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임죄 폐지, 최대 수혜자는 ‘총수’…“보완책부터 마련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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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배임죄'의 연내 폐지 추진을 공식화한 가운데, 부작용을 막을 보완책 마련이 우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부당 내부 거래 등으로 회사와 주주들에게 손해를 끼치는 그룹 총수 등 지배주주만 법 개정의 최대 수혜자가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예컨대 현행 배임죄 폐지로 가장 이득을 보는 건 총수 등 기업의 의사 결정을 주도하는 지배주주가 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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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배임죄’의 연내 폐지 추진을 공식화한 가운데, 부작용을 막을 보완책 마련이 우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부당 내부 거래 등으로 회사와 주주들에게 손해를 끼치는 그룹 총수 등 지배주주만 법 개정의 최대 수혜자가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23일 정치권과 정부 관계자의 설명을 종합하면, 정부∙여당은 현재 배임죄 폐지를 위한 구체적인 방침이나 방향성 등을 마련하지 않은 상태다. 이재명 대통령이 배임죄 재검토를 지시하자 이에 맞춰 배임죄 폐지를 공언하고 나섰으나, 세부 방안은 본격적인 논의를 시작해야 하는 단계라는 의미다. 민주당 관계자는 “단순히 배임죄 폐지뿐 아니라, 형사 처벌 대상을 축소하거나 적용 요건을 명확하게 하는 등 여러 견해가 있다”고 전했다.
배임은 남의 일(타인의 사무)을 봐주는 이가 신뢰 관계를 깨고 이익을 가로채는 행위다. 현행 형법(배임 및 업무상 배임)과 상법(특별배임죄)이 이를 형사 처벌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상법의 특별배임죄는 회사에 손해를 끼치는 이사∙감사 등 기업 임원을 적용 대상으로 한다.
대선 당시부터 배임죄 개정을 시사해 온 이 대통령은 앞서 지난 7월 말 비상경제점검 태스크포스(TF) 회의에서 “배임죄가 남용되면서 기업 활동을 위축시키는 점에 대해 제도적 개선을 모색해야 할 때”라고 본격적으로 운을 뗀 바 있다. 그러자 김병기 민주당 원내대표도 지난 21일 기자 간담회에서 “경제 형벌을 합리화겠다는 약속을 지킬 것”이라며 “정기국회 기간 안에 배임죄 폐지 법안을 처리하는 게 목표”라고 했다.
문제는 섣부른 배임죄 폐지가 부작용을 낳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예컨대 현행 배임죄 폐지로 가장 이득을 보는 건 총수 등 기업의 의사 결정을 주도하는 지배주주가 될 가능성이 크다. 배임죄 폐지 뒤에도 기업의 이사 등 일반 임원이 배임을 저지를 경우 회사가 직접 손해 배상을 청구해 경제적 불이익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지배주주는 다르다. 총수가 주도하는 계열사 간 부당 내부 거래 등으로 손해를 입는 당사자인 기업이 지배주주를 상대로 민사 소송에 나설 가능성은 적기 때문이다. 반면 기업 손해를 간접적으로 나누게 되는 다수 일반 주주들은 기업의 내부 의사 결정 자료 등 증거를 확보하기 어려워 소송에 나서기 어렵다.
민주당 쪽은 대안으로 “집단 소송제, 징벌적 손해배상제, 디스커버리 제도(증거 개시 제도) 도입 등 민사 책임을 강화할 방안을 찾겠다”고 했으나, 구체적인 해결책을 마련하진 못한 상황이다. 현재 국회엔 민사 소송에서 법원의 문서 제출 명령을 거부하면 불이익을 주는 내용을 뼈대로 한 박범계 의원 대표 발의안 등 제도 개정안 다수가 계류돼 있다. 여러 안이 테이블 위에 올라와 있지만 상세 대안의 가닥을 잡진 못했다는 얘기다.
천준범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부회장(변호사)은 “배임죄를 먼저 없애고 민사 제도를 강화하면 제도 정착까지 수년간 공백이 생길 수 있다”며 “민사적인 책임을 구현하기 위한 증거 개시 제도 도입 등을 먼저 하고, 실무적으로 제도가 잘 운용되는지 보면서 배임죄 폐지 여부를 결정하는 게 맞다”고 했다. 이창민 한양대 교수(경영학)는 “민사상 손해 배상이 강화되어도 재벌 총수 입장에서 형사 처벌이 갖는 억지력을 대체하기 어렵다”며 “외국도 배임죄는 없지만 사기로 규정해 형사 처벌을 하는 등 민사로 모든 걸 대체하진 않는다”고 했다.
박종오 기자 pjo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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