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폭력 전문가 테즈쥐르 “폭력 악순환 끊기, 지도자 언어 절제부터”

미국 행정부 최고위 관계자들
특정 기독교 세력과 결합하며
상대 향한 ‘혐오 표현’ 일삼아
정치 진영 간 분노 커지는 요인
미국 보수 청년 활동가 찰리 커크의 비극적인 죽음 이후 미국 정치가 시계 제로의 상황에 빠져들고 있다. CNN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에만 미국에서 정치적 동기에 의해 발생한 폭력이 150건에 달한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정치폭력 전문가인 귀네슈 무라트 테즈쥐르 미 애리조나주립대 교수(사진)는 22일(현지시간) 경향신문 인터뷰에서 “정치적 의견이 다른 사람을 ‘도덕적 적’으로 규정하고 비인간화하는 것은 극단적 폭력에서 많이 관찰되는 현상인데 미국에서 이런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도널드 트럼프 미 정부의 ‘좌파 척결’은 “‘우리 대 그들’의 구도만 강화할 뿐 정치적 폭력의 악순환을 끊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 커크 암살을 비롯해 최근 미국에서 정치적 폭력이 잇달아 일어나고 있다.
“미국은 문제가 많다고 해도 세계에서 가장 오랫동안 안정적으로 민주주의 시스템을 운영해온 나라였다. 이 시스템은 선거에서 이길 수도 질 수도 있지만 다음 선거가 열리는 2·4년 후에는 반드시 다시 기회가 온다고 믿는 것을 전제로 한다. 하지만 최근 들어 한번 권력을 뺏기면 모든 것이 끝이라는 분위기가 강해졌다. 소셜미디어의 영향도 크다. 자기가 듣고 싶은 극단적인 정보만 듣는 ‘토끼굴’에 더 깊이 빠져들고 있다. 이는 상대를 폭력을 써서라도 제거해야 하는 도덕적 적으로 인식하게 만든다.”
- 정치적 다름을 도덕적 적으로 인식하면 어떤 상황이 발생하나.
“내가 주로 연구해온 다른 나라의 집단학살과 잔혹행위 사례를 보면 극단적 폭력에서 늘 나타나는 특징 중 하나는 상대를 비인간화하는 태도다. 동물이나 바퀴벌레 같은 비하적 표현으로 부르거나 인종차별적 욕설을 퍼붓는 것은 모두 인간성 말살 과정의 일부다. 기본적으로 상대를 자신과 동등한 도덕적 가치를 지닌 인간, 시민으로 여기지 않는 것이다. 미국이 지금 그 단계에 있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그런 경향이 나타나기 시작한 건 사실이다. 상대를 도덕적 가치를 가질 자격이 없는 존재로 비인간화하면 폭력뿐 아니라 각종 억압이 정당화된다.”
- 커크 공식 추모 행사에서 트럼프 행정부 최고위 관계자들이 종교적 언어를 사용해 상대를 ‘악’으로 규정했다.
“미국 민주주의의 핵심 원칙 중 하나가 정교분리다. 하지만 최근 몇년간 특정 기독교 신념이 정치와 더 많이 융합하는 현상이 관찰됐다. 학자들은 이를 두고 ‘기독교 우파’ 혹은 ‘기독교 민족주의’라는 용어까지 사용한다. 분명 커크의 공식 추모 행사에서 트럼프 정부 관계자들이 사용한 종교적 수사는 무척 노골적이었다. 정치가 일종의 ‘성전’으로 변하면 ‘우리가 옳고 그들은 틀리다’는 사고가 강화되면서 정치적 다원주의를 유지하기 더 어려워진다.”
- 트럼프 행정부가 급진좌파 네트워크를 제거하겠다고 선언했다.
“현재까지 나온 정보로 보면 커크를 살해한 범인을 포함해 최근 발생한 대부분의 정치폭력 사건은 특정 조직의 지시를 받아 공격한 것이 아니라 개인의 단독 범행이었다. 어떤 조직을 해체해 문제가 해결되면 좋겠지만 불행히도 지금 상황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이는 ‘우리 대 그들’의 구도만 강화할 것이다.”
- 정치폭력의 악순환을 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무엇보다 정치 지도자들이 언어를 절제하는 것이 필요하다. 추모 행사에서 에리카 커크가 ‘남편을 살해한 범인을 용서하겠다’고 말한 것은 분명 그에게 쉽지 않은 결심이었겠지만 매우 중요한 메시지였다. 복수를 요구하지 않고 분노를 더 키우지 않는 태도만이 긴장을 완화할 수 있다. 정치 지도자들에게서 그런 태도가 더 많이 나와야 한다.”
피닉스 | 정유진 특파원 sogun77@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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