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팬, EPL보러 날아갔지만…900파운드 암표 티켓 ‘무효처리’

김세훈 기자 2025. 9. 24. 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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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축구입장권. 게티이미지



암표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티켓을 사서 영국으로 날아간 한국팬이 큰 낭패를 당했다.

지난 주말, 토트넘의 첫 경기를 보기 위해 한국에서 5500마일(8851㎞)을 날아간 축구 팬 제임스 씨는 브라이턴 아멕스 스타디움 입구에서 발길을 돌려야 했다. BBC는 24일 “그는 인터넷 재판매 사이트를 통해 900파운드(약 170만원)를 주고 티켓을 구입했지만, 현장에서 ‘무효 처리된 티켓’이라는 통보를 받았다”며 “인생 첫 프리미어리그 관람을 꿈꾼 제임스씨에게는 악몽 같은 하루로 남았다”고 전했다.

브라이턴 구단은 BBC와 함께 불법 티켓 거래의 실태를 공개하며, 해당 경기에서만 불법 티켓 285장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심지어 ‘스카페이스’ 영화 속 주인공 이름을 도용한 계정까지 적발되는 등 조직적인 매매가 확인됐다.

제임스씨는 “암표로 구입한 티켓은 입장이 불가할 수도 있다는 규정을 이해하지 못했다”며 “멀리 한국에서 온 여정이 허망하게 끝났다”고 말했다. 영국에서 프리미어리그 경기 티켓을 구단 공식 경로가 아닌 재판매 사이트(특히 무단·비인가 거래처)를 통해 구입하는 것이 불법이며, 해당 티켓은 무효 처리되어 입장할 수 없다는 규정이 있다.

영국에서는 불법 재판매가 법으로 금지돼 있지만, 해외 기반 사이트를 통한 거래가 성행하면서 피해자가 속출하고 있다. 축구 서포터 연맹(FSA)은 “장기 팬들이 정가로 티켓을 구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문제의 심각성을 경고했다. BBC는 “브라이턴은 전담 직원을 배치해 디지털 기술과 자체 분석 모델로 의심 거래를 추적하고 있다”며 “프리미어리그도 암표 근절을 위해 암호화된 바코드 시스템 도입을 추진 중”이라고 전했다.

영국에선 1994년부터 축구 경기 티켓의 무단 재판매가 형사사법질서법 제166조로 형사범죄로 다뤄지고 있다. 정부는 2025년 1월 ‘라이브 이벤트 티켓 재판매’ 개선 방안을 공개해 단속·소비자 보호 강화에 나섰다. 클럽·리그 차원의 기술적 대응도 가속됐다. EPL은 복제·양도 난이도를 높이기 위해 ‘암호화 바코드’ 기반의 전자티켓 전환을 추진했고, 일부 구단은 거래 횟수 제한·신원확인(IDV) 도입 등을 병행하고 있다. 리버풀은 2023-24시즌 동안 위법·불법 양도 연루 계정을 대량 비활성화하고, 평생 출입 금지 75건·무기한 정지 136건을 집행했다.

김세훈 기자 sh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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