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부채·부동산PF·글로벌 금리 ‘3중 위기’ 증폭 막으려면…

한겨레 2025. 9. 24. 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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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리포트] 이용우의 여의도에서 보는 한국경제
새마을금고 한 지점에 들어서는 시민 앞으로 예적금을 안전하게 보호하고 있다는 취지의 걸침막이 걸려있다. 연합뉴스

우리 경제는 가계부채, 건설업 PF 부채, 제2금융권 감독 공백, 해외부동산펀드 리스크, 저축은행 업계의 양극화된 위험 구조 등이 얽히며 다층적 금융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이들이 맞물리며 시스템 리스크로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글로벌 고금리 국면과 국내 건설경기 침체가 맞물리면서 이러한 위험 요소들이 동시에 현실화될 우려가 커지고 있다.

2025년 1분기 기준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89.4%에 달하면서 주요국 중 최고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이는 단순히 규모의 문제가 아니라 질적 악화가 동반되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심각하다. 특히 자영업자와 다중채무자를 중심으로 한 연체율 증가는 향후 금융시스템 전반의 안정성을 위협할 수 있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건설업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채 문제는 가계부채와 함께 한국 금융시스템의 또 다른 뇌관으로 부상하고 있다. 2025년 상반기 PF대출 연체율이 4.49%로 4%대에 처음 진입하면서 금융권 전반에 경고등이 켜졌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크게 상승한 수치로, 건설경기 침체와 분양시장 부진이 맞물리면서 나타난 결과다.

비은행 금융기관의 PF성 대출은 2024년 구조조정으로 크게 줄었으나, 지방소재 금융기관을 중심으로 총여신대비 비중이 높은 수준인데다 건전성도 크게 저하되고 있다. 지방소재 저축은행의 경우 2024년말 총여신대비 PF대출 보유비중이 20%에 근접하며, 해당 연체율도 20.2%까지 상승했다. 새마을금고의 경우 2025년 상반기 연체율이 7.24%에 달해 시중은행(0.31%)이나 지역은행(0.52%)에 비해 현저히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이는 이들 기관이 은행 방식을 모방했지만 리스크 관리 체계를 제대로 갖추지 못한 결과다. 특히 부동산 관련 대출 비중이 높고, 대출 심사 과정에서의 전문성 부족이 이러한 결과를 초래한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새마을금고와 신용협동조합 등의 상호금융권들이 사실상 은행과 유사한 예금∙대출 업무를 하면서도 건전성 관리와 내부통제는 취약하다는 점이다. 이들은 고금리 예금으로 자금을 조달해 부동산 PF 대출 등에 공격적으로 나섰으나, 금융권 평균 대비 충당금 적립과 리스크 관리가 미흡한 것으로 지적된다. 그 결과 새마을금고는 각종 금융 사고(횡령∙배임 등)까지 겹치며 실적이 급격히 악화되었다. 실제로 전국 새마을금고의 2025년 상반기 순손실은 1조3287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고, PF 부실로 대규모 충당금을 적립하면서 손실이 연간 1조원대로 확대되는 추세다.

한편 새마을금고는 브릿지론(토지 매입 단계 PF)부터 본 PF 대출까지 패키지 형태로 담당하는 형태의 상품인 ‘관리형 토지신탁 사업비 대출’을 취급했다. 새마을금고의 관리형 토지신탁 대출 잔액은 2022년 15조5079억원으로, 2019년(1694억원)과 비교해 15조원 넘게 폭증했다. 새마을금고의 PF 연체율은 2021년 2% 수준에서 2025년 상반기 8%대로 급등했다. 올해 1분기 기준 상호금융의 PF 부실여신 규모는 11조3000억원으로 전체 대비 52%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는데, 상당 부분이 새마을금고와 신협과 관련된 것으로 평가된다.

새마을금고와 신협뿐만 아니라 국내 자산운용사와 증권사 등 비은행 금융회사들도 공격적인 해외 부동산 투자로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저금리와 풍부한 유동성을 배경으로 2010년대 중반 이후 국내 금융권은 미국을 비롯한 해외 상업용 부동산에 막대한 자금을 투자했다. 증권사, 보험사, 연기금까지 너나없이 대체투자 붐에 올라탔고, 여러 금융기관이 공동으로 특수목적법인(SPC)을 설립해 대규모 해외 부동산 투자에 참여했다. 문제는 부동산 경기가 둔화되고 금리가 급등하자 이러한 해외 부동산 펀드에서 대규모 손실이 현실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에는 자산운용사의 공모 주식형 펀드에서도 원금 전액 손실이 예상되는 사례가 나오는 등 금융소비자 피해로 이어지고 있다.

부동산 경기 둔화는 저축은행권에도 직접적인 타격을 주고 있다. 다만 저축은행 업계는 대형사와 소형사 간의 양극화 현상이 뚜렷하다. 자산 규모 상위권의 대형 저축은행들은 비교적 자본완충력이 있고 여신 포트폴리오 다변화로 충격 흡수력이 있는 반면, 지방 기반의 소규모 저축은행들은 부동산 PF 대출 편중도가 높아 부실 위험이 집중되고 있다.

전문가들 역시 제2금융권과 상호금융의 부동산 금융 위험을 인지하고 있다. 문제는 이를 관리할 제도적 장치가 부실하다는 점이다. 새마을금고와 신용협동조합 등은 여타 금융기관과 달리 금융감독당국이 아닌 행안부의 감독을 받는다. 이들 기관이 지역 개발과 서민금융을 담당하는 공적 부조기관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잇따른 규제완화로 이 기관이 저축은행이나 기존 은행과 유사한 업무를 하게 됨에 따라 소비자들은 그 차이를 인식하지 못해 금융소비자의 피해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새마을금고와 신협에 대한 전문적 감독을 위해 금감원으로 감독권을 이양하려는 시도가 있었지만 행안부는 관할권 상실로 인한 권한 축소, 금감원은 감독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으려는 태도로 무산됐다. 예금자 보호도 행안부 산하 중앙회 중심으로 이루어져 미봉적으로 대처해왔다는 비판이 있다. 결국 감독 사각지대에 놓인 이들 상호금융권이 한국 금융시스템의 약한 고리로 남아 있으며, 제도개선이 시급한 상황이다.

금융위기는 언제나 가장 취약한 고리에서 시작된다. 주택경기는 금리 상승과 인구구조 변화 등으로 지역별 미분양 증가와 거래 침체가 지속되고 있다. 건설사들은 분양률 저하로 유동성 압박을 받고 있는데, 동시에 원자재 가격 상승과 인건비 등 비용 부담이 커지면서 수익성 악화까지 겪고 있다. 분양이 부진한 사업장의 경우 시행사는 PF 이자를 감당하지 못해 연체에 빠지거나, 아예 사업을 포기하고 PF 대출이 부실화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때 1차 충격을 받는 곳이 앞서 언급한 저축은행, 새마을금고, 증권사 등 PF 자금을 댄 금융회사들이다. 즉, 부동산 경기 둔화→PF 부실→취약 금융회사 부실화로 이어지는 위험 전이 경로가 현실화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시점에 예금보장 한도가 1억원으로 늘어 금융안정을 위협하는 자금 이동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일반적으로 저축은행은 시중은행보다 조금 더 높은 예금금리를 제시한다. 이는 저축은행 예금은 그 경영, 자산건전성과 관련 없이 결정된다는 의미다. 저축은행이 은행보다 높은 예금금리를 제시하였기 때문에 여신 운용에서도 은행보다 높은 금리의 대출을 해야 한다. 이것은 저축은행이 은행보다 신용도가 떨어지거나 위험이 높은 거래를 하고 있다는 뜻이다. 저축은행과 상호금융이 건설∙부동산업종에 치우쳐 대출을 실행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취약한 부문에 자금이 이동하고 이 비용을 초과하는 운용을 위해 더 위험한 대출을 시행하는 과정에, 금융안정성을 저해할 수도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여기에 더해 트럼프의 보편관세 정책으로 글로벌 자금시장의 불안정성이 커지고 있다. 2025년 들어 미국, 영국 등 주요국의 국채 금리가 일제히 급등하며 수십 년 만의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예를 들어 2025년 9월 초 영국 30년물 국채금리는 5.7%를 돌파하여 1998년 이후 최고치에 이르렀고, 미 국채 30년물도 장중 한때 5.0%에 육박했다. 독일과 프랑스의 30년물 국채금리 역시 2011년 이후 최고치를 경신하는 등 글로벌 채권시장 금리가 전반적으로 상승세를 보였다. 이는 각국의 재정 악화 우려와 인플레이션, 통화정책 불확실성 등이 맞물린 결과로 분석된다. 물론 연준 등 통화당국이 금리 인하에 나서더라도, 시장금리는 자금 사정이나 재정적자 규모와 지속 가능성에 따라 하락하지 않을 수 있다.

문제는 이렇게 높아진 글로벌 금리가 한국의 금리와 금융시장에 연쇄적인 압력을 가한다는 점이다. 글로벌 금리 상승은 국내 채권 금리 역시 상승 압력으로 이어져 은행 대출금리와 주담대 금리가 높게 유지됨으로써 가계의 이자 부담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 장기 금리 상승은 곧바로 금리 민감자산의 가치 하락으로 이어져 보험사∙연기금 등의 포트폴리오에도 손실 요인이 된다. 이처럼 해외 금리 상승은 한국 금융권의 취약 부문(PF, 해외투자, 금리민감자산 등)에 직접적인 충격을 가할 수 있다.

우리의 금융은 겉보기에는 안정된 듯하지만 내부적으로는 가계부채, 부동산 PF 부실, 비은행 금융권의 취약성이라는 복합 리스크 요인이 누적되어 있다. 새마을금고 사태 등에서 보듯 위기는 가장 취약한 지점에서 촉발되어 전체로 번질 수 있다. 이를 방지하려면 가계부채 구조개선, 부동산 시장 연착륙 유도, 취약권 금융기관 감독강화 등의 선제 조치가 필요하다. 아울러 대외금리 상승 등 글로벌 환경 변화가 국내 리스크를 증폭시키지 않도록 거시건전성 정책수단과 외환 방어막 점검이 필수적이다.

이용우 전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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