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런은 2위, 루킹 삼진은 1위…KIA ‘강공의 명암’
-루킹 삼진 1위, 전체 삼진 2위…큰 스윙의 그림자
-풀카운트 상황 루킹 삼진 약점 뚜렷
-중심타선(3-5번)에서 두드러진 약점, 삼진 키웠다
-선구안, 컨택 능력 강화 등이 내년 반등 열쇠

17개의 삼진, 그중 6개의 루킹 삼진.
프로야구 KIA 타이거즈가 23일 문학 SSG 원정에서 남긴 기록은 올 시즌 ‘큰 야구’가 안고 있는 약점을 단적으로 보여줬다.
특히 6개의 루킹 삼진은 단일 경기 기준으로도 적지 않은 수치다.
KIA는 올 시즌 장타력 중심의 ‘큰 야구’를 앞세웠다. 홈런 138개로 리그 2위, 장타율 0.401과 OPS 0.738 모두 3위.
방망이를 길게 잡고 힘껏 휘두르는 공격 전략이 그대로 수치로 이어진 결과다.
그러나 대가도 컸다.
22일 기준 KBO 집계에 따르면 KIA의 팀 삼진은 1천128개로 리그 2위다.
이 가운데 헛스윙 삼진이 822개로 리그 4위, 루킹 삼진은 306개로 리그 1위를 기록했다.
강한 스윙이 부른 헛스윙 삼진은 장타 지향의 필연일 수 있다.
하지만 스윙조차 하지 못한 채 당한 루킹 삼진은 다른 문제를 보여준다.
루킹 삼진은 단순히 장타 성향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카운트가 깊어질수록 결정구 대응이 늦고, 스트라이크 존 판단이 흔들리는 점이 더 큰 원인으로 꼽힌다.
특히 볼카운트가 낮은 투스트라이크 상황보다 풀카운트(2스트라이크 3볼)에서 약점이 가장 뚜렷했다.
KIA는 올 시즌 풀카운트 상황이 총 745차례였다.
여기서 나온 루킹 삼진이 61회(8.2%)로 리그 최다다. 이는 상위팀인 LG(35회), 한화(31회), SSG(45회) 등과 비교하면 격차가 확연하다.
집중력이 절실한 순간마다 방망이를 내지 못한 채 물러난 타석이 많았음을 보여준다.
이런 경향은 중심타선(3-5번)에서도 두드러져 약점을 더욱 부각시켰다.
결국 불리한 상황에서의 생산성 저하가 누적되며 루킹 삼진 1위라는 뼈아픈 결과로 이어졌다.
더구나 KIA는 2스트라이크까지 몰린 뒤 삼진으로 끝난 타석의 비율(PutAway%)이 18.0%에 이르러, 리그 세 번째로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즉, 루킹 특성에 더해 투스트라이크 전반에서 타석이 삼진으로 귀결되는 빈도 자체도 높은 편이라는 의미다.
정리하면, 카운트가 몰리면 판단이 흔들리고 결정구 앞에서 방망이가 힘을 못쓰는 한계가 드러난 것이다.
KIA는 상대 투수를 압도할 장타력은 충분하다. 실제로 2볼 0스트라이크처럼 유리한 볼카운트에서는 장타율 1위의 폭발력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결정적 순간 공을 끝까지 공략하지 못한 타석이 쌓이며 리그 삼진 2위라는 성적표를 남겼다.
결국 ‘큰 야구’의 약점을 덮으려면 타석 운용과 카운트 운영의 전면 재정비가 필요하다.
투스트라이크 승부 전반에서의 선구안, 결정구 대응, 카운트 주도권 확보가 핵심 과제로 꼽힌다.
올 시즌 수치가 보여주듯 장타력만으로는 한계가 분명하다.
팀 전체가 공격 철학을 보완하지 않는다면 내년에도 같은 고민이 반복될 수 있다.
/주홍철 기자 jhc@kj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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