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늘구멍 美 전문직 비자, 한국 유학생에 언감생심 됐다" [인터뷰]
“소지자에게도 연장 때 10만달러 받을 듯
아예 외국인 채용 포기하는 기업 나올 것
조지아 구금 재발 막으려면 H-2B 늘려야”

“이제는 H-1B 비자를 신청할 엄두조차 낼 수 없는 상황이 됐습니다. 결국 많은 한국인 미국 유학생들이 졸업과 동시에 현지 취업을 포기하고 바로 귀국하는 길을 택할 수밖에 없을 거예요.”
H-1B 비자는 미국 이민법상 전문직에게 주어지는 취업 비자다. 기본 3년 체류가 허용되고 연장도 가능하다. 하지만 연간 할당량(쿼터)이 워낙 적다. 추첨을 통해 매년 8만5,000개만 발급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최근 이 비자 발급 수수료를 1,000달러(약 140만 원)에서 10만 달러(약 1억4,000만 원)로 100배 올리고 곧장 시행했다. 30년 가까이 미국 캘리포니아주(州)에서 활동해 온 재미 한인 이민법 전문가 김준환(58) 변호사는 22일(현지시간) 한국일보 통화에서 “30% 안팎 당첨 확률에 희망을 걸고 미국 빅테크 취업의 꿈을 키우던 한국인 유학생들에게 결정타를 먹인 셈”이라고 말했다.
대기업 특권 된 H-1B 채용
H-1B 비자 취득은 원래 바늘구멍이었다. 김 변호사에 따르면 2만 개가 석사 이상 학위자에게, 6만5,000개가 학사 학위자에게 할당되는데 지난해 78만 명, 올해 35만 명이 몰렸다. 그마저 지난해 기준으로 전체 쿼터의 71%를 인도인이, 12%를 중국인이 가져갔다. 한국인은 1%가량에 불과하다. 한국인 유학생이 H-1B로 신규 취업하는 경우는 연간 4,000건을 밑도는 것으로 추정된다.
수수료도 인상 전부터 이미 걸림돌이었다. H-1B 비자 하나를 받기 위해 기업이 정부에 내야 하는 실제 금액은 1,000달러가 아니었다고 한다. 김 변호사는 “직원 규모가 50명 이상인 기업의 경우 건당 기본 1만8,000달러(약 2,500만 원)에, 급행 처리나 변호사 등 비용이 더해지면 2만 달러(약 2,800만 원)가 넘기 일쑤였다”며 “(수수료 인상으로) 이제 H-1B 비자는 스타트업이나 중소기업을 배제한, 소수 대기업만 감당할 수 있는 특권이 됐다”고 말했다.
수수료 인상은 신규 비자 신청자에게만 해당한다는 게 백악관 설명이다. 하지만 포고문에는 갱신을 포함한 모든 H-1B 비자 신청 및 소지자의 입국에 9월 21일부터 1년간 적용하는 것으로 돼 있다. 김 변호사는 “기존 H-1B 비자 소지자가 3년이 지나 연장 신청을 할 때 10만 달러를 내야 할 가능성이 있다”며 “‘못 해 주겠다, 돌아가라’고 하는 기업이 나올 개연성이 충분하다”고 내다봤다.

시한폭탄이 터질 시기는 내년 4월쯤이다. 2026 회계연도(2025년 10월~2026년 9월) 쿼터 추첨은 3월에 끝났다. 신청자의 약 35%가 당첨됐고, 그중에서도 매번 일반적으로 절반가량은 심사에서 떨어져 결국 비자 획득에 실패한다고 한다. 2027 회계연도 추첨은 1년 뒤다. 막상 10만 달러를 내야 하는 시기가 닥치면 아예 외국인 채용을 포기하는 기업이 속출할 수 있다고 김 변호사는 예상했다.
악법도 법, 우회하다간 또 사달
최근 5, 6년간 미국 대학 졸업생들의 취업난이 갑자기 심각해져 외국인 화이트칼라 진입 문턱을 높이려는 움직임이 가시화했지만 미국이 전통적으로 완고하게 막아 온 것은 블루칼라 노동자, 즉 현장 기술직의 자국 침투였다. 집단 귀국으로 종결된 최근 조지아주 현대차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 한국인 노동자 300여 명 체포·구금 사태도 시대착오적 이민법과 이런 보호 조치의 부작용인 것으로 김 변호사는 해석했다.
그렇다고 한미 간 외교 협상에서 비자 목적에 벗어나는 현장 파견 기술 인력들의 활동을 눈감아 주는 식의 미봉책에 합의한다면 자칫 법적 안정성 저해나 형평성 위반 같은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게 김 변호사 지적이다. 그는 “이민법 개정 없이 트럼프 행정부 권한만으로 가능한 현실적 대책은 미국에 대규모 공장을 건설하는 대미 투자국의 현장 기술 인력에게는 H-2B 비자 쿼터를 넉넉히 부여하도록 미국 정부와 협상하는 것”이라고 조언했다. H-2B 비자는 미국인 노동력이 부족한 비농업 분야에서 단기 계절성 일자리나 일회성 일자리로 외국인 노동자를 고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임시 취업 비자다.
워싱턴= 권경성 특파원 ficciones@hankookilbo.com
Copyright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역사상 처음"이라는 대변신…카톡, 15년 만에 확 바뀐다 | 한국일보
- "한국인들 '원정 성매매' 그만!”… 주라오스 韓대사관의 '경고' | 한국일보
- 윤정수 "50평대 방배동 신혼집, 사실 월세" 고백... 원자현 우려 이유는 | 한국일보
- 지적 장애 이웃 30년간 밭일시킨 70대 구속 | 한국일보
- "한국 맞아?"…휴게소 주차장에서 술판 벌인 관광객들 | 한국일보
- '165만 유튜버' 음주측정 거부 후 차 버리고 줄행랑… 누리꾼들 "누구냐" | 한국일보
- '카이스트 최연소 임용' 석학도 중국 대학으로... 두뇌 유출 계속 | 한국일보
- "암탉이 울면 집안이 망한다" 배우 홍성원, 여성 비하 발언 논란에 사과 | 한국일보
- '국대 출신' 김영광, 미모의 의사 아내 재력 어떻길래... "나는 거지 수준" | 한국일보
- '취객인 줄' 무심한 인파 속… 간호학과 학생, 응급조치로 생명 구했다 | 한국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