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외면에 광주지하철 무임승차 적자 ‘눈덩이’
국가 차원 복지비용 지자체에 전가
광주 이용객 32% ‘무료 ’ 79억 부담
노인 이용율 84년 4%→24년 20%
전국 6개 도시철도 작년 7천억 떠안아
“국가책임 강화, 국비 보전 법제화를”

광주교통공사를 비롯한 전국 6개 도시철도 운영기관이 매년 수천억원에 달하는 '무임승차' 손실액으로 인한 재정난을 호소하며 정부의 국비 지원을 촉구하고 나섰다.
도시철도 무임승차 제도는 65세 이상 노인과 장애인, 국가유공자 등 사회적 약자의 이동권을 보장하는 국가 차원의 복지정책이지만, 그 비용 부담은 고스란히 운영기관이 떠안고 있다. 광주만 해도 매년 70억원대의 손실이 발생하는 가운데, 지난해 전국 도시철도 무임승차 손실액은 7000억원에 달한다. 고령화가 가속화되는 만큼 손실 규모는 더 커질 전망이어서 시설 보수나 안전 투자까지 위협받는 상황에 놓였다.
전국 도시철도 운영기관 "국비 지원을"
지난 10일 서울에서 열린 전국 도시철도 운영기관 공동 정책 토론회에서 광주·서울·부산·대구·대전·인천 등 6개 도시철도 노사 대표는 "무임승차 제도는 이미 40년 넘게 지속된 교통 복지정책이지만, 그 부담을 운영기관이 떠안으면서 제도의 지속 가능성 자체가 위협받고 있다"며 정부의 적극적 재정 지원을 촉구했다.
도시철도 운영기관장들과 노동조합 위원장들은 그동안 노인·장애인 등 무임승차에 따른 손실을 국비로 보전할 것을 요구하며 공동건의문을 채택, 국회와 정부 관계 부처에 전달해왔다. 이번 토론회는 이러한 움직임의 연장선상에서 실질적인 해법을 찾기 위해 마련됐다.
발제를 맡은 김진희 연세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무임수송 손실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단계적 법 개정이 필요하다"며 "중앙정부가 교통복지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아 전국 단위 공익서비스 비용 산정과 보상 계약 체결을 책임져야 한다"고 말했다.

초고령사회 진입에 재정 압박 심화
'도시철도 법정 무임승차' 제도는 정부의 주도로 40여년 이상 지속됐지만, 초고령사회로 진입하며 재정 압박이 심화되고 있다. 실제 무임승차가 처음 도입된 1984년 65세 이상 인구 비율은 4.1%였으나 올해는 20.3%에 달한다. 2025년 기준 전국 도시철도 승차인원 22억 5700만명 중 무임인원은 5억500만명으로 18%를 차지한다. 지난해 전국 6개 도시철도 운영기관의 연간 무임승차 손실액은 7228억원으로 누적 결손금은 29조원에 달한다.
광주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광주교통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광주 지하철 총 수송 인원 1761만6000명 중 무임으로 탑승한 승객은 567만3000명으로 전체의 약 32%를 차지했다. 특히 65세 이상 노인 승객은 457만9000명으로 전체의 80% 이상을 차지하며, 급속한 인구 고령화로 인한 무임승차가 도시철도 운영에 미치는 영향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광주의 무임승차 손실액은 △2020년 63억원 △2021년 64억원 △2022년 70억원 △2023년 76억원 △2024년 79억원이다.
노인 등 수혜자들 "미안한 마음"
국가 차원의 공공복지서비스이지만, 정부가 무임승차 재정 지원을 외면하면서 지하철을 이용하는 수혜자들이 미안함을 토로하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광주 서구에 사는 김모(78)씨는 "매일 아침 농성역에서 지하철을 타고 금남로 4가역으로 가 장기나 바둑을 두는 일로 하루를 보내는데, 무임승차 덕에 경제적 부담을 덜고 있다"며 "공짜로 지하철을 이용하니 고마우면서도 적자가 쌓인다고 하니 혹시 내 탓인가 싶어 마음이 불편하다"고 말했다.
광주교통공사 관계자는 "도시철도 운영기관이 무임승차로 인한 손실을 자체적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에 이르렀다"며 "국가 책임 강화를 위해 국비 보전 법제화와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의 재정 지원을 확보하려면 무임승차 이용자가 더욱 늘어나야 한다"며 "노인 등 수혜자들의 적극적인 이용을 당부드린다"고 덧붙였다.
무임승차 손실 국비 보전 문제는 정부 부처 간 이견 등으로 진전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국토교통부, 기획재정부, 행정안전부 등 관련 부처는 지원 방식과 재원 분담을 놓고 서로 다른 입장을 내놓으면서 실질적 해법 마련이 지연되는 모습이다.
광주교통공사 조익문 사장은 "인구 구조의 변화와 낮은 운임으로 도시철도 운영 기관이 겪는 어려움은 한계에 직면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시민들이 보편적 교통 서비스를 누릴 수 있도록 정부 차원의 조속한 지원을 부탁 드린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