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이 사법부 때릴 때마다 맞장구친 법관대표회의

김은경 기자 2025. 9. 24. 0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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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부 흔드는 與] ‘사법의 정치화’ 보조 맞춘 판사들
전국법관대표회의가 25일 여는 ‘상고심 제도 개선’ 토론회를 두고 법원 내부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사진은 지난 5월 26일 전국법관대표회의가 연 임시 회의에 법관들이 입장하는 모습./뉴스1

전국법관대표회의가 25일 개최하는 대법관 증원을 포함한 ‘상고심 제도 개선’ 토론회를 두고, 법원 내부에서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토론회를 주최하는 법관대표회의 ‘재판 제도 분과 위원회’가 “사법부는 국회의 대법관 증원안을 경청하고 자성해야 한다”는 보고서를 미리 발표하자, 법원 내부에선 “더불어민주당의 ‘대법관 증원론’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 열리는 토론회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부장판사 출신 법조인은 “사법부가 공격받을 때마다 일부 정치적으로 편향된 판사들이 주도해 민주당 입맛에 맞는 ‘판사 여론’을 만들어주고 있다”고 말했다.

그래픽=박상훈

◇민주당이 공격하면 ‘가세’

지난 5월 1일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이재명 대통령의 선거법 사건을 파기환송하자, 민주당은 이튿날 대법관을 14명에서 30명으로 증원하는 법원조직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법안은 6월 초 민주당 주도로 법안 소위를 통과했다. 이번 토론회도 이 때문에 마련된 것이다.

앞서 법관대표회의는 대법원의 이 대통령 파기환송 판결 직후 민주당이 “사법 쿠데타”라고 공격하자, 곧바로 판결을 문제 삼으며 임시 회의 소집에 나섰다. 당시 회의 소집 정족수(5분의 1)를 채우지 못해 한 차례 기한을 연장해 회의를 강행했다. 그러나 두 차례 열린 회의는 ‘사법 신뢰 훼손’ ‘재판 독립 침해’ 등 5가지 안건이 모두 부결되면서 소득 없이 끝났다.

민주당이 사법부를 공격할 때마다 법관대표회의는 보조를 맞춰왔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사법 행정권 남용’ 수사가 진행 중이던 2018년 민주당이 사건에 연루된 법관 탄핵을 추진하려고 하자, 법관대표회의는 정기 회의에서 동료 판사들에 대한 ‘탄핵 촉구안’을 의결했다. 2009년 신영철 전 대법관의 ‘촛불 재판’ 개입 논란이 불거졌을 때도 민주당이 “자진 사퇴하라”고 압박 수위를 높이자, 법관대표회의는 “신 전 대법관이 재판권을 침해했다”는 의견을 냈었다.

◇민주당이 두둔하면 ‘침묵’

오는 30일 민주당이 열기로 한 ‘조희대 대법원장 대선 개입 의혹’ 긴급 청문회에 대해 법원 내부에서 “사법부 독립 침해”라는 비판이 나오지만, 법관대표회의는 침묵하고 있다. 고법 부장판사는 “국회가 특정 재판의 진상 규명을 이유로 청문회를 열어 법관에게 심리·판결 과정을 해명하게 하는 일은 심각한 재판 독립 침해”라면서 “이럴 때 법관대표회의가 나서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법관대표회의는 과거에도 정치 편향성을 대놓고 드러냈다. 김명수 전 대법원장의 ‘거짓말 사태’가 불거졌을 때도 법관대표회의는 입을 닫았다. 2020년 임성근 전 고법 부장판사가 건강상 이유로 사표를 내려고 하자, 김 대법원장은 국회의 탄핵 가능성을 언급하며 반려해 놓고 “그런 일이 없었다”고 거짓말을 했었다. 이는 임 전 부장판사가 녹음한 두 사람 대화가 공개되면서 드러났다. 이에 대해 민주당은 “몰래 녹취한 임 전 부장판사가 더 나쁘다”고 공격했고, 법관대표회의는 회의 안건으로 상정도 하지 않고 모른 체했다.

2019년 민주당이 ‘드루킹 사건’ 1심에서 김경수 전 경남지사에게 실형을 선고한 성창호 당시 부장판사를 ‘적폐 판사’로 공격하며 탄핵을 거론할 때도 법관대표회의는 침묵했다. 법원 내부에서 “과도한 사법부 공격에 대해 입장을 내자”는 요구가 있었지만 부결됐다.

◇“일부가 주도, 대표성 없어”

2003년 대법원장의 ‘대법관 제청 관행’ 문제로 처음 소집된 법관대표회의는 이후 비정기적으로 열리다가 2018년 정식 기구가 됐다. 이후 진보 성향 판사들이 주도하며 정치 편향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우리법연구회 회장으로, 2018~2019년 법관대표회의 의장을 지낸 최기상 당시 부장판사는 이듬해 총선에서 민주당 공천을 받아 국회의원이 됐다. 과거 의장이었던 이성복·오재성·함석천 부장판사도 우리법연구회나 인권법연구회 출신이다. 현 의장인 김예영 서울남부지법 부장판사도 인권법연구회 창립 멤버로 알려져 있다.

법원 안팎에서는 “법관대표회의가 오히려 ‘사법의 정치화’를 부추긴다”는 말이 나온다. “전국법관대표회의를 열어 대법원장에 대한 사퇴 권고를 논의해야 한다”는 정청래 민주당 대표의 발언에 대해 재경지법 한 부장판사는 “민주당이 법관대표회의를 정치적 우군으로 보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 개편 방안에 법관대표회의 몫을 1명에서 2명으로 늘리는 내용을 담았다.

서울중앙지법 한 판사는 “법관대표회의가 판사들의 목소리를 대변해준다는 기대도, 관심도 사실 없는데 외부에는 대표성을 갖는 것처럼 보여 안타깝다”며 “목소리 큰 몇몇이 주도하는 이런 기구가 필요한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한 판사는 “내부적으로 회의 소집도 어려울 정도로 동의를 구하지 못하자, 토론회라는 방식으로 목소리를 내려고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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