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범죄단체서 ‘로맨스 스캠’, 한국인 조직원들 ‘실형’
캄보디아 바벳 찾아 범죄단체 가입 후 활동
피해자 13명에 5억 원대 뜯도록 범죄 가담
대포통장·조직원 공급, SNS로 접근하기도

캄보디아 현지에서 ‘로맨스 스캠’ 사기로 범죄 조직이 수억 원을 챙길 수 있도록 도운 혐의를 받는 한국인 조직원 3명에게 법원이 실형을 선고했다.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부산지법 형사3단독 심재남 부장판사는 범죄단체 활동, 사기 혐의 등으로 기소된 30대 남성 A 씨에게 징역 합계 3년 2개월, 30대 남성 B 씨에게 징역 2년 4개월, 20대 남성 C 씨에게 징역 2년 8개월을 선고했다.
검찰 공소사실에 따르면 A 씨 일당은 지난해 7월 3일부터 24일까지 ‘로맨스 스캠’ 방식으로 총 13명에게 119회에 걸쳐 약 5억 8689만 원을 소속 범죄단체에 송금하도록 만든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로맨스 스캠’은 SNS 등에서 가짜 사진으로 피해자와 이성적으로 친밀한 관계를 형성한 후 금전적 이익을 취하는 사기 범죄다.
A 씨와 B 씨는 지난해 5월 “캄보디아에서 일할 애들을 모아주면 매출 금액 일부를 주겠다”는 중학교 선배 제안을 승낙했고, 지인에게 소개받은 C 씨에게 “해외에 가서 일하면 많은 돈을 벌 수 있다”고 꼬드겼다. 이들은 이후 캄보디아 바벳 숙소로 함께 이동해 범죄단체에 가입했다.
범죄단체는 캄보디아 바벳에서 SNS 오픈 채팅 등을 이용해 피해자들 환심을 산 뒤 코인, 쇼핑몰, 여행 투자 등을 통해 고수익을 얻을 수 있다고 속여 돈을 송금받는 조직이었다. A 씨와 B 씨는 범행에 사용할 대포통장이나 조직원 등을 공급하는 ‘모집책’ 팀원, C 씨는 SNS 등으로 피해자를 기망하는 ‘콜센터’ 팀원으로 활동했다.
중국인이 총책인 범죄단체는 지난해 1월 캄보디아 바벳, 라오스 비엔티안 등지에 사무실을 마련하며 활동을 본격화했다. 텔레그램이나 카카오톡 등 SNS에 여성 얼굴 사진을 올려놓은 대포 계정으로 ‘골프’와 ‘영화’ 등이 주제인 오픈 채팅방을 열어 불특정 다수에게 접근했다. 캄보디아 바벳에서 돈을 받으면, 라오스 비엔티안에선 범죄 수익을 세탁하는 역할을 맡았다.
조직원들은 개인적인 인적 관계를 이용해 항공권과 숙소를 제공하며 라오스, 캄보디아, 베트남 등으로 누군가를 끌어들였다. 성공 사례 등에 대해 교육한 뒤 이들을 신규 조직원을 가입시키곤 했다.
범죄단체는 엄격한 규율로 운영됐다. 총책 결정에 따라 위계가 정해졌고, 서로 본명을 알지 못하게 했다. 일할 때는 휴대전화 사용과 대화도 금지됐다. 하위 조직원이 귀국을 원하면 조직원 1명을 인질처럼 남게 했고, 1명이 사무실로 돌아온 후 그다음 조직원 귀국을 허용했다. 탈퇴 의사를 밝히는 조직원은 1만 달러를 벌금으로 내야 한다며 강압적 분위기도 조성했다. 경비원들은 건물 곳곳에서 총을 들고 감시를 이어갔다.
재판부는 “A, B, C 씨는 로맨스 스캠 범죄 조직 모집책 혹은 유인책으로 사람을 기망해 돈을 받아 죄질이 불량하다”고 판단했다. 다만 “A, B, C 씨 모두 잘못을 인정하며 반성하고 있다”며 “특히 B 씨는 피해자 13명 중 11명에게 소액의 금액을 주고 원만히 합의한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