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블랙록 “코리안처럼 생각하며 사업”…재생에너지 우선투자 전망

원동희 2025. 9. 24. 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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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총회 참석을 위해 미국 뉴욕을 방문 중인 이재명 대통령, 현지 첫 일정으로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최고경영자(CEO) 래리 핑크를 접견했습니다. 이 자리에서 정부와 블랙록은 AI 산업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습니다. 양측 만남을 주도한 더불어민주당 차지호 의원에게 면담이 성사되기까지의 '뒷이야기'와 MOU의 구체적인 내용을 들어봤습니다.


■ 블랙록과 3개월 물밑 협상…"AI 전환 패키지 제공하는 운용사"

차 의원은 이재명 대통령 당선이 확정된 직후부터 김우창 대통령실 국가AI정책비서관과 함께 한국 정부의 AI 대전환을 함께 할 글로벌 투자자를 찾아 나섰습니다.

차 의원은 "국내에서 동원 가능한 자본에 한계가 있고, 제한된 자본을 기반 시설에 쓰고 나면 AI 생태계를 만들 자본이 없기에 투자자를 찾아야 했다"며 "기반 시설 같은 안정적 사업은 글로벌 투자자와 함께하고, 우리의 자본은 AI 생태계 형성에 좀 더 공격적으로 투자할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밝혔습니다.

이후 블랙록과 접촉이 성사돼 본격적인 협의를 이어 나갔습니다. 그렇다면, 왜 블랙록이었을까.

블랙록은 한화로 약 1경 7000조 원을 굴리는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입니다. 최근 마이크로소프트·엔비디아 등과 함께 'AI 인프라 파트너십(AIP)'을 구성해, 전 세계 AI 설비와 전력 인프라 투자에 앞장서고 있습니다.

차 의원은 "세계 최대의 자산운용사이기도 하지만, 블랙록은 'AIP'라는 글로벌 컨소시엄을 운영하며 AI 전환에 대한 종합적인 패키지를 제공하고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었다"고 설명했습니다. 미국, 중국에 이은 'AI 3대 강국' 목표를 밀어줄 밀어줄 대형 투자자로 블랙록이 가장 이상적인 파트너였다는 설명입니다.

블랙록과 약 3개월간 협의를 이어 오던 차 의원과 김 비서관은, 막바지 협상을 위해 대통령보다 일주일 먼저 뉴욕에 도착해 MOU 체결을 물밑 조율했습니다.

이달 18일 미국 위스콘신에 완공된 마이크로소프트의 초대규모 AI 데이터센터. 38만 평 부지에 4조 6천억 원을 들여 지었으며, 엔비디아의 GPU 수십만 장이 배치될 예정이다. [사진출처 : 마이크로소프트]


■ 래리 핑크, 대통령 면담서 "모든 사업, '코리안'처럼 사고하며 진행할 것"

어제 체결된 MOU에는 △국내 AI 및 재생에너지 관련 인프라 협력 △재생에너지 기반 AI 데이터센터를 한국에 설치 △블랙록의 AIP에 한국도 참여하는 방안을 협의하자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래리 핑크 회장은 '한국이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AI(인공지능) 수도가 될 수 있도록 글로벌 자본을 연계해 적극적인 협력을 하겠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래리 핑크 회장은 이 대통령과의 면담에서 "모든 사업을 진행할 때 '코리안'처럼 사고해서 진행할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차 의원은 "래리 핑크 회장이 '한국인의 입장에서, 한국인이 가진 전략이나 사고에 맞춰서 한국이 AI와 재생에너지 전환의 주요국이 될 수 있게 지원하는 게 블랙록의 일'라고 말했다"고 했습니다.

차 의원은 "자산운용사들이 수익만 뽑아가는 경우도 있지만, 래리 핑크 회장과의 면담은 전혀 그런 방향이 아니었다"며 "MOU에서도 동등한 협력 관계를 만들려 많이 노력했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핑크 회장이 '코리안의 생각대로, 우리의 상황에 맞춰서 열심히 돕겠다고 말한 것은, 동등한 협력 관계에 대한 존중이라고 생각했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따라, 정부는 MOU를 통해 시행되는 사업 상당수를 주도적으로 이끌 수 있을 거로 전망합니다. 일례로 AI 대전환에 필요한 초대규모 데이터센터(하이퍼스케일 데이터센터) 입지와 이에 필요한 송배전망 등 기반 시설 설치 계획을 정부가 한국 상황에 맞게 결정하게 될 거로 보입니다.

차 의원은 초대규모 데이터센터 입지에 대해 "수도권도 중요하지만, 정부는 지방 균형 문제를 생각하고 있지 않으냐. 그런 부분을 고려하게 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또한 AI 기업과의 효율적 협력과 재생에너지 인프라 등이 추가로 고려될 수 있을 거라고 답했습니다.

구글이 벨기에에 건설한 데이터센터 부지에 태양광 발전 시설이 설치돼 있다. 이 데이터센터는 필요한 전력을 100% 재생에너지로 충당한다. [사진 출처 : 구글]


■ '재생에너지' 분야부터 시범 투자…실무 논의서 구체적 투자처 확정

MOU 체결 이후 하정우 대통령실 AI 미래기획수석은 뉴욕 프레스센터에서 "가까운 시일 안에 적어도 수조 원 단위의 '파일럿(시범) 투자'가 일어날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습니다. 차 의원은 재생에너지 분야에서 가장 먼저 투자가 시작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습니다.

차 의원은 "(초기 투자) 가능성이 가장 높은 분야는 재생에너지 파트"라며 "AI 데이터 센터 구축보다 재생에너지 인프라 구축에 시간이 좀 더 오래 걸리고, AI와 재생에너지 생태계를 함께 구성하기 위해선 재생에너지 전환의 문제가 먼저"라고 전했습니다.

차 의원을 비롯한 정부 협상단은 오늘부터 시작되는 실무 논의에서 구체적인 파일럿 투자 규모와 방향을 논의해 나갈 방침입니다. 차 의원은 "한국에 있는 회사들과 기술력을 가진 해외 회사들이 하나의 프로젝트 그룹을 만들어서 투자를 진행하는 방식이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덧붙였습니다.

뉴욕 현지에서 KBS와 화상 인터뷰를 진행 중인 차지호 의원


■ '블랙록 AIP'에 한국 기업 참여 독려…구체적 방안은 TF 구성해 논의

정부와 블랙록이 체결한 MOU에는 '블랙록의 'AI 인프라 파트너십(AIP)’에 한국 기업들의 참여를 독려한다'는 내용도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AIP는 세계 각국의 AI·재생에너지 기반 시설 분야에 투자하는 사업 협력체로, 마이크로소프트, 엔비디아, xAI 등 굴지의 기업들이 투자자와 기술 자문역으로 참여 중입니다.

차 의원은 "한국에 있는 기관 투자자들과 한국에 있는 산업 파트너들이 (AIP에) 함께 참여하는 길을 열어준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아직 AIP에 참여할 국내 기업이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와 같은 기업이 엔비디아 등 글로벌 기업과 함께 AI 프로젝트에 참여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이제 한국 정부와 블랙록은 TF를 구성해 구체적인 투자 전략을 논의하게 됩니다. TF는 MOU 체결 당사자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블랙록이 주도하지만, 다양한 부처와 기업들의 합류 가능성도 열려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민주당 차지호 의원

차 의원은 "에너지 파트, 재정 파트에 있는 부처들도 결합하는 형태가 될 것"이라면서 "여러 빅테크 기업들과도 컨소시엄이 맺어져 있기 때문에 함께 TF를 구성하는 게 적절한 방향"이라고 전했습니다. 이어 "한국과 블랙록은 한 배를 탔다. 양쪽이 공동으로 이익을 가져가는 구조이기 때문에, 서로의 장점을 잘 결합해 생태계를 구성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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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동희 기자 (eastshine@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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