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민주주의전당, 이름값 제대로 해야 한다

김명용 국립창원대학교 법학과 교수 2025. 9. 23. 1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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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민주주의전당은 우리나라 민주주의의 역사를 담고, 미래 세대에게 그 가치를 전하는 성스러운 공간이어야 한다.

민주주의전당도 그와 같은 정신으로 꾸려져야 한다.

민주주의전당은 지역의 역사성과 상징성을 살려 전국에서 단체와 청소년이 찾는 교육의 장, 나아가 마산의 새로운 발전 동력이 될 수 있다.

이 공간은 민주주의의 역사·기억·참여·배움·확산을 아우르는 원칙 위에서 재정비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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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저한 기록 통해 교육의 장으로
그것이 미래 세대에 줄 값진 유산

대한민국민주주의전당은 우리나라 민주주의의 역사를 담고, 미래 세대에게 그 가치를 전하는 성스러운 공간이어야 한다. 그러나 지금의 모습은 기대에 크게 미치지 못한다. 20여 년 염원 끝에 김주열 열사 시신 인양지 옆에 세워진 민주주의전당이 시범운영 과정에서 보여준 전시는 부실을 넘어 왜곡의 우려마저 낳고 있다. 마치 '수박 겉핥기' 식으로 꾸며진 전시가 민주주의 정신을 폄훼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민주주의전당은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법에 따라 민주화운동을 기념하고 정신을 계승하기 위해 세워졌다. 국비와 지방비 수백억 원이 투입된 만큼, 단순한 지역 편의시설이나 놀이공간이 되어서는 안 된다. 창원시가 '지역주민 불편'을 이유로 문제를 얼버무리는 것은 '갈팡질팡' 행정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민주주의의 아픈 역사를 산업화 전시물로 덮어버릴 수는 없다.

세계에는 본받을 만한 사례가 많다. 독일 베를린의 홀로코스트 기념관은 단순한 추모공간을 넘어, 참혹한 역사를 철저히 기록하고 교육하는 장으로 자리매김했다. 폴란드 바르샤바의 유대인 역사박물관도 1000년에 걸친 유대인 삶을 면밀히 복원해 미래 세대가 교훈을 얻도록 했다. 이처럼 기억의 공간은 진실을 직시할 때 비로소 힘을 갖는다.

필자는 독일 뮌헨에서 유학할 때, 닥하우(Dachau) 유태인 수용소를 방문한 경험이 있다. 그곳은 아직도 가스실, 목욕장, 화장시설, 저격장과 수용동 두 동, 박물관을 상세하게 재현해 운영되고 있었다. 단순한 관람을 넘어, 많은 시민과 학생들이 그 수용동에서 토론과 학습을 하며 역사적 교훈을 되새겼다. 또 뮌헨 시내 공원에서는 365일 유태인 추모탑의 불꽃이 꺼지지 않고 타오르고 있었다. 과거의 비극을 철저히 기록하고, 이를 통해 미래 세대가 다시는 같은 잘못을 반복하지 않도록 하려는 독일 사회의 각오를 생생히 느낄 수 있었다.

민주주의전당도 그와 같은 정신으로 꾸려져야 한다. 3.15의거, 부마민주항쟁, 6.10항쟁의 역사를 제대로 담아내지 못한다면, 수백억 원의 예산을 투입해 세운 의미는 퇴색할 것이다.

반면 민주주의전당은 전체 공간의 20%만 전시로 쓰이고, 내용 또한 초라하다. 이미 개관한 서울 민주화운동기념관, 광주 5.18기록관과 비교하면 차이가 더욱 뚜렷하다. '삼고초려(三顧草廬)'의 자세로 처음 취지와 예산 목적을 돌아가야 한다. 민주주의전당은 지역의 역사성과 상징성을 살려 전국에서 단체와 청소년이 찾는 교육의 장, 나아가 마산의 새로운 발전 동력이 될 수 있다.

이 공간은 민주주의의 역사·기억·참여·배움·확산을 아우르는 원칙 위에서 재정비돼야 한다. 정권 변화에도 흔들리지 않도록 시민·학계·현장 인사가 함께하는 거버넌스 체제를 갖추는 것이 필수다. 그래야만 3·15의거와 부마민주항쟁, 6.10항쟁의 정신이 왜곡 없이 전해질 수 있다.

지금이 바로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도 못 막는다"는 상황이 되기 전 근본적 개혁에 나서야 할 때다. 민주주의전당이 초라한 전시관이 아니라, 100년 이상 영속할 민주주의의 산실로 거듭나길 바란다. 그것이야말로 선열들의 희생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이며, 미래 세대에 남겨줄 가장 값진 유산이다.

/김명용 국립창원대학교 법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