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朝鮮칼럼] 달라지는 동북아 안보 중심축, 좌표 재설정이 시급하다
한국 대통령 기조연설
돌아보면 유엔 덕에 생존
전작권 전환 혼선 속
유엔사 日 이전 가능성도
국민이 과연 수용할까

이재명 대통령은 23일 유엔(UN) 창설 80주년 총회 기조연설로 다자 외교 무대의 본고장에 데뷔했다.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는 처음으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의장국 자격으로 안보리 공개 토의를 주재하는 뜻깊은 자리였다. 현재 안보리 비상임 이사국을 맡고 있는 우리나라는 9월 한 달간 안보리 의장국을 수임한다. 10월 APEC 정상회담까지 이어지면 한국의 국제적 위상이 더 공고해질 것이다.
2차 대전 이후 유엔이 창립된 지 80년, 그 역사를 돌아보면 대한민국은 유엔의 도움으로 정부를 수립했고 6·25전쟁 때는 유엔의 집단 안보 외교로 북한의 침공을 이겨냈다. 유엔 사무총장 배출 등 역사적 발자취도 남겼다. 특히 1950년 6월 27일부터 유엔 안보리가 일련의 결의안을 채택해 출범한 유엔군사령부(이하 유엔사)는 지금도 끝나지 않은 전쟁의 무게를 지탱하고 있다. 6·25 참전국 대표들은 1953년 7월 27일 정전협정 체결 당일 워싱턴에 모여 ‘워싱턴 선언’을 발표했다. 이 선언은 한반도에서 전쟁이 또 터지면 유엔 안보리의 별도 결의 없이도 즉각 개입할 수 있다는 내용을 명시했다. 비록 법적 구속력은 없는 문서지만 유사시 한국을 지원하기 위해 전투 자산을 신속히 확보하는 근거가 되는 것으로 유엔사의 큰 자산이다.
한미 동맹의 시발점인 유엔사는 1978년 한미연합사 창설 후 전시작전통제권(이하 전작권)을 연합사에 이양했다. 유엔사는 주로 정전 체제 유지∙관리에 치중했다. 오바마 대통령 취임 후부터 미국은 유엔사 ‘재활성화’에 공을 들였다. 유엔사는 유사시 유엔 참전국에서 전투력과 장비를 신속하게 제공받는 플랫폼이 되고, 일본 소재 유엔사 후방 기지 7곳을 통해 미국과 참전국들의 병력·장비·물자를 관리해 한·미·일 안보 협력의 기반이 되기 때문이다. 미국으로서는 전작권 반환 후에도 18개 유엔사 회원국들과의 유기적 협조 관계를 유지하면서 인도·태평양 지역에서의 전략적 유연성과 연계시킬 이점이 있을 것이다. 한국으로서도 유사시 신속한 다국적군 형성과 지원을 기대할 수 있고, 억제 능력을 구비한 안보 분야에서의 상설 국제기구를 유치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유엔사 전작권을 이어받은 한미연합사는 향후 전작권의 한국군 전환이 이루어지는 대로 ‘미래형 연합사’로 바뀌어 새로운 도전과 기회를 가질 것이다. 2015년 한·미 양국은 ‘시기’가 아닌 ‘조건’에 기초한 전작권 전환에 합의했다. 그러나 북한의 핵·미사일 고도화에 따라 전작권 전환 조건 논쟁이 상당 기간 표류하다 지난 대선에서 민주당 공약이 돼 수면 위로 떠올랐다. 국방장관은 지난 16일 국회에서 “전작권 전환 작업에 상당한 진전이 있었고, 올해 안에 2단계 검증 결과를 기대한다”고 했으나 대통령실은 시한 설정에 난색을 표했다. 그런데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에는 임기 내 전작권 전환 목표 추진이 주요 국정 과제로 설정되는 등 혼선이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한반도 안보 지형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변수 또 하나는 미·일의 급속한 안보 결속 조짐이다. 2024년 7월 28일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이 참가한 미∙일 외교∙국방 2+2 장관 회의에서 주일 미군을 통합군사령부로 재구성하고, 하와이 소재 인도∙태평양 사령부가 갖고 있던 작전 지휘권 일부를 주일 통합군사령부에 이관키로 합의했다. 미·일 군사 안보 협력 관계가 새로운 차원으로 진입했다는 뜻이다.
이를 계기로 지금까지 3성 장군이던 주일 미군 사령관이 4성 장군으로 격상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한반도에서 미국이 전작권을 한국군에 이양한다면 전작권도 없는 지역에 구태여 4성 장군을 파견할 필요가 있을까. 더욱이 피터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은 이미 4성 장군 20% 감축을 공언했다. 주한 미군 사령관이 3성 장군으로 보임될 경우, 유엔사가 1957년 이전처럼 도쿄로 이전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아직은 가상적 시나리오지만 북핵 위협이 제거되지 않은 상태에서 우리 국민이 과연 이런 변화를 수용할 수 있을지 우려된다.
이러한 미·일 안보 밀착의 또 다른 사례로 ‘다영역 임무군(MDTF·Multi Domain Task Force)‘이 창설돼 여단급 사령부 5곳 중 하나를 일본에 세운다는 소식이 있다. MDTF는 중국이 연해와 근해에서 미 해군의 접근을 차단하는 ‘반접근·거부전략’(A2/AD)에 대응하기 위해 우주와 사이버, 전자전 등 첨단기술 영역에 중점을 두어 창설됐다. MDTF 창설과 관련된 2021년 제1차 미 의회 보고서에는 일본 주둔이 거론되지 않았는데, 올해 7월 제23차 보고서에는 MDTF의 5번째 사령부가 일본에 신설될 것으로 소개됐다. 반면 한국에는 기껏해야 여단 휘하 대대급 정보 부대가 파견된다는 소문이다.
첨단 과학기술에 기반한 미·일의 적극적 군사 안보 협력 강화 움직임에는 비상한 관심을 가져야 한다. 동북아의 안보 중심축이 북한에 대비한 한반도에서 중국을 겨냥한 인도·태평양 전략으로 전환되는 분위기가 역력하기 때문이다. 한국의 안보 전략 비중이 급격히 낮아지는 조짐 속에서, 기민한 안보 좌표 조정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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