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모사] 故 현원학 생태교육연구소장님을 떠나보내며

고 현원학 박사님, 우리 곁을 떠난다는 소식을 듣고 너무나 황망했습니다. 당신이 사랑하던 가족과 동료들을 남겨두고 어찌 그리 성급하게 가시렵니까. 당신은 수없이 오르내리던 제주의 한라산과 오름, 곶자왈과 벵듸, 중산간 습지와 해안이 지금도 환히 보이시지 않습니까?
당신은 평소에 "나의 삶에 영향을 준 세 분의 스승님이 있다. 삶을 가르쳐준 조부님, 한라산과 오름을 가르쳐준 오름나그네 고 김종철 선생님, 지질학을 가르쳐준 부산대학교 지질학과 고 윤선 교수님이시다. 그 세 분을 통해 인생을 알고 제주의 자연을 알게 되었다."라고 하셨습니다.
당신은 대학 시절 제주대 산악부 활동을 하면서 산을 알게 되었고 고 김종철 선생님과 함께 한라산과 오름과 곶자왈을 누비면서 "돌은 낭을 의지하고 낭은 돌을 의지한다."라는 제주의 옛 어른들의 말을 실감하셨다죠? 그리고 제주자연의 아름다움과 소중함을 직접 체험하면서 그것을 알리는 알림이가 되고 지킴이가 되겠다는 꿈을 키웠고, 그 꿈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환경운동가가 되고 환경교육가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성에 안 차서 제주의 지질을 공부하기 위해 늦깎이 학생으로 부산대 대학원 지질학과에 진학하여, 마침내 '제주도 한라산국립공원의 지질'로 석사논문을, '제주도 탐라층 이질암의 광물 성분과 근원지에 관한 연구'로 박사논문을 제출하여 제주의 지질학자가 되었습니다. 그제야 당신은 제주의 자연을 입체적으로 온전히 바라볼 수 있게 되었고, 이론과 현장을 두루 겸비한 제주의 대표적인 환경교육가가 되었습니다.
당신은 제주의 자연을 연구하고 지식을 세상에 전하기 위해 2008년 제주생태교육연구소를 세우고 2010년에 사단법인으로 만들었습니다. 당신과 함께했던 동료들은 사려니숲과 한라산둘레길의 생태를 조사하고 숲길을 만들던 때를 기억합니다. 이제 사려숲길과 한라산둘레길은 제주인이 사랑하고 온 국민이 좋아하고 세계인이 즐겨 찾는 제주섬의 명소가 되었습니다. 당신의 선견지명 덕분이었습니다.
그리고 제주섬이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되면서, 당신은 그것을 알리기 위한 교재를 만들고 해설사를 양성하는 일에 힘을 보탰습니다. 무엇보다도 당신이 애착을 가지고 힘을 쏟았던 것은 자연환경해설사 양성이었습니다. 2013년 환경부 자연환경해설사 양성기관으로 인정받아서 지금까지 열 세 차례 기본과정을 통해 363명의 자연환경해설사를 양성하였고, 다섯 차례 간이과정을 교육하였습니다. 하여 동료들은 당신을 제주 자연환경교육의 대부라 부르기를 마다하지 않습니다.
당신은 제주도의 교사와 학생들을 위한 환경교육프로그램을 만들고 교육하는 데도 심혈을 기울였습니다. 제주특별자치도와 교육청의 지원을 받아 도내 초중등학생과 교사를 위한 환경교육, 환경교육전문가 양성 및 심화과정 프로그램, 생물권보전지역 생태체험프로그램, 자연환경아카데미 체험환경교육 프로그램, 람사르습지도시 인증프로그램 등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제주특별자치도의 환경정책을 수립하는 데 일조하기 위해 연구하고, 워크숍과 세미나를 공동주관 하기도 하였습니다. 어찌 여기에 당신이 하셨던 일들을 모두 열거할 수 있겠습니까. 하지만 남아있는 저희는 당신이 이룬 일들을 잘 간직하고, 못다 한 일들을 잘 계승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제주생태교육연구소 홈페이지에 있는 당신 뜻이 고스란히 살아있는 글을 읽어봅니다. "지구는 존재하는 모든 인간의 필요를 충분히 만족시킬 만큼은 자원을 제공하지만 탐욕을 만족시킬 만큼 자원을 제공하지는 않는다. 생태적 감수성은 현대문명의 위기 극복과 전환점을 만들기 위한 기본적인 자세이며 정서적으로 자연과 교감하는 과정, 자연과 생명을 사랑하고 소중히 여기는 마음을 길러준다. 또한 인간의 생태적 지위를 올바로 인식하여 삶의 태도를 생태적 지향점으로 설정하고 생태적 삶을 실현하고 생활하도록 도와준다. 우리 모두 하늘, 땅, 물, 생명이 서로 조화로운 관계를 이루는 세상을 만들어 가자." 제주자연의 소중함을 이야기하던 당신의 목소리를 잊지 않고, 마지막까지 제주자연을 지키려던 당신의 열정을 마음에 새길 것입니다.
이제 당신을 보내드립니다. 모든 것을 내려놓으시고 편안히 가십시오. 비와 바람과 햇살이 되고, 흙과 나무와 구름이 되어 당신이 그토록 사랑하던 제주자연의 영원한 지킴이가 되어주십시오. 한라산과 오름, 곶자왈과 벵듸, 습지와 바닷가에 빙긋이 웃음 짓는 당신을 만나보렵니다.
2025년 9월 24일
당신의 오랜 벗, 제주환경교육센터 이사장 윤용택
故 현원학 제주생태교육연구소 소장은 지난 22일 별세했다. 향년 65세다. 발인은 24일 오전 9시40분 그랜드부민장례식장에서 진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