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시평]탄소중립, 비용이 아닌 성장의 조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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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여름 유럽은 폭염, 미국 서부는 산불로 몸살을 앓았다.
한국도 폭우와 폭염으로 이상기후를 실감했다.
결국 탄소중립을 '비용'으로 볼지, '성장'의 기회로 삼을지가 한국 경제의 미래를 좌우한다.
기술혁신과 정책 일관성, 기업의 주도적 참여가 맞물릴 때 한국은 '후발주자'가 아니라 '녹색성장 선도국'으로 도약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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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여름 유럽은 폭염, 미국 서부는 산불로 몸살을 앓았다. 한국도 폭우와 폭염으로 이상기후를 실감했다. 기후변화 위협이 현실화하면서 이제 탄소중립은 선택이 아닌 필수과제가 됐다. 그럼에도 여전히 많은 이가 이를 '규제'나 '추가비용'으로만 본다. 그러나 세계의 흐름은 다르다. 탄소중립은 새로운 성장의 조건이자 산업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기준으로 자리잡았다.
변화는 이미 시작됐다. 유럽은 2026년부터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를 시행한다. 철강·알루미늄 등 한국의 주력 수출품은 탄소배출량이 곧바로 가격경쟁력으로 연결된다. 글로벌 기업들은 협력사에 RE100, 즉 전력 100% 재생에너지 사용을 요구한다. 애플은 2030년까지 공급망 전체의 탄소중립을 선언했고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도 재생에너지 사용 여부를 협력사 평가에 반영한다. AI(인공지능)와 데이터센터 확산으로 전력수요가 폭증하는 상황에서 에너지 조달방식을 바꾸지 않는 기업은 글로벌 공급망에서 설 자리를 잃게 된다.
한국은 다행히 기후기술에서 강점을 갖고 있다. 배터리 세계특허 점유율은 20%를 넘어섰고 탄소포집·활용·저장(CCUS) 기술실증에서도 성과를 내고 있다. 그러나 혁신이 일부 기업에 집중되고 특허의 질적 수준은 선진국보다 낮다. 기초연구와 모험적 투자를 뒷받침할 금융생태계도 부족하다. 기후기술을 미래 먹거리로 키우려면 정부의 연구·개발 지원, 과감한 탄소가격 정책, 그린금융 활성화가 함께 필요하다.
정책의 일관성도 관건이다. 그동안 한국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원전과 재생에너지 목표가 오락가락했다. 기업은 장기투자를 망설였고 해외 투자자들도 한국의 신뢰를 의심했다. 최근에는 RE100 산업단지 조성, 해상풍력특별법 제정 등 제도적 기반이 마련되며 전환에 속도가 붙었다. 제도의 지속성이 확보될 때 기업의 과감한 투자는 더욱 활발해질 수 있고 국제 신뢰도도 높아질 것이다.
기업 현장에서도 변화는 빠르게 진행된다. 네이버는 데이터센터 전력의 절반 이상을 재생에너지로 조달하며 철강업계는 친환경 공정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소재산업에선 재활용 기술이 확산하고 소비재 분야에서는 저탄소 포장재 개발이 활발하다. 이처럼 산업 전반의 변화는 모두 '저탄소 경쟁력'이라는 새로운 기준에 맞춰 진행되며 이는 앞으로 기업의 투자방향과 시장전략까지 좌우할 것이다.
결국 탄소중립을 '비용'으로 볼지, '성장'의 기회로 삼을지가 한국 경제의 미래를 좌우한다. 탄소를 줄여야만 수출시장에 설 수 있고 재생에너지에 투자해야만 글로벌 공급망에서 인정받는다. 탄소중립은 더이상 환경부처의 과제가 아니다. 산업정책이자 무역전략이며 동시에 미래세대와의 사회계약이다. 기술혁신과 정책 일관성, 기업의 주도적 참여가 맞물릴 때 한국은 '후발주자'가 아니라 '녹색성장 선도국'으로 도약할 수 있다. 탄소중립은 부담이 아니라 다음 단계로 가기 위한 입장권이다. 세계는 이미 새로운 게임의 룰을 정했고 이제는 우리가 응답할 차례다.
장상식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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