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월회의 아로새김]마음을 저버린다는 것

김월회 서울대 인문학연구원 원장 2025. 9. 23. 2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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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나 소설에서 볼 법했던 모습을 삶터에서 자주 접하는 시절이다. 자기가 달려가는 길 끝에 절벽이 있을 줄 모르고 욕망을 주체치 못해 끝까지 달려가다가 고꾸라지는 이들의 모습이 그것이다.

그들의 모습은 맹자식으로 말하자면 자포자기의 전형이다. 흔히 자포자기라고 하면 모든 일을 포기하고 절망에 빠져 무기력하게 퍼져 있는 모습을 떠올리곤 한다. 그러나 자포자기라는 말의 지식재산권자 격인 맹자는 이렇게 말했다. “자기를 해치는 자와는 더불어 말할 수 없고, 자신을 버리는 자와는 함께 일할 수 없다. 예의를 비방하며 말하는 것을 일러 ‘자포(自暴)’라 하고, 인의를 행치 않음을 일러 ‘자기(自棄)’라고 한다.”

맹자에 따르면 자포자기하게 되는 이유는 ‘방심(放心)’, 그러니까 마음을 놓아버렸기 때문이다. 본래 사람은 하늘의 도덕적 본성을 마음에 타고난 선한 존재다. 다만 하늘의 도덕적 본성을 ‘단서’의 형태로 타고난다. 그래서 사람은 성장하면서 또 살아가면서 도덕의 단서, 곧 실마리를 잡고 이를 풀어감으로써 도덕적 본성을 온전히 펼쳐내야 한다. 그랬을 때 비로소 선한 이가 된다. 도덕의 단서를 타고났다고 하여 자동으로 선해지는 것이 아니라, 그 단서를 부여잡고 지속적으로 풀어가야, 곧 도덕을 실천해가야 비로소 선해진다는 뜻이다.

역으로 타고난 도덕의 단서를 놓아버리면, 더는 사람이 아니라 금수 같은 존재가 된다. 이것이 맹자가 말하는 방심으로 인한 결과다. 도덕의 단서가 마음에 담겨 있기에 그것을 놓는다는 것은 곧 마음을 놓는 것이 되기에 그러하다. 그래서 맹자는 도덕적 본성이 단서 형태로 담겨 있는 마음을 보존하는 것, 곧 ‘존심(存心)’과 단서를 풀어내어 도덕적 본성이 완연하게 드러나도록 마음을 기르는 ‘양심(養心)’을 매우 강조했다.

다산 정약용은 마음을 놓는다는 것을 ‘마음을 저버린다’고 표현했다. 도덕적 본성이 깃든 마음을 저버린 이를 이익으로 유혹하면 그는 개나 돼지가 끌려다님과 같고, 위세로 두렵게 하면 여우나 토끼가 굴복함과 같으며, 여위고 파리해지며 마르고 시들어 쓸쓸히 죽음에 이른다고 <심경밀험>에서 단언했다. 이것이 자포자기의 끝에 서 있는 서늘한 결말이다.

김월회 서울대 인문학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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