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학교에 우유를 들이지 말라는 교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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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여년간 취재하면서 이처럼 유치한 토론회가 있었나 싶다.
8월말 서울 영등포구 국회박물관에서 열린 '학교 우유 지원체계 개선 정책 토론회' 이야기다.
발제자와 토론자로 나선 영양교사와 교사는 학생이 흰 우유를 얼마나 싫어하는지, 저소득층을 위한 무상 우유급식 업무가 얼마나 과중한지에 대해 마치 쉼표 하나 없이 발언을 쏟아내는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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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여년간 취재하면서 이처럼 유치한 토론회가 있었나 싶다. 8월말 서울 영등포구 국회박물관에서 열린 ‘학교 우유 지원체계 개선 정책 토론회’ 이야기다.
대한영양사협회·전국영양교사회·전국영양교사노동조합이 주관한 행사라 그런지 청중석엔 대부분 영양교사가 앉아 있었다. 처음엔 토론회 명칭을 보고 ‘학생에게 어떻게 하면 양질의 우유를 효과적으로 먹일 수 있을까’를 주제로 한 토론회인줄 알았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오판이었음을 깨닫게 됐다.
발제자와 토론자로 나선 영양교사와 교사는 학생이 흰 우유를 얼마나 싫어하는지, 저소득층을 위한 무상 우유급식 업무가 얼마나 과중한지에 대해 마치 쉼표 하나 없이 발언을 쏟아내는 듯 했다. 청중은 갈채와 환호를 보냈다.
유업체와 낙농관련 단체도 참여했다. 이들은 우리나라 우유급식률이 2024년 기준 30.8%에 불과하며, 그 비율이 일본(2023년 기준 96.1%)의 3분의 1에 그친다며 우려했다. 그러면서 미국·유럽과 같은 선진국처럼 학교급식 안에 우유를 포함해야 한다는 의향을 밝혔다. 청중은 야유를 보냈고 일부는 큰 소리로 토론자의 말을 막아서기도 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한술 더 떠 토론회가 끝난 후 성명을 내고 “교사와 학생 간 불필요한 갈등을 조장하는 유·무상 우유급식을 폐지하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우유급식을 둘러싼 논쟁에 정작 수혜자인 학생과 학부모는 안중에도 없는 듯 했다. 물론 일부 학생은 흰 우유를 선호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아직도 많은 학교가 학생을 대상으로 ‘우유급식 희망조사’를 거쳐 여전히 급식을 시행한다. 서울시에서는 이미 학교급식에 우유를 포함해 학생에게 제공하는 제도가 안착했다.
기자가 직접 초등학생과 중학생을 둔 학부모에게 전화를 걸어 우유급식제도가 필요한지를 물었다. 이들의 대답은 ‘그렇다’다.
“어떤 초등학생 아이는 우유를 정말 좋아해 친구가 양보한 우유까지 마셔요. 일반 학생에겐 저렴한 값으로 우유를 제공하고, 형편이 어려운 학생은 무상으로 우유를 마실 수 있게 하는데 이보다 더 좋은 교육복지가 어디 있어요?”
토론회 목적은 한가지였던 것 같다. ‘무상 우유급식 업무 과정에서의 신청서 취합, 택배 수령지 정리 같은 잡무는 더는 못하겠으니 지방자치단체가 떠맡아서 하라’는 메시지를 만방에 알리는 것이다. 교사의 이기심에 학생 건강권이 침해당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다.
이문수 산업부 차장 moons@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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