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더기 된 홈플러스…MBK는 1조 원대 수익을, 손실은 사회가
코로나 이후 꺾인 매출 회복 못해 적자 지속
현금 줄어도 이자·리스비용에 재무구조 악화
전단채 발행 직후 회생 신청...유사 사례선 실형
개인투자자 6개월째 시위·가슴 졸이는 직원들
“배당과 매각 차익을 목적으로 하는 사모펀드의 태생적인 특성상, 인수 주체의 차입 부담을 공유하거나 사업 및 재무구조가 훼손되는 등의 불확실성이 존재한다.”
2015년 9월 한국기업평가
MBK파트너스의 홈플러스 활용법은 이미 2015년 인수 당시부터 예견됐다. 신용평가사들은 사모펀드의 통상적 투자 행태를 짚으며 대규모 인수자금 조달과 부동산을 활용한 상환 방식이 독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우려는 현실이 됐다. 홈플러스의 본업인 유통업에서는 고전했고, 점포 매각 등 자산 유동화의 후폭풍은 부채로 돌아왔다. 그사이 MBK는 홈플러스 관련 펀드 운영으로 1조 원대의 큰 수익을 챙겼다. 반면 손실은 회생계획을 모른 채 홈플러스가 발행한 채권을 사들인 개인투자자, 연이은 폐점으로 직장을 잃은 1만5,000여 명의 직원, 폐업 예고와 철회로 피해가 가중된 점주들에게 전가됐다.
쌓이는 빚 부담… '고레버리지'의 부메랑
2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홈플러스는 2024 회계연도(2024년 3월~2025년 2월)에 3,142억 원의 영업 손실을 기록했다. MBK가 홈플러스를 인수할 때 세웠던 '고레버리지' 구조가 업황이 무너진 상황에서 부메랑으로 돌아온 것이다. 실제 MBK는 홈플러스 명의로 돈을 빌린 뒤, 점포 부동산을 팔아 이를 상환 재원으로 썼다. '세일 앤드 리스백(매각 후 재임대)'을 활용하면 부동산을 팔아도 매장은 그대로 운영할 수 있고, 임대료는 영업활동을 통해 감당할 수 있었다는 계산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코로나19 확산을 계기로 유통의 축이 대형마트에서 온라인으로 급선회하며 매출 성장세가 꺾였다. 홈플러스는 2019 회계연도 매출액 7조3,002억 원을 기록한 이후, 5년 연속 매출액이 6조 원 대에 머물렀다.
매출은 줄고 이자 부담이 여전한 상황에서 임차료를 비롯한 고정비가 쌓이면서 2021 회계연도 이후 4년 연속 적자가 지속됐다. 홈플러스는 매년 4,000억 원이 넘는 현금을 임차료 등을 내는 데 써야 했다. 한국신용평가는 2월 홈플러스의 신용등급을 강등하면서 "점포 매각과 상대적으로 제한된 투자로 자체 경쟁력이 과거 대비 약화됐다"며 "자산 유동화를 통해 차입금을 상환하는 외부 의존적 현금 흐름이 계속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부동산 경기가 위축되며 자산매각 여건이 저하됐다"고 평가했다.

회생인가 신청 직전 전단채 발행 논란
유동성 위기에 몰린 홈플러스는 올해 2월 25일 카드사에 납부할 이용대금채권을 담보로 820억 원 규모의 자산유동화 전자단기사채(ABTSB)를 발행했다.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에 따르면 기존 발행액까지 더하면 ABTSB만 4,019억 원, 기업어음(CP)과 전자단기사채 1,880억 원 등 6,000억 원에 가깝다. 이 중 개인투자자에게 팔린 채권만도 2,075억 원어치에 달한다.
금융권에서는 홈플러스가 회생절차 준비 중 전단채를 발행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홈플러스는 2월 28일 신용등급 강등이 확정된 뒤 회생절차 신청 준비에 나섰다고 설명했는데, 이를 준비할 시간이 부족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실제 홈플러스가 법원에 기업회생절차 신청을 한 시기는 3월 4일로, 전단채를 발행한 지 불과 8일 만이며 신용등급 강등 이후 5일 만이다. 더구나 3월 1~3일은 주말과 공휴일이었다.
홈플러스의 이 같은 행태는 앞서 LIG그룹, 동양그룹 사태와 닮은 꼴의 '사기 판매'로 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LIG건설은 2011년, 동양그룹 계열사들은 2013년 각각 재무위험을 숨긴 채 기업어음, 회사채 등을 대량 판매한 이후 기업회생 절차를 밟았다. 이에 구본상 당시 LIG 부회장(현 회장)은 징역 4년, 현재현 당시 동양그룹 회장은 징역 7년을 각각 선고받았다. 김승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3월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홈플러스의 전단채 발행은) 동양그룹 등의 사례와 매우 유사하다"며 "불완전판매가 아닌 사기에 무게를 둬야 한다"고 지적한 배경이다. 다만 김광일 홈플러스 대표(MBK 부회장)는 당시 국회에 출석해 "2월 28일부터 3월 4일 사이 연휴 기간 (회생 신청 준비를) 했다"며 이 같은 의혹을 부인했다.
홈플러스 사업 실패 손실은 투자자·직원·점주에게 고스란히 전가

부동산 매각·개발에 주력하면서 MBK가 홈플러스에 남긴 상흔은 사회화됐다. 홈플러스를 믿고 투자한 서민과 개점 때부터 자리를 지킨 직원·점주들이 손실을 떠안게 된 것이다.
홈플러스 전단채에 투자했다가 반년째 원금의 한 푼도 돌려 받지 못하고 있는 피해자들의 고통은 극심하다. 결혼 적령기에 접어든 딸을 위해 20년간 모은 5억 원을 전단채에 투자한 A(60)씨는 지난 6개월이 지옥이었다. A씨는 "'MBK가 큰 회사인데 문제가 있겠나'라는 증권사 직원의 말을 믿었다"며 "아이가 결혼하면 전세보증금에 보태려 작은 피부관리실을 운영하며 평생을 어렵게 모은 돈"이라며 울먹였다.
사업체를 운영하는 B(64)씨는 개인 노후자금과 회사 운영자금 17억 원을 전단채에 투자했다가 발만 동동구르고 있다. 지금은 매달 지급해야하는 물품 대금을 융통하느라 여기저기 손을 벌리는 처지다. B씨는 "10억 원 넘게 물렸다는 소문이 나면 사업도 못 해 어디 하소연할 곳도 없다"며 "파산을 알고도 채권을 발행한 MBK와 홈플러스, 고객들에게 안전한 단기채권이라고 권한 금융사 모두 사기꾼"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사정은 홈플러스에서 일하는 직원들도 마찬가지다. 최근 홈플러스 측은 연내 15개 점포 폐점을 예고했다가 정치권 등의 압박에 계획을 철회하긴 했지만 언제 또 일터가 사라질지 모르는 위기에 마음을 놓지 못하고 있다. 2002년 홈플러스에 입사한 김은희(58)씨는 현재 근무하는 부산 아시아드점이 세 번째 근무지다. 앞서 근무하던 가야점·서면점이 차례로 폐점하고 올해 5월부터 일하던 곳도 폐점이 예고됐었다. 김씨는 "그동안 두 차례 폐점으로 함께 했던 동료 중 40명이 곁을 떠났다"며 "한평생을 보낸 직장이 이렇게 불안한 게 너무 안타깝다"고 말했다. 울산 남구점에서 22년째 근무 중인 손상희(56)씨도 "우리 매장은 매출도 잘 나오고 지역사회의 중심 역할을 해 폐점 소식이 나왔을 때 주변에 사는 고객들이 더 안타까워했다"며 글썽였다.
점주들도 절벽으로 내몰렸다. 홈플러스 사태 후폭풍으로 이미 매출이 급감한 데다, 폐점 예고·철회로 피해가 가중된 탓이다. 다른 곳에서의 영업을 위해 임대차 계약을 맺은 일부 점주들은 폐점 철회로 '계약종료 사유'가 임대인(홈플러스)에서 임차인(점주)으로 바뀌어 원상복구 비용으로 수천만 원까지 내게 생겼다.
10년 넘게 홈플러스 매장에서 식당을 운영해온 C(50)씨는 "하루 손님이 많아봐야 4, 5명인 데다 폐점한다고 소식까지 들리자 이미 집기 등을 다 정리했는데 철회를 한다고 한다"며 "빚은 점점 늘어나는데 빠져나갈 방법이 없어 그냥 다 그만두고 싶다"고 호소했다. 음식점 사장 D(47)씨도 "2036년까지 운영이 가능하다는 얘기에 초기 인테리어 비용만 수억 원을 들였다"며 "매달 손해는 늘어나고 소통도 안 되는 홈플러스에 질려 결국 다른 곳으로 옮기기로 했는데 이젠 보상도 없이 원상복구 비용까지 내라고 하니 어이가 없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그럼에도 홈플러스 측은 영업 손실에 대한 보상이나 시설 잔존가 등도 지원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김병국 홈플러스 입점점주협의회장은 "홈플러스 신선식품 매대가 다 빈 탓에 오고가는 손님이 끊겨 한 입점 카페는 주말 하루 매출이 15만 원에 불과하다"며 "당장 먹고살기 어려운 점주들은 매일 손해만 보는 상황에서 빚까지 쌓이는 처지에 놓였다"고 비판했다.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092317190002922)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091414380005578)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09211634000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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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인 기자 sane@hankookilbo.com
이승엽 기자 sy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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