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현보 목사 측, 미국 ‘MAGA’ 세력과 “진행되는 것 있다”

부산 세계로교회의 손현보 목사가 구속됐다. 국내 보수진영과 개신교계에서 ‘종교탄압’이라는 반발의 목소리가 나오고는 있지만, 손 목사가 주도한 세이브코리아 집회와 같은 대대적인 극우 결집의 불씨는 보이지 않는다. 다만 미국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세력과의 유대를 다져온 손 목사 측이 태평양 건너편에서 활로를 찾아내려 할 조짐이 엿보인다.
손현보 목사는 공직선거법 및 지방교육자치법 위반 등 혐의를 받는다. 그는 지난 4월 치러진 부산교육감 재보선 당시, 법정 선거운동 기간 이전에 보수 성향 정승윤 후보를 교회로 초청해 대담을 나누고 그 영상을 유튜브에 게시했다. 6·3 대선을 앞두고는 교회에서 김문수 후보에 대한 지지를 호소하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공직선거법 제85조 3항은 누구든지 종교적 기관·단체 등 조직 내에서의 직무상 행위를 이용하여 그 구성원에 대하여 선거운동을 하거나 하게 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부산시 선거관리위원회는 지난 3월과 5월 두 차례 손 목사를 고발했다. 부산지방법원은 9월9일 도주 우려가 있다는 이유를 들어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윤석열의 비상계엄 선포 이후 주목받은 손현보 목사의 이름은, 그보다 더 일찍 정치권과 교계 안팎에서 거론되고 있었다. 코로나19 유행 당시인 2020년부터 정부의 방역 지침을 어기고 대면 예배를 강행하면서다. 이 과정에서 ‘기독교 국가 건설’을 강력하게 주장해온 그는 올해 삼일절을 전후해 전국 주요 도시를 돌며 윤석열의 계엄을 옹호하고 탄핵을 반대하는 대규모 집회 ‘세이브코리아 구국기도회’를 주최했다(〈시사IN〉 제911호 ‘‘제2의 전광훈’ 손현보, 전광훈보다 위험하다’ 기사 참조). 이제는 극우 진영의 주요 ‘스피커’가 된 전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와 부정선거 음모론을 주장하는 한국계 미국인 모스 탄 등이 손 목사가 마련한 세이브코리아 무대에 올랐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와 김민수 최고위원도 세이브코리아 집회에 참석했다.
손현보 목사의 구속 이후 첫 일요일인 9월14일, 부산 세계로교회 오전 주일예배가 열렸다. 교회에 낯익은 얼굴들이 등장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와 김민수 최고위원, 박준태 당대표 비서실장, 부산이 지역구인 김도읍 정책위의장과 김미애·서지영·박성훈 의원 등이 참석했다. 김민수 최고위원은 다른 이들보다 먼저 교회에 도착해 전화 통화로 장동혁 대표의 발언 시점을 조율하거나, 교회 신도들과 악수를 나누고 사진을 찍는 등의 모습을 보였다. 한 중년 남성 신도는 손 목사 이야기를 하며 김 최고위원의 손을 잡고 흐느끼기도 했다. 오전 예배가 끝날 때까지 자리를 지킨 국민의힘 인사들은 교회 관계자 및 손 목사의 가족들과 점심 식사를 함께했다.

손 목사 구속 소식에 극우 유튜버들은 격앙된 반응을 보인다. 미국 체류 중인 전한길씨는 “전국에 계신 목사님들, 손현보 목사님 구속영장 청구되고 교회 압수수색 당했다는 게 남의 일이 아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고성국씨는 지난 7월 모스 탄의 한국 방문 일정을 함께한 은평제일교회 심하보 목사를 방송에 불렀다. 심 목사가 9월27일 교회 차원에서 대대적인 항의 집회를 열겠다고 하자 “추후 (시간과 장소가) 정해지는 대로 저희들이 알리고 현장취재도 하겠다”라고 화답했다. 심 목사는 9월15일 〈시사IN〉과 통화에서 “(집회에 대해) 세계로교회하고 협의는 안 했다”라고 말했다.
커크의 멘토, 손현보 가리켜 “나의 친구”
세계로교회는 공식적으로는 신중한 입장이다. 담임 대행을 맡고 있는 김복연 목사는 “일단 재판 준비를 하고, 교회 내부적으로 기도를 통해 성도들이 흐트러지지 않도록 하는 일에 집중하고 있다”라면서 “(외부와의 협력 등에 대해서는) 필요하면 이동은 할 건데 ‘자체적으로 움직이겠다’ ‘협조를 하겠다’ 그런 건 아직 리더 그룹에서 결정된 게 없다”라고 말했다.
다만 손 목사의 아들들을 통해 포착되는 다른 움직임이 있다. 손 목사의 막내아들 손찬송씨는 9월12일, 최근 미국에서 총격으로 사망한 찰리 커크의 멘토인 롭 매코이 목사와 함께 미국 유튜브 채널 ‘플래시포인트’와 화상 인터뷰를 진행했다. 방송에서 매코이 목사는 손 목사를 ‘나의 친구’라고 지칭하면서, 커크가 손 목사에게 “(만일 손 목사가 체포된다면) 국무장관에게 도움을 청하겠다”라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손 목사 측근들에 따르면, 커크가 ‘빌드업코리아 2025’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을 찾았을 때 손 목사와 서울에서 별도로 만난 바 있다.
손 목사의 장남이며 보수 단체 바른청년연합 대표인 손영광 울산대 교수도 매코이 목사와 친분이 있으며 그와 ‘진행하는 것’이 있다고 밝혔다. 그는 9월18일 〈시사IN〉과 통화에서 “매코이 목사님은 찰리만이 아니라 그 가족의 멘토이시다. 목사님이 ‘(커크의 아내인) 에리카가 남아서 ‘터닝포인트 USA(TPUSA)’를 이어가기로 했다’고 전해주셨다. (커크가 손 목사의 상황을 미국 정부에 전달하고 도움을 요청하려고 한 일 역시) 비슷한 식으로 매코이 목사가 진행 중이다. 또 9월21일 TPUSA 주최 추모식에 트럼프 대통령과 부통령, 국방장관 등이 다 참석한다. 거기서 매코이 목사님이 한 순서를 맡는다”라고 말했다. 매코이 목사가 추모식에서 손 목사에 대해 언급해주기로 했느냐고 묻자 손 교수는 “그건 지금 말하기가 조금 어렵다. 소통 중이고 그가 공개적으로 말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또 진행되는 것이 있다. 공개적일지 비공개적일지는 미정이지만 10월 초중순에 한국과 미국 교계가 함께하는 활동이 있을 걸로 생각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손현보 목사의 빈 공간을 채우고 있는 인물들이 미국 측으로 시선을 돌리는 이유는 국내 정치 상황과 맞물린 것으로 보인다. 손 목사의 구속이 이재명 정부의 ‘종교탄압’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던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극우 아스팔트 세력에 대해 취하는 태도에 일부 변화가 생기고 있다. 당대표로 선출된 이후 일정한 거리를 두려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손 목사 가족 측에 따르면 9월14일 장동혁 대표를 비롯한 국민의힘 인사들의 세계로교회 방문도 처음에는 비공개를 고려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9월17일 국민의힘은 “9월21일 대구에서 ‘야당탄압·독재정치 국민 규탄대회’라는 제목의 대규모 집회를 열고 정부·여당을 상대로 장외투쟁에 나선다”라고 밝히면서, 각 시도당협위원회에 별도의 참석 협조 공문을 보냈는데, 공문에는 규탄대회 성격과 주제에 어긋나는 피켓이나 깃발을 사용하지 말라는 공지가 담겼다. 대회 성격과 주제에 어긋나는 피켓과 깃발을 특정하지 않았지만, ‘윤 어게인’ 등 극우적 주장이나 구호가 나오는 상황을 경계해 조치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부산·김수혁 기자 stardust@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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