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아파트에서 일주일 산다…단기 임대 인기 이유는?

오유진 기자 2025. 9. 24.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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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보다 저렴한 단기 임대…공실 메우려는 집주인도 반긴다
시장 커지지만 법적 안전장치는 부재…제도 보완 필요

(시사저널=오유진 기자)

6.27 대출 규제, 전세사기 우려 등이 맞물리면서 서울 아파트 월세 수요가 3년 8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사진은 서울 시내 한 부동산에 게재된 월세 매물 안내문 ⓒ 연합뉴스

직장인 김정윤씨(46세)는 지난 여름 부산의 한 아파트를 2주간 임대했다. 휴가를 계획하며 4인 가족이 함께 머물 호텔·콘도 등을 알아봤지만, 수백만원에 달하는 숙박비에 선뜻 손이 가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던 중 한 단기 임대 플랫폼에서 2주간 90만원에 아파트를 임차할 수 있다는 사실을 접하고, 즉시 예약했다.

김씨는 "호텔 숙박비가 부담돼 단기 임대를 차선책으로 택했는데, '내 집'처럼 자유롭게 지낼 수 있어 오히려 만족도가 높았다"며 "아이를 동반하거나 가족이 많을수록 머물 공간을 구하기가 어려운데, 단기 임대가 유용한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짧게는 1주, 길게는 6개월간 임대차 계약을 맺는 '단기 임대'가 인기를 끌고 있다. 장기 출장, 이사·리모델링 등으로 임시 거주지가 필요한 임차인과 공실로 인한 손해를 메우려는 임대인들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다.

단기 임대 플랫폼 삼삼엠투에 따르면, 지난해 부동산 단기 임대 거래액은 840억원으로 전년 대비 3배 이상 늘었다. 올해에는 1분기에만 거래액이 350억원을 넘어서면서 지난해 거래액을 훌쩍 넘어설 전망이다.

단기 임대 거래가 증가한 건 통상 '2년 계약'이 중심인 임대차 시장에 1주일~1년 등 유연한 계약을 원하는 수요가 커졌기 때문이다. 삼삼엠투 조사에 따르면, 단기 임대 서비스 이용자 중 38%는 출장이나 업무 차원의 체류를 위해 단기 임대를 선택했다. 이사나 인테리어 공사를 위한 임시 거주지(24%), 학업(15%) 등으로 인한 수요도 적지 않았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다른 지역으로 장기 출장을 계획하는 직장인이나 병원 입원으로 임시 거주지를 찾는 보호자, 리모델링·보관이사 등으로 단기 임대 수요는 꾸준히 증가해왔다"며 "중개업소를 직접 찾아 발품을 팔거나, 임대인을 대면하지 않아도 계약할 수 있어 일반 임대차 계약보다 접근성도 좋다"고 설명했다.

단기 임대 플랫폼 삼삼엠투에 등록돼 있는 서울 강남구, 서초구 일대의 아파트 매물 ⓒ 삼삼엠투 홈페이지

억대 전세 대신 '50만원 보증금' 월세 찾는다

고액 보증금을 마련하기 어렵거나, 전세사기 우려로 장기간 계약을 꺼리는 젊은 세대도 단기 임대를 선호한다. 부동산 정보 플랫폼 '다방'에 따르면, 8월 기준 서울 원룸(전용면적 33㎡ 이하) 평균 전세 보증금은 2억1312만원에 달한다. 사회 초년생, 서울로의 이주를 준비하는 취업 준비생이 감당하기엔 상당한 금액이다. 전세사기 여파로 전세 매물이 급격히 줄어들고, 전세대출까지 막힌 만큼 보증금이 묶여 있는 전세보다 고액의 월세를 부담하는 편이 낫다고 판단하게 된 것이다.

단기 임대 플랫폼에서는 50만원 이하의 보증금으로도 원룸·오피스텔은 물론 서울 내 초고가 아파트도 쉽게 임대할 수 있다. 삼삼엠투에는 서울 서초구 반포동 반포자이 (1주 289만원), 아크로비스타 (1주 390만원),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1주 125만원) 등 고급 단지 매물도 등록되어 있다. 보증금 33만원과 주세만 납부하면 당일 임대도 가능하다.

장기간 거주할 임차인을 구하기가 어려운 임대인에게도 단기 임대는 새로운 수익 창출 수단이다. 공실 기간에도 임대수익을 얻을 수 있고, 기존 월세보다 높은 임대료를 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명확하기 때문이다.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 위치한 역세권 아파트 전용 25㎡는 최근 보증금 2000만원, 월세 90만원에 계약이 체결됐는데, 같은 아파트에서 단기 임대를 내놓는 경우 보증금 33만원, 월세 130만원으로 임대가 가능하다. 단순 월세만 비교하면 약 30~40% 높은 수익을 낼 수 있는 셈이다.

다만 단기 임대가 최근 등장한 계약 형태이다 보니 법적 '회색지대'가 많다는 점은 향후 해결해야 할 과제다. 단기 임대는 현행 주택임대차보호법상의 적용을 받지 않아 임차인에게 대항력과 변제권이 인정되지 않는다. 3~6개월 중기 계약을 맺는 경우에도 전입신고가 불가능하다.

법적 경계가 불분명한 만큼 계약한 숙소가 불법 숙소에 해당하지 않는지 사전 확인도 거쳐야 한다. 현행법상 업무용 오피스텔, 근린생활시설, 지식산업센터 등에서는 단기 임대 시설을 운영할 수 없다. 또한 주택 내에서 일반 숙박시설과 유사한 편의시설·용품 등을 제공하면 미등록 숙박업으로 간주돼 처벌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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