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베트 고원서 ‘폭죽쇼’ 한 등산복 브랜드

캐나다 아웃도어 의류 브랜드 아크테릭스가 중국 티베트 고원지대에서 용이 승천하는 모습을 담은 불꽃놀이 이벤트를 했다가 중국 안팎에서 거센 비판을 받고 있다. 티베트자치구 당국은 환경파괴 영향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23일 중국중앙TV(CCTV), 신화통신 등에 따르면 티베트자치구 생태환경부는 전날 특별회의를 열고 아크테릭스가 불꽃놀이를 벌인 현장에 실무진을 파견해 환경영향평가 조사를 하기로 결정했다.
아크테릭스는 지난 19일 불꽃놀이 예술가인 차이궈창과 협업해 해발 5500m인 칭하이·티베트 고원지대의 한 산에서 벌인 불꽃놀이 영상물을 공개했다. 산기슭에서부터 능선을 따라 터진 색색의 불꽃이 마치 용이 승천하는 모습처럼 보이도록 한 홍보용 퍼포먼스였다.
영상이 공개되자 불꽃놀이가 생태계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폭발로 인한 진동과 소음이 야생동물에게 큰 스트레스를 주고 들풀이 뿌리째 타 없어지며 잔여 화약이 토양과 물을 오염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CCTV 등 관영매체들은 “불꽃놀이가 수원 근처에서 진행됐다”며, 전문가의 말을 인용해 “고산지대는 기온이 낮고 건조하며 공기 중 산소 농도가 낮아서 (불꽃놀이 부산물의) 분해 속도도 느리다”고 전했다.
이에 아크테릭스는 사과문을 발표했는데 영어 사과문과 중국어 사과문이 달라 분노를 더 키웠다. 이들은 중국판 사과문에서 “제3의 전문 환경기관을 초청해 독립적이고 투명한 평가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영어 사과문에는 브랜드에 대한 기대를 저버린 점에 대해 사과한다면서 “현재 관련 아티스트 및 중국팀과 소통해 유사한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작업 방식을 조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중국 지사의 소통 실수’로 책임을 떠넘긴다는 논란이 불거졌다.
중국 누리꾼들은 아크테릭스 측이 예행연습을 하기 위해 여러 차례 폭죽을 터뜨렸을 것이라고 추측하며 당국의 엄정한 조사를 촉구했다. 생태적으로 취약한 지역에서 애초 대규모 불꽃놀이가 어떻게 승인될 수 있었는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중국 작가 리쥐안은 SNS에 글을 올려 “불꽃놀이가 ‘대지예술’이라는 표현을 접했다”며 “진정한 예술은 대지에 흔적을 남기지 않는다. (불꽃놀이는) 대지예술이라는 이름의 오만하고 탐욕스러운 창조물”이라고 비판했다. 프랑스의 티베트학자 카티아 뷔페트릴은 라디오 프랑스 앵테르나시오날에 다국적 기업이 홍보 목적으로 벌인 퍼포먼스는 “눈 덮인 고원지대에서 벌이는 역겨운 문화적 제국주의”라고 말했다.
베이징 | 박은하 특파원 eunha999@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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