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기자]닻별이 내려 앉은 예쁜 섬…사천 ‘신도와 마도’

경남일보 2025. 9. 23. 2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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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여섯 명 앉으면 꽉 찰 선실에 객지 물 물씬 풍기는 여행객들이 북적인다. 챙 넓은 모자에 진하게 눌러쓴 선글라스 아래로 도드라지게 드러난 노랑 스카프가 박서진 가수의 고향 섬을 찾아가는 팬클럽임을 알린다. 뱃길 15분이 야속할 만큼 수다는 재미를 더하고 통통배는 강물 같은 바다를 힘겹게 거슬러 오른다. 창선~삼천포대교의 그림 같은 풍경 위로 용궁 행 손님을 실은 케이블카가 부지런히 오가는 사이 이내 신도에 도착한다. 늑도와 초양도에서 보면 속이 훤히 들여다보이는데 배를 타고 들어오니 새삼스레 마음이 들뜬다.

앞 다투어 내리는 여행객 너머로 아기자기한 조형물들이 선창까지 마중 나왔다. 사진 찍느라 여념이 없는 틈새를 빠져나와 오른쪽 동산길을 따라 오른다. 잡초 무성했을 언덕배기마다 반듯한 산책로가 신작로처럼 나고 알록달록 꽃과 장식으로 이루어진 포토라인과 팔각정이 목 좋은 길목마다 들어섰다. 늦여름 더위가 송알송알 땀방울을 훔쳐 내지만 어디선가 신바람 담은 장구소리인 듯 간이 잘 밴 짭조름한 바람 한 점 불어와 풍경 한 상 차려낸다. 시나브로 신도는 새색시처럼 신접살림을 꾸리는 중이다.

닻별이 내려앉은 예쁜 섬, 아버지의 강처럼 질곡의 세월을 견뎌온 이 섬은 바다 건너 북극성 곁에서 반짝이는 인내와 항해의 길잡이라는 아름다운 카시오페이아의 고향이요, 그 별을 보며 꿈을 키웠던 어린 샛별의 등대였고 희망이었을 것이다.

그 수고를 아는 듯 고단한 늦여름 바람이 섬을 쓰다듬는다. 무럭무럭 커가는 아이처럼 둘레마다 토실토실한 풍경이 영글어 간다. 조망이 트인 닻별 전망대에 앉는다. 올라온 뱃길은 그림 같은데 굳은 살 박힌 해안마다 벗어나지 못한 눈물과 떠난 이야기가 파도와 회포를 풀고 있다. 언덕배기 숲에서 그네를 뛰는 나그네는 한결 홀가분해진 바람의 무동을 타고 마도로 날아간다.

실안 바다는 여전히 풀무질로 요동친다. 마도는 신도와 바다를 마당처럼 같이 쓰는 이웃이다. 선장님도 이곳 식구란다. 제법 몸집을 키운 섬이지만 낚시나 캠핑 온 객들이 더 많다. 늦더위에 지친 선창에 어른들은 간데없고 우물가에 모인 아이들이 나락 논 참새처럼 재잘거린다. 궁금해서 배시시 열린 골목으로 들어선다. 담장 벽화마다 색동옷 차려입은 조무래기들이 후다닥 날아오른다. 멱 감고 숨바꼭질도 하고 그네도 타며 적적한 섬을 키우고 있다. 그 옛날 전어를 잡기 위해 그물에 갈을 방아질하며 불렀던 질펀한 마도 갈방아 타령이 재현된 듯 섬이 들썩인다.

언덕배기에 올라서면 엄마 등에 업힌 듯 포근하면서도 아련해진다. 손 내밀면 닿을 듯 뭍을 두고 살지만 이별을 달고 사는 상사화처럼 섬은 늘 혼자여서 애잔한 존재다. 길 너머 사위엔 바다와 하늘이 가득한데도 말이다. 유려하게 이어진 산책길을 걷노라니 일엽편주에 몸을 실은 유랑객처럼 적막과 고독이 밀려온다. 그러다 섬 가운데 우뚝 솟은 공원에 서니 금세 훨훨 날아갈 듯 바람의 무게가 깃털 같다. 어르신 같은 당산나무 그늘에 안겨 섬 속내를 들여다보고 있자니 그리움이 뭉게구름처럼 피어오른다. 저 많은 파도는 어디에서 왔다가 어디로 가는 것일까. 선창 깊숙이 들어온 파도는 이내 고향 소식을 담아들고 먼 마실을 떠난다. 고단한 배들도 몸을 기운 채 오침에 들고 구멍마다 햇살 들이는 개펄의 한낮이 캐스트네츠처럼 경쾌하다.

동편으로 이어진 길을 따라 야생화와 채마밭 염소들을 동무삼아 한 바퀴 돌고나니 금세 친해진 것이 한 사나흘쯤 밤바람 마시며 돌아오는 물길 마중이나 나갔으면 좋겠다. 기실 신도와 마도는 한 번에 만나긴 쉽지 않다. 배시간이 여의치 않아 하루를 묵지 않는다면 한 시간 남짓 머물 수밖에 없다.

늑도를 시작으로 신도와 마도를 건너 맏형 저도까지 형제처럼 살고 있는 실안 바다에 노을이 이부자리를 깐다. 고단했던 그림자들도 몸을 눕히고 요동치던 물길도 섬 바위에 스민다. 그 위로 닻별이 아이들처럼 등교해 밤새 장구소리 갈방아 타령으로 섬을 키우는 저녁을 노을 진 뱃전에서 다시 듣는다. 그것이 그리움과 사랑이라는 것을.

"지나야 지나야 내가 널 사랑했나봐~"

이용호 시민기자

※이 기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 보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사천 신도 닻별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실안바다가 한폭의 풍경화처럼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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