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객 응대부터 취재진 지원까지…은막 뒤 영화제 주연들
- 퇴직뒤 봉사실천 64세 이병훈 씨
- “나의 30~60대 추억 함께해 기뻐”
- 영화제 스태프 꿈 20세 윤수희 씨
- “세계 최고의 영화제로 거듭나길”
세계적인 거장과 아시아 각국을 대표하는 스타, 영화를 보러 전국 각지에서 찾아온 관객…. 지난 30여 년간 세계적인 영화제로 성장한 부산국제영화제(BIFF)를 생각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들이다.

하지만 영화 한 편을 보는 시간은 2시간 남짓, 꿈에 그리던 스타를 직접 만나는 순간은 그보다도 더 짧다. 그에 비해 우리가 영화제에서 가장 자주 마주하게 되는 얼굴들이 있다. 영화제의 ‘신스틸러’, 자원봉사자들이다.
자원봉사자는 BIFF의 얼굴이자 핵심 동력이다. 관객 응대부터 게스트 안내, 현장 정리, 굿즈 판매 심지어 홍보 영상 제작까지 영화제 곳곳에 그들의 손길이 닿는다. 올해도 지난 15일 영화의전당 하늘연극장에서 열린 발대식을 시작으로 704명의 자원봉사자가 영화제를 위해 뛰고 있다. 제1회(1996년) 때의 328명보다 두 배 이상 늘어난 규모다. 특히 BIFF 자원봉사자는 지난 29년간 영화계의 자양분으로 키워져 각 분야에서 활약하고 있으며, ‘BIFF에서 자봉했다’는 말이 남다른 유대감을 형성할 때도 있었다.
올해 자원봉사자들은 ▷총무 ▷홍보 ▷프로그램 ▷초청 ▷영사자막 ▷관객서비스 ▷커뮤니티비프 ▷마케팅 ▷마켓운영 ▷참가지원 ▷스토리마켓 ▷지원사업 ▷ 지석영화연구소 등 13개 팀에서 활동하며 다양한 영역을 지원한다. ‘역대급’ 영화제를 치르느라 더 분주한 자원봉사자 중 최고 형님과 최연소 막내를 행사 중간 만나 소감을 들었다.
올해 자원봉사자 중 가장 특이한 이력을 자랑하는 것은 단연 최고령자인 이병훈(64·홍보팀) 씨다. 이 씨는 “평소 영화를 좋아해 영화의전당 회원으로 활동하며 주말마다 아내와 함께 영화를 보러 온다”며 “BIFF는 초창기 남포동 시절부터 매년 관객으로 찾고 있는데 특히 올해는 관객이 아닌 자원봉사자로 함께하게 돼 감회가 새롭다”고 웃어 보였다.
그는 36년간 중·고등학교에서 국어 교사로 재직하다 2년 전 퇴직했고 오랜 꿈이었던 BIFF 자원봉사에 도전했다. 이 씨는 “오래전부터 BIFF에서 자원봉사 하는 것을 꿈꿨는데 일할 때는 여유가 없어 엄두도 내지 못했다. 퇴직 하자마자 가장 먼저 계획한 것이 30회 BIFF의 자원봉사에 지원하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제게 있어 BIFF는 단순한 축제가 아니라 30대부터 60대를 함께한 소중한 추억의 한 부분이다. 그런 의미에서 30회 행사에 함께할 수 있어 정말 감격스럽다”고 덧붙였다.
이 씨는 현재 기자회견장에서 취재진의 신분을 확인하고 자료를 배부하는 등 행사 지원 업무를 맡고 있다. 그는 “올해는 경쟁 부문이 신설되고 게스트와 작품도 역대급이라 그런지 취재 열기가 정말 뜨거운 것 같다”며 “일본과 중국, 동남아시아는 물론 유럽이나 미국에서 온 취재진도 있다. 처음에는 언어도 잘 통하지 않고 어떻게 안내해야 하나 긴장했는데 다른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소통하며 노력하다 보니 조금씩 익숙해졌다”고 말했다.
최연소 자원봉사자는 대학생 윤수희(20·홍보팀) 씨다. 대학에서 광고·마케팅을 전공하고 있는 그는 BIFF 자원봉사를 하며 영화제 스태프라는 새로운 꿈을 키우고 있다. 지난 7월 부산국제어린이청소년영화제(BIKY)에서 자원봉사를 한 것이 첫 계기였다.
윤 씨는 “처음엔 단순한 대외활동으로 생각하고 봉사 활동에 지원했는데 영화제를 만들어 가는 과정을 직접 경험하니 나도 잘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국내에서 가장 큰 영화제인 BIFF에서 더 많은 경험을 쌓고 싶어 지원하게 됐다”고 말했다.
현재 윤 씨는 배지데스크와 프레스센터에서 BIFF를 찾은 게스트와 취재진을 맞이하는 일을 맡고 있다. 그는 “자원봉사를 하기 전까지는 영화제에 이렇게 많은 게스트가 오는 줄 몰랐다”며 “특히 국내만큼이나 해외에서 오는 게스트가 많아 외국어로 말을 건낼 때면 당황할 때가 많다. 하지만 감사 인사를 해주시거나 고생한다는 말을 건네 주실 때면 뿌듯한 기분이 든다”고 씩씩하게 말했다.
두 사람은 자원봉사자들이 자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앞으로 BIFF가 세계 최고의 영화제로 거듭났으면 한다는 바람도 전했다. 이 씨는 “BIFF는 지금도 아시아 최고의 영화제이다. 앞으로는 국내와 아시아를 넘어 세계 최고의 국제영화제로 발돋움하면 한다”고 말했다. 윤 씨도 “나중에 BIFF에서 자원봉사 한 경험을 떠올리며 ‘내가 정말 대단한 곳에서 일했었구나’라고 자랑스럽게 생각할 수 있으면 좋겠다. 꼭 그런 영화제가 되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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