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평선] 달에 짓는 원전

이동현 2025. 9. 23. 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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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ICBM 대기권 재진입과 항속거리 1만8,520㎞ 안창호함의 장거리 항해,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운용 등 3가지를 동시 시험한 것이란 해석이 뒤따랐다.

우주발사체의 ICBM 전용 문턱이 낮아지자 경계심이 커진 셈이다.

2030년대 중반 누리호 후속 발사체와 함께 달에 실어 보내 에너지 자립형 달기지 건설을 실증하겠다는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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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9월 16일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에서 누리호가 4차 발사를 앞두고 최종 시험을 위해 발사대에 기립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2021년 10월 누리호(KSLV-Ⅱ) 첫 발사가 실패하자 외신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으로 의심했다. 비행 궤적이 ICBM 사거리(5,500㎞ 이상)를 초과한 8,700㎞이고, 호주 남부 공해상에 추락한 발사체 잔해를 3,000톤급 잠수함 도산안창호함이 수거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ICBM 대기권 재진입과 항속거리 1만8,520㎞ 안창호함의 장거리 항해,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운용 등 3가지를 동시 시험한 것이란 해석이 뒤따랐다.

□ 같은 해 5월 한미 미사일지침이 완전 종료된 영향도 없지 않았다. 1979년 이후 42년간 ‘미사일 주권’을 제한했던 지침이 사라지면서, 고체연료를 활용한 우주발사체 개발이 가능해졌다. 우주발사체의 ICBM 전용 문턱이 낮아지자 경계심이 커진 셈이다. 2030년대 달 착륙선 발사를 목표로 한 우주기술 개발인데도, 군사적 전용이 가능한 ‘이중용도기술’이라 주변국 우려를 산 것이다.

□ 미사일 비확산 원칙을 앞세우는 미국이 지침 종료에 동의한 것은 당시 도널드 트럼프 1기 행정부가 주한미군 방위비분담금 인상과 연계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을 강하게 밀어붙였던 것과 떼놓고 보기 어렵다. FTA 재개정이 타결될 즈음 미사일 지침 종료가 합의되며 양국 간 이익 균형을 맞췄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관세 폭탄을 무기로 미국 내 투자 확대를 거세게 몰아붙이는 지금 한미 원자력협정 재개정이 협상 테이블에 같이 오른 것과 다르지 않다.

□ 원전산업의 게임체인저로 평가받는 소형모듈원자로(SMR)는 기존 대형 원전과 달리 농도 5% 이상 20% 미만의 고순도저농축우라늄(HALEU)을 연료로 쓴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은 냉각수가 필요 없는 HALEU 기반 ‘열전도관 SMR’도 개발 중이다. 2030년대 중반 누리호 후속 발사체와 함께 달에 실어 보내 에너지 자립형 달기지 건설을 실증하겠다는 목표다. 하지만 핵연료 농축을 제한하는 현행 원자력협정 아래 미국 승인 없인 시도 자체가 불가능한 꿈이다. 기술 자립과 우주 산업 선점을 위해서라도 ‘핵주권’ 확보는 더 미룰 수 없는 과제다.

이동현 논설위원 na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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