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문학 위상 높아져… 파주를 유네스코 문학 도시로”

전 세계 문인들 사이에서 가장 유명한 해외 레지던시 프로그램을 꼽으라면, 미국 아이오와대 국제 작가 프로그램(IWP·The International Writing Program)을 들 수 있다. 1967년 프로그램 개설 이래 160여 국 작가 1600여 명이 거쳐갔다. 튀르키예의 오르한 파무크, 중국의 모옌, 한국의 한강 같은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들이 한때 아이오와에 머물렀다. 국내 작가도 60여 명 참여했다.
2000년부터 이 프로그램 총괄을 맡고 있는 크리스토퍼 메릴(68) 미 아이오와대 교수는 최근 20년간 한국 문학의 입지가 한 계단씩 오르는 것을 몸소 느낀 이 중 하나다. 문화체육관광부의 ‘해외 주요 인사 초청’ 사업으로 최근 한국을 찾은 메릴 교수는 “한국 문학의 위상이 높아진 것을 체감한다”며 “나도 이번 학기 문학 수업에서 한강의 ‘채식주의자’를 다룬다”고 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한국 작가를 묻자 “김영하 작가만큼 재밌는 사람이 없다”며 눈을 찡긋했다. “그가 아이오와에 있을 때 모든 파티는 그의 방에서 끝났다고 해두죠.”
이번 방한 때 파주 출판 단지를 방문한 메릴 교수는 정병국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위원장을 만나 “파주를 유네스코 지정 문학 도시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11~2018년 미 유네스코 위원으로 활동한 그가 보기에 “창작자와 출판사를 연결해 창조적 경제를 일구는 것이 가장 중요한 기준 중 하나인데, 파주는 그 필요 조건을 이미 갖추고 있다”는 것이다. 국내에선 강원도 원주가 박경리 대하소설 ‘토지’ 관련 인프라로 유네스코 문학 도시로 선정됐다.
유네스코 문학 도시에 대한 그의 관심은 최근 IWP가 처한 위기(?) 상황과 관련이 있다. 지난 2월 트럼프 정부하에서 미 연방 정부의 IWP 지원 예산(약 100만달러)이 전액 삭감됐다. 미 국무부와 연계해 세계 각국 미 대사관·영사관을 통해 작가 추천을 받던 협업 네트워크도 끊겨 버렸다. 다행히 개인 기부금 25만달러를 구해 레지던시 프로그램은 유지할 수 있게 됐지만, 이제 정부 협업 없이 전 세계 우수 작가들을 추천받아야 하는 상황. 메릴 교수는 이를 세계 문학 도시들 간의 네트워킹을 통해 해결하고자 한다. 이를 통해 작가들이 만나게 하는 것이다. “우리의 목표는 분명합니다. 우리는 작가들이 소통하는 장(場)을 만드는 일을 이어가고자 합니다. 세계 각국의 작가들이 모여 열린 마음으로 소통하고 이를 자기 글에 녹여내는 것을 계속 보고 싶습니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후식 배는 따로 있다”는 사실...과당, 배부름 감지능력 떨어뜨린다
- ‘outlet’을 ‘콘센트’로 부르는 건 일제 시대 잔재?
- 오로지 돼지와 소금·공기·시간으로만...파르마가 빚은 ‘미식의 왕’
- ‘뭉친 어깨’로 피곤함도 두 배… 싹 가시게 하는 아침 운동
- 속도 좀 붙으려고 하면 꼭 이러더라... 감기가 알려준 달리기 깨우침
- 호르무즈는 대만의 리허설? 다카이치 ‘포옹 외교’가 가져올 ‘쓰나미’
- 보조금 믿고 기고만장 중국 태양광…자멸 위기에 빠졌다
- [굿모닝 멤버십] 시진핑 경고도 안 통해... 대규모 손실 낸 ‘신성장 사업’
- “이승만 3선 개헌만 안 했다면…불행 없었을 것"
- 트럼프 “이란 핵포기 등 합의”... 호르무즈는 ‘공동 관리’ 시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