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군정담] 지금 할 수 있는 일이 꿈 꾸는 일뿐이라해도

하은호 2025. 9. 23. 1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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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의료원이 수십억 원이 넘는 장비를 갖추고 최첨단 의료기술을 갖춘 병원으로 도약을 선언하고 개혁에 나선 후 이용객 만족도 조사를 하고 나서 임직원들을 놀라게 한 사건이 있었다. 고가의 장비와 신기술을 좋아할 줄 알았는데 정작 이용객들이 환호한 건 편리한 주차관리시스템이었다. 그건 진료가 끝나고 나면 자동으로 처음에 등록해 둔 차량 번호를 인식해서 주차요금 정산을 마치게 한 작은 서비스였던 것이다. '역시 삼성은 달라'라는 브랜드에 대한 호감도가 강화된 사건이었다.

올해 상반기 군포시가 시행한 많은 시책 중에 시민들에게서 가장 호응을 받은 건 '군포 얼음땡 생수 냉장고'였다. 시원한 생수를 냉장고에 담아두고 지나던 시민들이 휴대전화로 하루에 한번 열 수 있는 냉장고는 이번 더위에 시민들에게 큰 호응을 받았다. 군포 얼음땡도 속사정을 보면 사연이 많다. 여름장마가 뚜렷한 경계도 없이 지나가 버리고 폭염이 시작될 무렵 산책길에 물 한잔 얻어 마실 데가 없다는 생각에 우리 군포시청 직원들에게 "아이스박스를 가져다 놓고 생수 좀 담아 두었다가 필요한 시민들이 지나가다가 꺼내 목을 축이게 하면 어떻겠느냐?"고 제안했던 게 7월 초였다.

하지만 시원한 생수 냉장고가 목마른 이들 앞에 놓인 건 내가 제안한지 장장 한 달여가 지난 8월 중순에 들어서서야 설치됐다. 그걸 기다리던 나는 속으로 "이러다가 더위 다 지나가고 찬바람 불기 시작할 때가 되서야 찬물을 마시게 되는 건 아닐까?"하고 우리 직원들에게 내심 서운한 마음을 품고 있었다. 처음 제안을 하자 온갖 반대가 쏟아졌다.

"나중에 아이스박스가 더러워지면 위생문제를 들고 시청에 비난이 쏟아질테니 아예 시작하지 마시라", "전에 비슷한 서비스를 해봤는데 편의점에서 장사 안된다고 항의가 만만치 않다", "수돗물을 그대로 마시는 걸 싫어하는 시민들도 있다" 등 별의별 반대 목소리가 많았다. 그 중에 백미는 "군포시가 생산한 수돗물이라도 시민들에게 무료로 주면 선거관리위원회에서 시장이 선심 쓴다고 제재한다"는 것이었다. 상상 가능한 모든 문제에 대한 답을 준비하고 휴대전화로 여는 냉장고를 주문제작 하는데 2주 정도가 걸렸다. 온갖 우려의 벽을 넘어서 생수냉장고가 설치되고 나자 다행히 반응이 좋았다. 방송사에서 카메라를 들고 군포시를 찾아올 정도였다.

매달 군포시는 국민신문고에 접수된 민원을 집계 해서 보기 쉽게 워드클라우드로 시각화해서 전직원들이 돌려본다. 가장 큰 민원은 '주차'문제다. 시민들은 크고 창대한 문제가 아니라 매정하게 주차위반 딱지를 떼는 시정에 분개하는 것이다. 내가 주차했을 때는 딱지를 떼고 다른 사람이 불법주차하는 걸 슬쩍 넘어가는 것 같은 시청의 처사에 분노하는 것이다. 주차장도 마련해 놓지 않으면서 불법주차라고 단속하는 시의 처사가 야속한 것이고 "시장이란 작자는 뭐하는 사람이냐?"라는 분을 삭히지 못하는 것이다.

좌우익의 경계를 넘어 북유럽 사회복지가 발달한 나라에서는 정권교체의 의미가 크지 않다. 기껏해야 "내가 하면 더 잘할 수 있다"는 정도의 슬로건으로 정권이 바뀌곤 한다.

정치를 시작하는 단계에서는 내가 하면 더 잘할수 있겠다는 생각에서 시작하게 된다. 내 경우도 그렇다. 내진설계가 안된 30년 넘은 낡은 산본신도시를 재개발하기 위해서는 특별법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고 서울역에서 당정역까지 철도 지하화가 되고 나면 동서남북으로 네 동강이 나있던 군포가 온전하게 한 덩어리가 되면 그 위에 제대로 된 도시계획을 세울수 있겠다는 꿈으로 시작했다.

지금 군포시장의 경우도 그렇다. 미래 군포시 먹거리를 디자인하고 지금 할수 있는, 아니 해야 하는 일들도 해야 하고 당장 주차문제도 답을 내야 한다. 그건 마치 내가 지금 뿌리는 씨앗에서 싹이 나고 나무가 자라서 시원한 그늘이 되어줄 만큼 나무가 자랄 무렵이면 그 나무 아래 앉아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는 사람은 그 나무를 심은 나를 기억할리 없지만 지금 내가 씨앗을 뿌리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지극히 허전해지는 생각에서 출발하는 것이다.

하은호 군포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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