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건강' 말 못하는 안녕하지 못한 우리] 2. 치료의 시작은 ‘인식’부터
국립춘천병원 정신과 외래 환자 5125명
조현병·우울증·발달장애 순으로 많아
50대 내원 환자 1240명 ‘4명 중 1명꼴’
최근 5년새 강원도민 우울증세 증가
‘심한 우울증’ 의심 여성 수 남성 2배
정신건강 이해도 낮아 조기 진단 어려워
질환 발생 원인 파악·맞춤형 대안 필요
정신과 진료 부정적 인식·편견 개선 시급
#1 A씨의 중학생 딸은 거울 앞에서 보내는 시간이 부쩍 늘었다. “통통해서 친구들이 놀린다”, “살이 계속 찐다” 등 외모에 대한 불평이 늘더니 확실한 다이어트를 하겠다며 식사까지 거르기 시작했다. 최근 A씨의 딸은 맛있는 음식을 봐도 먹으면 살이 찔까 두려운 마음부터 든다고 한다. 더 이상 참지 못할 때는 폭식과 구토를 반복하는 등 증세가 점점 심해지고 있다
#2 20대 남성 B씨는 다른 사람들보다 뒤처지고 있다는 불안감에 시달리고 있다. 장기 휴학으로 취업 준비가 조금 늦어진 탓이다. 자신은 여전히 ‘취업 준비생’인데 주변 친구들은 회사에 취직해 사회 초년생 티를 벗기 시작하고 연봉도 오르고 있다. 주말이면 좋은 곳으로 놀러 가 찍은 사진을 SNS에 올리기도 한다. 친구들과 비교되는 상황에 조바심을 넘어 우울감이 몰려온 B씨는 문을 닫고 방 안에서만 지내게 됐다.
#3 오래전 배우자와 사별 후 홀로 지내온 60대 C씨는 최근 들어 깜빡 잊어버리는 일이 잦다. 들고 있던 물건을 어디에 뒀는지 까먹는다거나 일주일 전 봤던 영화를 되짚어 볼 때 어떤 내용이었는지 떠올리기가 예전보다 어려워졌다. 평소보다 자는 시간이 늘어났고, 무기력함을 느끼는 순간도 많아졌다. 진찰을 받아봐야 하나 싶다가도, 이런 사소한 일로 병원에 찾아가기가 부담스럽기도 하다.

현대의학의 급속한 발달로 사람들은 과거보다 더 많은 신체적 질병을 조기에 진단하고 치료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신체 질환이 아닌 마음의 병, 즉 ‘정신건강’ 문제는 한동안 외면당해 왔다. 정신건강에 대한 낮은 인식은 상담과 치료를 늦춰 상황을 더욱 심각하게 만들 수 있다. 문제의 해결은 ‘인식’부터 출발한다. 현재 처해있는 상황을 명확히 판단해 각 사례에 맞는 ‘맞춤형 대안’이 필요하다. 강원도는 청년이 유출되고 고령화가 진행되는 인구소멸 지역으로, 정신질환 또한 50세 이상 중장년층에게서 많이 나타나고 있다. 본지는 지난주부터 모두 6차례에 걸쳐 도내 정신질환 치료 체계 실태를 파악하고 더 나은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방안을 모색한다.
■ 정신질환자 비율, 중장년층 높아
국립춘천병원이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강원도민 중 지난해 정신질환으로 병원을 찾은 이는 50세 이상의 중장년층의 비중이 가장 컸다.
지난해 국립춘천병원 외래 환자는 모두 5125명으로 집계됐다.
이 중 1240명이 50~59세로, 내원 환자 4명 중 1명은 50대인 것으로 파악됐다. 노년기에 접어들기 시작하는 60~69세는 1006명(19.6%)으로 파악돼 두 번째로 많았다. 40~49세가 803명, 30~39세 695명, 19~29세 666명 등으로 뒤를 이었다. 입원 환자 또한 중장년층에서 비율이 높게 나타났다. 전체 60명 중 50~59세가 22명(36.7%), 60~69세가 11명(18.3%)인 것으로 조사됐다. 입원 환자 중에서는 30~39세도 13명으로 전체의 21.7%를 차지했다.

■ 조현병·우울증 많아
정신건강 문제로 병원을 찾은 강원도민이 가장 많이 진단받은 질환은 조현병과 우울증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기준 국립춘천병원 외래 진단명별 분포를 살펴보면 전체 5125명 중 조현병을 진단받은 이는 1731명으로 집계됐다. 전체의 33.8%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정동(기분)장애, 그중에서도 우울증을 진단받은 이들이 1302명(25.4%)으로 두 번째로 많았다. 발달장애(정신지체)가 499명(9.7%), 알코올장애가 313명(6.1%), 불안장애가 252명(4.9%), 적응장애가 177명(3.5%)으로 뒤를 이었다.
입원 환자 중에서도 조현병이 전체 60명 중 27명(45%)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알코올 중독을 나타내는 주정 중독이 14명(23.3%), 우울증이 8명(13.3%), 정동장애(기타)가 5명(8.3%)으로 나타났다.

■ 강원도민 100명 중 17명 ‘우울’... 여성이 더 우울하다
실제로 우울함을 느끼는 강원도민의 수는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우리 눈에 직접적으로 보이지는 않지만 마음속 깊은 곳에 자리 잡은 불안과 우울감은 스스로를 지속해서 공격한다. 우울감을 경험하는 이들은 최근 5년새 늘어났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 ‘시·군·구별 우울감 경험률’을 보면 1년 동안 연속적으로 2주 이상 일상생활에 지장이 있을 정도의 우울감(슬픔이나 절망감) 등을 경험했다고 답한 강원도민의 비율은 2020년 5.8%에서 2024년 6.7%로 늘었다.
강원도민 100명 중 약 17명은 우울증세를 겪고 있다. 통계청 ‘일반건강검진 정신건강검사 결과’를 보면 2023년 정신건강검사를 받은 강원도민 23만6064명 중 3만9875명이 우울 증상을 보이는 것으로 파악됐다. 전체의 16.96%를 차지하는 수치다. 이는 ‘가벼운 우울증상’부터 ‘중간정도 우울증 의심’, ‘심한 우울증 의심’을 모두 포함한다. 5년 전인 2018년과 비교했을 때 모든 항목에서 조금씩 비율이 높아졌다.
성별로 보면 우울감은 여성에게서 더욱 많이 나타났다. 2023년 기준 정신건강검사를 받은 남성의 수는 11만7260명, 여성은 11만7804명으로 비슷했다. 이중 우울 증상이 없는 남성은 10만1232명이었으나 여성은 9만3957명에 그쳤다. ‘가벼운 우울증상’은 남성이 1만2328명 여성이 1만7301명으로 나타났다. ‘중간정도 우울증’이 의심되는 남성은 3406명, 여성은 5972명으로 집계됐고 ‘심한 우울증’이 의심되는 남성은 294명, 여성은 574명으로 두 배 가까운 차이를 보였다.
우울감은 과도한 업무나 가정불화, 직장 내 갈등, 경제적 어려움, 건강, 교우관계 등 다양한 요인으로 인해 발생한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우울감이 발생하는 원인을 명확히 파악하고, 이해를 통한 심리적 치유가 이뤄져야 한다. 그러나 아직까지 우울증을 개인의 성격 탓으로 돌리는 시선과 정신과 진료에 대한 부정적 인식과 편견으로 인해 높아진 문턱은 여전히 걸림돌로 남아있다. 신예림 기자
이 기사는 ‘2025 강원도 지역언론발전지원사업’ 지원을 받아 취재했습니다
#우울증 #정신건강 #강원도민 #우울감 #조현병
Copyright © 강원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진종오 “경기용 실탄 3만발 불법거래 정황… 행방 공개해야” - 강원도민일보
- 美 H-1B비자 수수료 ‘1억4000만원’ 대폭 인상…기존 100배 부과 - 강원도민일보
- 트럼프 “임신 중 타이레놀 복용 아기 ‘자폐 위험’ 통보할 것” - 강원도민일보
- ‘대왕고래’ 시추 안한다...동해가스전 2차 시추 외국기업 복수입찰 - 강원도민일보
- [속보] 트리플 태풍 ‘미탁·너구리·라가사’ 온다… 한반도 영향은? - 강원도민일보
- ‘청록 vs 노랑’ 눈치보는 공무원 - 강원도민일보
- 국내 쇼핑몰서 ‘귀멸의 칼날’ 욱일기 문양 상품 판매 논란 - 강원도민일보
- "먹어도 만져도 안됩니다" 복어 독 20배 ‘날개쥐치’ 주의 - 강원도민일보
- 제1188회 로또 1등 24명 ‘무더기 당첨’…인천·여주 한 판매점서 각각 5게임씩 1등 중복 당첨 화
- 정부 9·7 부동산 공급 대책 발표... ‘미분양’ 넘치는 비수도권은? - 강원도민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