예를 할 정도의 재량은 판사에게 충분히 있었을 것이다. 버스요금 800원 횡령으로 운전기사를 해고한 것이 정당하다던 15년 전 판결이 소환된다. “인간과 사회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면 제대로 된 판사와 검사를 할 수 없다”는 김종민 변호사의 지적에 백번 공감한다. (※사족; 초코파이는 정(情)이라 믿게 한 오리온도 일말의 책임이 있을지 모르겠다.)

이영태 논설위원 yt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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